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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95만원 USB의 개발 및 납품시기...

  작성자: x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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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1-09-27 23:08:01

쩝...

 

국내(그리고 해외도 마찬가지로) 방산 장비는 '규격화'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건 설계의 시작이 아니라 설계의 끝입니다. 개발진들이 제일 각종 문서/도면과 씨름하는 시기지요. ㅎㅎ

 

문제의 USB는 2004년에 규격화되었습니다.

 

규격화란 쉽게 말해 양산에 앞서 모든 설계를 마무리하고, 설계시 사용하였던 각종 도면과 문서를 정식으로 번호를 따서 국방부에 등록하는 과정입니다. 그동안 지나쳤던 오탈자나, 도면의 잘못된 부분(제작에는 문제가 없는데 도면 형식상 잘못된 부분 같은 곳), 그리고 각종 도면과 문서마다 다르게 쓰인 용어 통일(이를테면 '육각구멍붙이 나사'로 통일할 것인가 '나사, 육각구멍붙이'라고 통일할 것인가)를 진행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개발진들이 하루에도 도면과 문서를 수 십, 수 백개를 보면서 밤을 새워가는 과정이지요...

 

즉 해당 USB는 2004년에 규격화됨으로써 설계가 '완료'되었습니다. 설계에 앞서 ROC가 작성되거나 한건 훨씬 이전이고요.

 

제가 이 게시판에 몇 번 언급드렸던 '구하기도 힘든 4GB USB 구해와서 개발진들이 직접 온도 테스트 등을 해본 시기.'라는 것은 당연히 이 USB의 개발을 결심하기 이전이니 2002년 전후가 되는 셈이지요(USB 하나 만드는데 1년 걸렸느냐, 라고 하실텐데 아시다시피 이 USB 하나만 만드는 사업이 아니라 BTCS-1A라는 체계를 만드는데 거기 들어가는 부품의 일환으로 저 USB가 제작된 것입니다).

 

규격화 진행 후 양산에 들어가는데 왜 2년의 시간이 걸렸는가?

 

다시 말씀드리자면 저 USB는 그냥 USB만 따로 군에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BTCS-1A의 부품으로서 군에 납품하는 것입니다. USB만 먼저 만들어서 군에 납품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고, BTCS-1A의 양산과 함께 납품되었으니 당연히 2006년경에 군에 납품되었다고 보고된 것이지요.

 

 

 

물론 대개의 군용장비가 그렇듯, 660개가 한꺼번에 납품된 것은 아니고 몇 번의 Lot 단위로 나뉘어서 납품된 것으로 압니다. 그럼 Lot 단위로 나뉠 때 납품가가 낮아져야 하지 않는가, 라고 하시겠지만 납품가에는 재료비 뿐만 아니라 인건비와 각종 추가비용이 포함되어있습니다. 대량생산품목이 아니므로 생각보다 가격인 낮아지지 않는 것이지요. 초기에는 USB 칩 자체가 10여만원으로 비쌌지만 나중에는 이것의 가격이 떨어져도 다른 부분의 가격이 올라가니까요(다만 저도 아직 파악 못한 부분이 있는데, Lot 별로 납품가를 다르게 두어서 (모든 납품가/660개)=95만원인건지, 아니면 95만원 확정가로 계약한건지는 확인 못하였습니다).

 

사실 차량내부 장비인데 온도조건 등이 너무 과도하지 않았는가?는 개발진들도 하는 소리였다고 합니다. 문제는 개발진이 '이대로 만들면 가격이 너무 비싸지니 온도스펙을 낮추자.'라고 말해도, 군 입장에서는 운용시 무슨 일을 겪을지 모르니 비싸도 그냥 MIL 스펙을 그대로 따르기를 원하여서 스펙을 낮출 수 없었다고 합니다(나중에 뭔가 온도등에 의하여 문제생기느니 값이 비싸더라도 과도한 스펙을 잡은 셈이지요).

 

그렇다면 '이제와서라도 바꾸자.' 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이미 납품이 끝났습니다. 군이 660개의 USB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상용 USB를 쓸 이유가 없지요. 게다가 BTCS-1A와 맞춤형으로 제작된 물건이라 다른 상용 USB를 꽂아도 작동은 되지만 기구적으로 고정하거나(그래서 일단 꽂아넣으면 USB 단자가 망가지거나 할 일은 없습니다. 컴퓨터 USB 꽂듯 장비 외부에 돌출되도록 꽂아두는 방식이 아니라 USB 케이스가 제자리에 딱 맞게 내부에 삽입되는 형태라고 합니다), 꽂은 상태에서 커버를 닫거나 할 수 없다고 합니다(맞춤형이 아니기에 이건 정말로 외부에 돌출될테니).

 

 

참고삼아 말씀드리면 외국의 'Rugged USB'로 시판되는 것들은 대부분 Mil 규격이 아니라 Industrial Grade입니다. 상용품보다는 훨씬 과도한 환경에 노출되지만 모든 규격(온도/저장온도/진동/충격/습도 등등)을 전부 MIL 규격을 만족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도 군용 장비용 USB를 별도로 제작하곤 합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Iron Drive'라는 것인데, 본래 이 장비는 록히드 마틴에서 외주업체에게 맡겨서 개발한 'HiMAS' 다련장용 USB 드라이브입니다(컨넥터 부분이 기묘하게 생기긴 했지만 USB 맞다는군요). 이걸 역으로 Rugged USB로 시판중인 것이지요.

