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글에 앞서 장열히 싸우다 산화하신 진무영 광성보 어제연 장군이하 350여 장병의 넋을 위로합니다
이렇게 미군들도 숙연해질 정도로 용맹히 싸우다 산화하신 분들을 댓글에서 일개 조롱거리로 삼다니
정말 후손들로서 부끄러운줄 아십시오

앞서 발제글과 댓글을 보면서 좀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댓글을 달았지만 조금만 긴글을 적느라 시간이 지나면 로그인이 풀리는 희한한 현상으로 인해 기왕이면 자세이 적자고 답글로 올립니다

먼저 조선후기 이후부터 근대사에 이르는 기간에 대한 낮은 이해도와 저질 사극의 형편없는 고증이 이렇게 역사인식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에 대해 다시한번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삼국시대 이래로 제식장비였던 띠돈도 없이 손에 칼을 들고 말을 타고 뛰어다니고 하는것만 봐도 고증수준을 알만한 사극들입니다... 치정과 암투에만 주안점을 두고 만든 아침드라마 스타일의 사극이니 오죽하겠습니까만...

먼제 발제글에 달려있는 내용부터 언급하겠습니다

발제자님께서 올려주신 바로 그 방탄복은 <면제배갑>이라는 물건이며
실제 광성보 전투에 사용되었으며
이하는 제 블로그에서 발췌해 올립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면갑은 열세겹의 면을 누벼 만든 갑옷으로 고종초 병인양요(1886) 이후 대원군은 김기두(金箕斗)와 안윤(安潤)으로 하여금 면제배갑(綿製背甲)을 만들게 한 바 있다.

즉 세면(細綿)을 몇겹 누벼 소총탄을 발사 실험한 결과 열두겹이면 총탄이 관통치 못하므로 드디어 열세겹으로 제작하였던 사실이 있다.
현재 육군사관학교 육군박물관에 한 벌이 소장되어 있는데, 이 갑옷은 무명을 30장 겹쳐서 만든 것으로 도저히 입을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 실전에 있어서 과연 착용이 가능하였는지 의문이다.

이 갑옷의 형태는 총길이 85mm로 반령깃에 양겨드랑이 부분은 깊이 파서 활동하기 편하게 했으며 또한 어깨의 좌측이 터져 있어 매듭단추가 달림으로써 입고 벗게 되어있고 양쪽옆의 트임에는 좌우에 2개씩 각각 앞뒷판으로 끈이 부착되어 매게 되어있다.

또한 깃과 모든 테두리에는 같은 천으로 바이어스 처리를 곱게 하였으며 앞판의 좌우로 2개, 뒷판에 상하, 좌우로 2개씩 문양을 넣었는데 검은색으로써 도장을 찍거나 그려넣은 것처럼 보인다.

우선 입고 있으면 너무 더웠다. 메리야스 13겹을 겹쳐 입었다고 상상해보자. 한여름에 적이 쳐들어 왔을 때 이를 입고 달려야 하는 병사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실제로 신미양요가 6월에 일어났던 탓에 조선군은 더위라는 적과도 싸워야 했다. 게다가 비가 오거나 강을 건너면 면제배갑이 물을 한껏 흡수해 이를 입은 병사의 기동력을 떨어뜨렸던 것도 문제였다.

가장 치명적이었던 건 면제배갑이 불에 극히 취약했다는 것이다. 면 소재가 지닐 수밖에 없던 약점이었다. 실제로 신미양요 당시 미국 군대가 대포 공격을 하자 그 파편 때문에 면제배갑을 입은 병사들의 몸에 연이어 불이 붙었다. 이처럼 조선군은 총탄을 막기 위해 적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이 같은 문제점에도 면제배갑이 미국 군대에 남긴 충격은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총탄 세례 속에서 내달리는 조선군은 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현재 면제배갑 중 유일하게 남은 한 벌이 미국의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에 소장돼 있어 당시 미국 군대가 느꼈던 당혹스러움을 짐작케 하고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첫번째는 육군박물관의 소장품, 두번째는 육사에서 만든 재연품, 세번째는 헑님의 착용 상상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헑님의 상상도를 높이 평가합니다
물론 중앙 5군영 복장을 재연해본 것이겠지만 두정갑의 형식을 빌은 면제배갑은 상당한 고증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죽관요대와 환도/띠돈이 빠진것만 제외하면 거의 완벽한 재연입니다

다른 답글에 그런게 어딧냐는 얘기를 하시던데 그럼 미군은 어디서 그걸 노획했겠습니까?
설마 일반 병사나 입던 물건을 외교사절에게 선물했을까요?

