초창기의 로켓 무기 및 미사일들은 연소가 시작되면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추력으로 연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체 미사일의 비행궤적을 따져보면 이것은 낭비인 경우가 많지요. 초반 가속 단계에서는 말 그대로 부스터로서의 로켓이 필요하지만, 일단 최대속도에 도달하고나서는 현 속도를 유지할 만큼의 추력을 내면 됩니다.

당장 전투기를 예를 들자면 이륙할 때는 애프터버너를 써서 최대추력으로 이륙하지만, 일단 순항속도에 도달하면 더 이상 추력을 높이지 않지요. 무조건 계속 애프터버너를 켜고 날면 연료만 빨리 소모되니까요.

허나 로켓, 더 정확히는 고체로켓은 추력제어수단이 마땅치 않습니다. 핀틀제어 방식이라하여 쉽게 말해 노즐 뒤쪽에 마개를 다는 능동제어방식이 연구되고는 있는데 수 천도의 온도와 엄청난 속도로 뿜어져 나오는 로켓의 분사가스내에서 이게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게 쉬운일이 아니라 아직까지 제대로 실용화되지를 못했지요(그나마 외기권에서 쓰는 SM3의 궤도/자세 수정용으로 나오긴 했지만...온도와 삭마를 견디기 위해 엄청 비싼 소재를 써야해서 가격이 상당하다고...)

다만 능동적인 제어는 불가능하더라도, 로켓 추진제 자체의 형상을 좀 복잡하게 만들면 일정시간만 강한 추력을 내다가 그 이후에는 추력이 줄어드는 대신 더 오래타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공대공, 지대공 미사일은 Boost-Sustain 방식을 씁니다.

고체로켓은 내부의 타들어가는 표면적이 넓을 수록 더 빨리 타들어갑니다. 더 빠르게 타들어가면 그 만큼 짧은시간내에 더 많은 연소가스를 만들게되므로 결과적으로 더 높은 추력을 만들지요. 그래서 고체로켓의 처음 타들어가는 중심부를 단순히 원 모양으로 구멍을 뚫는 것이 아니라 별모양 비슷하게 구멍을 뚫어 놓습니다. 단순한 원일때보다 표면적이 더 넓어지지요. 그러나 별모양 부분이 다 타들어가고 나면 다시 원 모양의 구멍만 남으므로 연소속도가 느려집니다. 추력이 느려지는 대신 더 오래 타게되지요(변형적으로 로켓이 다 타기 직전에 다시한번 연소속도를 높여서 Boost-Sustain-Boost 방식으로 추력을 만드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 최종적으로 표적에 돌입하기전에 다시 한 번 속도를 높이는 셈).

사실 이러한 방식을 사용해도 현용 중거리 공대공/지대공 유도탄의 연소시간은 대략 10초 전후 밖에 안됩니다. 보통 최대 사거리의 50~60% 정도 날아가고나면 연소가 끝나는 셈이지요. 그 이후는 아시다시피 활공비행에 가까운 관성+중력을 이용한 비행을 합니다(활공이라고는 해도 중거리급 미사일이면 보통 속도가 마하 3~4 이상이지만). 그래서 현용 중거리/장거리 공대공 미사일들은 표적과의 거리가 길 경우 직선으로 표적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일단 고도를 높인 다음 다시 표적을 향해 내리 꽂히지요. 고도를 높여서 더 낮은 공기밀도에서 비행함으로써 공기저항을 줄이고, 마지막에 연료가 다 떨어지고 나서는 표적을 향해 고도를 낮추면서 관성+중력을 이용한 비행(coast flight)하기가 더 좋으니까요(과거 AIM-54 부터 이 방식을 사용하였지요...현용 AIM-120이나 동급의 미사일들도 유사 방식을 사용하고).

하지만 이 방식은 항상 정해진 시간대로만 Boost-Sustain이 된다는 점입니다. 표적의 속도, 방향, 거리등에 따라 최적화된 로켓의 추력변화는 항상 다른데도 말이지요. 그렇다면 좀 더 능동적인 방법이 없을까..?  해서 나온 것이 다중펄스 로켓입니다. 여기서 펄스란 로켓이 작동하는 동안을 말합니다. 다중 펄스란 로켓이 여러번에 나눠서 작동한다는 뜻이지요. 사실 개념적으로는 단분리 로켓과 거의 같지만, 여러 단으로 실제 나눠져있는 것이 아니라 로켓 연소실 내에 격벽을 두는 것입니다.