 

록히드도 똑같이 '이미 시판되고 있는 Rugged USB를 쓸 생각을 못했'거나, 아니면 '이미 시판되고 있는 Rugged USB를 쓸 수 없어서 개발 하였거나.' 둘 중 하나겠지요.

 

가격도 비교해보면 재미있을 듯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격은 안나와 있군요.  

 

 

 

Ps. 저 90여만원짜리 USB의 껍데기가 까만색이어서 플라스틱 재질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도금처리한 알루미늄입니다...플라스틱으로 만들면 사출금형 제작비용이 워낙 비싸서 660개정도 소량 생산할 물건의 경우 원가가 훨씬 올라갑니다. 알루미늄을 절삭가공하여 만든 케이스라 합니다. 프레스나 압출성형하면 마찬가지로 금형비용이 들어가므로 별 수 없이 절삭가공해야 하지요....

 

더불어 전원이 들어가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저장온도 규격이 따로 정해져있습니다. 즉 MIL 규격에 따르면 해당 저장온도 상태에서는 USB가 작동은 하지 않더라도(여기서 저장이란 데이터 저장은 아니고 물자를 저장해 둔다는 의미이지만 여하간에)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은채 멀쩡히 있다가 다시 운용온도로 환원시키고 USB 드라이브에 꽂으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이미지

a-d-electronics_irondrive.jpg
a-d-electronics_himars.jpg

댓글 78

  • best 5thsun 2011-09-27 추천 5

    그러니깐 향후의 문제의 소지 라는게 법 혹은 규정의 문제인지, 기술적인 문제인지, 는 알 수 없지만, 어째든간 결정권자가 [나는 잘 모르겠으니 그냥 규격대로 하라고] 책임을 회피한거 아닙니까?

    이게 사실이면 심각한 문제인거 같은대요?

  • 天馬之羽 2011-09-30 추천 0

    dddd 님
    이상하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방산계통에는 전혀 관련이 없으니깐요.
    다만 님께서 생산관리나 원가관리 정도는 모르시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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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ddd 2011-09-29 추천 0

    天馬之羽 님
    이상하게 여기에 집착하는게 혹시 USB 개발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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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PSEC 2011-09-29 추천 0

    BTCS A1에는 보조기억장치로 내부고정(4GB)와 장탈착(4GB)가 있습니다. BTCS A1에 기구적으로 단단하게 고정된다는 것은 내부고정의 4GB 메모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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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wing 2011-09-29 추천 0

    그나마도 소량 생산이다 보니 가격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부품 삐져나올 수 있게 구멍 몇 군데 뚫려 있는 손바닥 만한 알루미늄판(6061계열, 크로메이트 도금, 공차 0.2mm) 하나에 가격이 5만원 가량 합니다. ㅎㅎㅎ 저도 처음에는 제가 발주 내 놓고도 이 가격이 이해가 안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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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wing 2011-09-28 추천 0

    민수쪽과 달리 방산쪽은 알루미늄 절삭가공으로(주로 머신을 쓰지만) 하우징이나 덮개를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백개, 심지어 몇 십개 만드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금형을 만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집니다(저도 이쪽에서 일하는지라 몇 번 발주 내 보았는데, 주조나 사출 모두 금형비용이 상당하므로 생산수량이 엄청 많은 무전기 같은것 아니면 대부분 절삭가공으로 물건을 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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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wing 2011-09-28 추천 0

    '그럼 이제 그런모델이 나왔으니 바꾸면 되겠네.'라고 하시겠지만 그렇게 설계변경이 되면 또 다시 각종 테스트를 다 거쳐야합니다. 더불어 케이스도 다시 새로 제작해야하고요(앞서 몇 번을 말씀드린 내용이지만 해당 USB는 BTCS-1A에 기구적으로 단단하게 고정되는 방식입니다. 앞서 다른분이 지적한 바와 같이 그렇지 않으면 USB 단자부분이 나가버릴 수 있으니까요. 물론 장탈착은 가능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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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wing 2011-09-28 추천 0

    히터 문제는 벌써 몇 번을 말씀드렸지만, 당시 구할 수 있는 장비중에 직접 군 요구조건환경에서 장비시험을 거쳐본 결과 요구조건을 만족하는 물건이 없어서 히터를 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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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wing 2011-09-28 추천 0

    USB를 썼지만 휴대용은 아닙니다. 보조기억장치이지만 안에는 지도 자료등이 들어있으며, 수시로 데이터를 변경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ROM등에 비하면 용량이 크고, 하드 드라이브에 비하면 진동에 잘 견디며, SDD에 비하면 값이 싸므로 USB를 썼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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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orihan 2011-09-28 추천 0

    안타깝지만, 어쩔수 없는 자연스러운 & 너무나 익숙한 상황이네요.
    방산이란 특화된 산업구조에서 어쩔수 없지않나요?
    워낙 천천히 흘러갈수밖에 없는 구조인지라~~ 혹자가 생각하시는 것처럼 그 업체는 엄청 삥땅치지도 못했고 큰 돈도 못벌었으며, 골머리썩어가며 드디어 납품했는데, 이젠 또 언론에서 ㅈㄹ 이네... 요기에 한표 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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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opard2 2011-09-28 추천 0

    xwing 님의 발재글을 보고 나름 유추를 해봤습니다만...
    개발 시점에서 "요구온도에서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히터를 달았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개인적인 추측으론 자료의 저장성 보존의 목적 보단 작동성의 보존이랑 측면에서 발열체가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저의 사견이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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