그리고 리플에 강선탄자에도 면제배갑이 위력을 발휘할수 있을것 같냐...
조선군의 사격실력이 형편없었다... 무기가 구려서 그렇다 등등 얘기가 많더군요

그 얘기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겠습니다

1. 강선탄자에 방호력이 없다?
: 당연히 있습니다. 강선탄자의 드릴링효과에 대한 망령이 아직도 남아있나 보군요
강선은 단순히 탄자 안정효과를 위한거라고 앞서 여러 고수들께서 누차 설파하셨는데도 아직도 이런게 남아있군요... 심지어 한국전쟁 직후인 남부군 얘기가 나온다는게 우습지 않습니까?

다시 말씀드려서 강선은 탄도비행 안정용이지 위력 증대용이 아닙니다
그러나 왜 현대의 소총이 위력이 강한가?하면 바로 화약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당시 조선군과 16~19세기의 동서양 군대가 사용하던 흑색화약에서 훨씬 위력이 강한 무연화약으로 장약이 바뀐 점이 그 원인이라고 들수 있습니다

그럼 탄에 맞았을때 왜 들어가는 구멍보다 나오는 구멍이 크다는건가? 탄이 회전하면서 파헤쳐버리기 때문아닌가? 당연히 아닙니다
그렇게 따지면 공업에서 드릴링이라는 공정 자체가 존재할수 없겠죠
관통체가 회전하더라도 그 입구와 출구의 크기는 동일하지만
뒤쪽이 넓게 파헤져지는 이유는 얻어맞는 피탄체가 인체일 경우 반응이 두가지로 나오는데

할로우포인트 탄이라던지 연한 금속으로 된 탄자에 맞았을 경우 탄자가 뼈나 단단한 근육에 부딪히면
터져나가면서 주변을 파열시켜버리기 때문입니다
맞은 자리와 엉뚱한 곳에 탄자가 가있는 것은 바로 탄자가 가볍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5.56mm이하의 고속탄에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반응은 관통으로 나타나는데 탄자가 무겁고 단단한 7.62mm이상에서 그런 반응이 주로 나옵니다

근데 발제글의 댓글에 총기 고수이신 문제중년님도 보이시던데 이점을 지적하지 않으신게 이상하군요
하도 자주 얘기하는 문제이다보니 지치신건가...^^;;;

2. 조선군은 무기도 구리고 훈련도도 형편없었다
: 어느정도 부정할수 없는것이 사실입니다
정조대왕의 급작스러운 붕어(독살로 추정됩니다)로 인해 정순대비의 집권이 돌아오고 이어
안동김씨의 세도정치가 시작되면서 이후 조선의 사회기강은 문자그대로 "내리막"으로 치닿습니다

그 과정에서 군대의 훈련도와 장비개선이라는것은 꿈도 못꿀일이었습니다
흥선대원군을 욕하시던데 당시 위정자가 군경험자도 아니었을뿐더러 성리학자의 식견으로는 그게 한계였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나마 무너진 삼정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어느정도 가시화했다는 것만으로도 평가맏을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긴 평화와 무너져버린 국가재정상태, 위기의식없는 위정자들로 인해 군비향상은 근 100여년간 없었으며 그 결과가 병인양요입니다. 장비의 구식화는 조선군의 투지와 개개인의 전투능력과는 별개로 봐야한다고 봅니다

정족산성에서 프랑스군을 패퇴시켰던 호랑이 사냥꾼의 실력을 처참하게 깔아 뭉갠다는 것은 온당치 못하며
당대 이후에도 "코리안 타이거헌터"의 대담함과 실력은 외국에서도 인정할 정도였습니다

그런 조선군이 갯벌에 빠져 허우적대는 미 해병대를 작살내지 못했다는 것은 왜그럴까요?
이 해답은 미해군 전함의 함포에서 그 원인을 찾을수가 있겠습니다
상륙전부터 계속해서 이어지는 제압사격으로 광성보 영내는 이미 불바다였고
특히 함포의 폭열탄의 위력으로 말미암아 가연성소재인 목면배갑을 입은 병사들에게
쥐어져있는 병기는 상대의 눈동자 색깔이 보일정도로 근접해도 명중률이 보장될까 말까하는 화승총으로
이미 승패가 전투전에 결정난 최악중의 최악인 전투환경을 제공했다고 봐야합니다

그 상황하에서 아무리 갯벌에 상대가 돈좌되었다고는 하나 제대로 전투수행이 불가능한 조선군의 상황에서
명중탄을 기대하는것은 무리라고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