고체로켓의 최대단점은 한 번 불이 붙으면 불을 끄기 어렵다는 점입니다(액체 로켓은 연료밸브로 조절가능). 그래서 아예 로켓 안에 격벽을 두고 앞, 뒤 두군데 로켓 추진제를 나눠서 담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로켓에 점화기를 따로 두지요. 그리고 맨 바깥쪽 로켓을 먼저 점화시켜서 가속을 합니다. 그렇게 날아가다가 첫번째 로켓이 다 타버리면 한 동안은 활공비행을 합니다. 그러다가 속도가 떨어졌다 싶을 때 다시한번 두 번째 로켓을 점화시킵니다.

개념적으론 쉬은듯 하지만 여기서 맹점이 하나 있습니다. 가운데 격벽이 첫번째 로켓이 점화될 때는 잘 버티고 두 번째 로켓이 점화될때는 깨져야 한다는 점이지요. 그래서 1단 로켓이 작동할 때는 버티고 2단 로켓이 작동할때는 그 압력에 의해 이 격벽이 깨지거나 찢어지거나 여하간에 어떻게든 구멍이 나서 2단 로켓이 만드는 가스가 노즐을 통해 빠져나가야 합니다. 그렇다고 공대공/지대공 미사일처럼 작은 로켓체계에 이걸 폭발볼트나 뭔가 대단한 방법을 써서 일부러 깨트릴 수는 없고 결국 2단 로켓의 가스 압력에 의해 자동적으로 깨지도록 만들어야 하지요. 신뢰성이 대단히 필요한 기술입니다. 이론상으로는 3단, 4단까지 만들 수 있으나 보통의 공대공/지대공 미사일은 크기의 제약상 2단 정도만 만들어서 보통 다중펄스 로켓이라기 보단 이중펄스(Dual Pulse)로켓이라고 하지요.

이 기술은 개념은 간단하지만 의외로 구현이 어려워서 아직 실용화된 것이 별로 없습니다. AIM-120 시리즈의 경우 AIM-120D에나 이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고, R-77도 향후 개량형중에나 쓸 예정입니다.

일전에 우리나라의 천궁에 이 기술이 적용되었다고 잘못된 기사나 자료가 나온적이 있는데, 천궁같은 40km급 미사일에는 애당초 이중펄스기술이 도리어 쓸모가 없습니다. 두 번 태울 것도 없이 이정도 거리면 재빨리 가속하여 표적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 낫지요. 물론 국방과학연구소나 기타 연구소등에서도 이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인 것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학회등의 자료를 보면 2009년 경에 관련 기술을 지상에서 구현하는 실험을 한 논문등이 있긴 합니다. 산학과제등에서도 '아직 국내에서 구현된 적은 없지만 이제 시작한다.'라며 2009년 경에 나온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고요). 천궁에 이중펄스로켓이 쓰인다고 잘못 알려진 것은 아마도 다중 펄스 측추력기를 오해한 결과겠지요(아니면 성능개량버전에 쓸 예정인 것을 성급하게 현재 쓰고 있다고 소문이 돌았던지).

이보다 앞서 미사일의 비행시간을 늘린 방식으로 램로켓 방식이 있습니다. 램로켓, 혹은 덕티드 로켓(Ducted Rocekt, 공기흡입관(Duct)이 있다고..)이라 부르는 이 방식은 사실 멀티 펄스 방식보다 더 전에 나온 방식이며 현재 몇 군데 실용화가 된 상태입니다.

램로켓은 개념면에서 램제트 + 로켓이라 볼 수 있는데 일반적인 램제트와 달리 일종의 로켓연료인 고체연료를 사용합니다. 이 경우 외부로 내보냄으로써 추력을 얻어야 하는 가스의 상당부분을 내부의 로켓연료가 아니라 외부에서 흡입하는 공기를 통해 만들 수 있으므로 추진시간이 일반 로켓에 비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지요. 게다가 공기흡입량을 조절하여 추력조절까지 가능합니다.

다만 제대로 작동하려면 공기가 앞에서 빠른속도로 유입되어야 하며(안그러면 로켓기관 내부에서 발생한 고압가스가 노즐보다 더 널럴한 공간인 공기흡입구쪽으로 역류...)특히 제대로 공기가 압축되어 들어와서 정상적인 추력을 내려면 초음속 이상으로 가속이 되어야합니다. 그래서 보통 램로켓의 외부, 혹은 그 로켓내부 자체에 별도의 로켓부스터가 들어있습니다. 이것으로 일단 일정속도 이상 가속한다음 램로켓은 Sustainer 역할만 하는 셈이지요.

