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아시다시피 11월 23일은 휴전 후 북한의 우리 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첫 번째

무력도발이 있었던 날입니다. 다들 설마설마 하던 일이 현실로 일어난 것이고, 북한 군대

를 허접 허수아비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천안함 사태 이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는 육지에서 섬에 대한 포격 사례입니다. 비록 우리의 무기들이 비교적

최신이긴 하지만 섬은 그 면적의 협소함으로 인해서 우리 장비가 회피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적고, 따라서 피격위험도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Shoot & Scoot이 현대 포병의 대세이긴 하지만 섬과 같이 갇힌 공간에 배치된 포병은 기본 전력이

 아무리 탄탄하다고 해도 육지에 있는 다수의 포병에게 축차소모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번 사태

는 다시 한번 보여 줍니다. 소수(1개 포대) 밖에 되지 않는 전력의 1/3이

소모된 상태에서 해병대는 악전고투해야 했습니다.

이쯤 되면 Shoot & scoot 전략의 가치도 재평가해보아야 합니다. 과연 우리 실정에, 특히 서해 5도

의 군사적 상황에 이런 전략은 최선의 답이 될 수 있을까요?

이에 저는 2차 세계대전에 존재했던 불침 전함 Fort Drum의 예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Fort Drum은 1919년 완공된 요새로 필리핀의 마닐라 항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강화 철근 콘크

리트로 된 해상요새입니다. 당시 기술로는 완공이 10년이 걸리는 대공사였다고 합니다.

포트드럼의 크기는 약 107m * 44m에 외벽의 두께는 7.5-11m 정도입니다. 4개의 14인치(355mm)포

와, 4개의 6인치포(152mm 정도)를 장비하고 있었고, 관측을 위한 탑이 설치되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렇게 무식하게 생긴 요새는 1942년 2월에 벌어진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그 방어력을 입증합니다.

1942년 2월 6일 오전 8시 12분부터 11시까지 Fort Drum은 총 100여발의 포격을 얻어맞았으나 요새의

주기능은 “전혀” 손상받지 않았고, 오히려 대응탄을 날립니다... 관측의 어려움으로 결과는 별로였다고

알려집니다...(이로부터 68년 후 대한민국 해병대는 거의 비슷한 수의 포탄을 얻어맞고 2명의 해병이 사

망하고, 10여명 이상이 부상하게 되며, 최신식 자주포인 K-9 2대가 교전 중 부분 손상되어 2/3의 전력만

으로 대응탄을 날리게 됩니다. 군에 대한 비난이 절대 아니라 너무 안타깝다는 표현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 전황은 필리핀 주둔 미군에게 계속 불리하게 돌아가게 되고 Fort Drum에도 때로는

 집중적으로 혹은 산발적으로 포격이 떨어지지만 대공포탑 정도만 손상당한 채 그 기능을 계속 유지합

니다. 결국 왜군은 3월 15일 경 240mm 대구경 화포를 동원해서 포격을 가하고 그 중 한발이 포탑을 뚫

고 떨어져 포 한문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상당한 전과를 거둡니다(만약 현대에 이런 요새가 생긴

다면 포탑을 3세대 전차 장갑재인 복합장갑으로 도배해 버린다면 이런 불상사조차 없으리라고 봅니다..).

이러한 교전에도 불구하고 Fort Drum은 경미한 피해만을 입고 수 시간내에 복구가 끝나게 되고 3월말

(혹은 4월초)이 되어서야 지속적인 포격에 의해 결국 대공포대만 전투불능이 되게 됩니다. 세월은 흘러

흘러 5월이 되고 Fort Drum은 요새 기능의 상실 없이 전투는 가능했지만 상위 부대(코레히도 수비대)가

항복함에 따라 같이 항복하게 됩니다.

우리 서해 5도에 저런 해상 요새가 설치되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포격 중단 전통문을 보낸 쪽은 우리가 아니라 북한이었을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요?

저런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것은 벙커버스터급의 폭탄이거나 핵 쯤 되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운 좋게 일부를 파괴한다고 해도 내부가 honeycomb 혹은 cell 구조로 되고 각 격벽이 두꺼운

콘크리트로 잘 나누어져 있다면 피격된 부위의 피해만으로 한정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앞으로 국방개혁 계획에 따라 우리군의 전방의 포병이 자주화 되고 견인포 세력은 2작사 쪽으로

옮기거나 치장물자로 보관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155mm 견인포를 저런 요새의 포로 다시 부활시키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약간의 개량을 한다면 국내 개발 GPS 유도 활강 포탄이나 엑스칼리버같

은 정밀 유도 포탄도 운용이 가능할 것이고, 북한의 도발시에 유도포탄을 동굴진지 속에 1발씩만 선물

해 준다면 어제처럼 80여발의 대응사격을 실시했을 때 북한군에게 참담한 피해를 안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요새의 장점은 자주포와는 달리 외부의 전력 공급을 받아 쓸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럴 경우 우리는

전열화학포나 레일건의 실전배치가 가능한 유일한 군대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북한의 간은 점점 커져가고 있고, 그걸 그대로 좌시하다간 결국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습니다. 우리도 단호하다는 것, 우리의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줄 때 저들의 도발을 멈출 수 있을 것입니다.

대표 이미지

map.gif

Fortdrum1.jpg

excalibur.jpg

kh-17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