참고로 이 방식은 정확히는 흡입되는 공기가 바로 로켓연료와 만나는 것이 아니라 1차적으로 태워진 과연료 가스(혹은 농후가스)와 만납니다. 즉 램로켓 앞쪽에는 가스발생기라 부르는, 아주 약간의 산화제가 들어있는 일종의 로켓연료가 들어있습니다. 이것에 불을 붙이면 사실 외부에서 공기가 들어오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연소가 됩니다. 그러나 산화제의 양이 매우 적기 때문에 아직 대부분의 연료는 다 연소되지 않은 상태지요. 이때 뒤쪽의 연소실에서 외부에서 유입된 공기를 만나면서 제대로 연소가 됩니다. 어찌보면 전투기의 애프터버너와 흡사한 방식이지요. 이 방식을 택하는 이유는 공기흡입구를 사용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공기흡입구는 생각보다 예민해서 미사일이 급기동을 하거나 하면 순간적으로 공기가 제대로 흡입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만약 모든 연소과정을 이 외부공기에만 의존하다가는 순간적으로 공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을 때 추진기관에 붙었던 불이 꺼져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자체적으로 조금씩 타는 연료 방식을 사용, 순간적으로 공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서 연소가 잘못되어도 아예 불이 꺼져버리는 사태는 막는거지요(사실 이러한 문제는 일반 제트엔진에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제트엔진은 엔진 재시동도 가능하고, 또 엔진 자체적으로 공기를 빨아들이는 힘도 있기 때문에 좀 더 공기가 확실하게 연소실로 들어옵니다).

이 방식은 대공미사일 중엔 아마 SA-6가 제일 처음 사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초기에는 SA-6에 공기흡입구가 있는 것을 보고 서방관계자들은 이를 액체 램제트 방식이라 생각했는데(액체 램제트를 사용한 장거리 초음속 지대공 미사일은 미국이나 영국등도 50년대에 만든 경력이 있습니다) 나중에 확인된 바로는 램로켓 방식이었지요. 이 미사일은 크지 않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램로켓의 작동 지속시간이 20초 가량 됩니다. 하지만 애당초 미사일의 속도 자체가 느려서 (SA-6 : 마하 2.5, SA-3 : 마하 3.5, SA-4 마하 4급) 사거리는 24km 정도입니다. 연소시간은 긴데 정작 속도가 느려서 사거리는 짧지요.

이후 러시아는 지대공/공대공 미사일에는 램로켓 방식을 사용하지 않습니다(R-77의 사거리 연장형으로 제안된적이 있지만 실제 채택되진 않음).

미국의 경우에는 램로켓 방식을 채택한 미사일은 없고, 다만 초음속 대함미사일 요격 시험/훈련을 위한 일종의 표적기인 CQM-163 코요테가 램로켓 방식을 사용합니다.

유럽연합의 경우 아시다시피 미티어 미사일에 이것을 사용, 상당한 사거리를 자랑하게 되었습니다. 레이시온도 AIM-120의 램로켓 버전을 만들어 유럽연합의 새로운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에 도전하였지만 아시다시피 탈락하였지요. 램로켓의 경우 공기흡입구로 인해 부피가 늘어나기 때문에 미 공군은 F-22, F-35의 내부무장고에 넣기가 어려워서 미티어고 AIM-120 램로켓 버전이고 별 관심이 없고 다만 미 해군이 수퍼호넷용으로 미티어 도입을 검토한적이 있다고 하지요(도입 결정 이야긴 아직 없는 듯)

사실 램로켓의 경우 러시아 본인들조차 SA-6 이후로는 지대공 미사일용으로 거의 쓰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램로켓이 근본적으로 공기흡입식인 제트엔진이란 점 때문이지요. 제트엔진의 태생적 한계는, 고도가 높아질 수록 최대추력이 떨어지는 한편 연소특성이나 공기흡입 특성이 바뀐다는 점입니다. 이는 램로켓도 다를바 없지요. 물론 미티어처럼 고고도에서 쓰이는 공대공 미사일도 있긴 합니다만, 공대공 미사일의 경우 고도 변화의 폭이 그렇게까지 급격하고 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대공 미사일의 경우 거의 수직, 혹은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상승하며 가속하기 때문에 고도의 변화가 상당합니다. 그래서 어느 주된 사용 고도에 최적화하여 공기흡입구를 설계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고고도 탄도탄 요격 시스템입니다. 원래 있던 미사일을 전용한 SM3는 그렇다 치더라도 THAAD, ASTER block2, Arrow2 등의 탄도탄 요격용 미사일들이 하나같이 두툼한 1단 부스터를 가지고 있는 것도 램로켓을 쓸 줄 몰라서가 아니라 사용 목적에 맞지 않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탄도탄 요격용이면 속도가 마하 5 이상 가속되어야 하는데 이정도면 이미 램젯이 아니라 스크램젯의 영역입니다. 아직 갈길이 먼 기술이지요. 왜 L-SAM에 램로켓을 쓸 것이란 소문이 도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