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러시아측 군사자료를 취급하는 전문사이트의 체츠냐 작전 기록중, 블랙샤크에 관한 기사를 번역 소개한 글입니다.

자료의 객관성을 위해서 위 자료 이외에도 체츠냐 작전에 관한 미국 랜드연구소의 논문자료와 위키피디어 및 관련 인터넷 기사를 참고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001년 봄, 체츠냐 전선의 러시아군은 독특한 형태의 헬기 2기를 인수받았다. 이중로터에 "주둥이(기수)"가 뭉텅한 이 헬기는 기존의 '달덩이(기수모양)"스타일의 러시아군 헬기들 보다는 확연하게 차이가 있었다. 기수가 앞으로 튀어나오고 동체폭이 줄어든 전체적으로 스마트한 이 기체는 처음에는 "늑대인간"으로 명명되었으나, 이후 "흑상어"로 개칭되었다. 기존의 러시아군 헬기보다는 훨씬 서구식 "공격헬기"의 형상을 한 이 헬기가 바로 Ka-50 "호컴 or 블랙샤크"다.

블랙샤크는 라이벌 제작사의 MI-28"해복"과 개발단계부터 경쟁상태였고, 1990년대초의 러시아군 차기 공격헬기 채택사업은 블랙샤크의 우세승으로 끝났다.해복의 초기 시제품은 여러면에서 블랙샤크를 능가하지 못했다. 이렇게 블랙샤크는 주력공격헬기로서 탄탄대로를 걷는듯 보였으나, 소련연방의 해체와 소련군의 러시아군으로의 재편성 과정에서의 극심한 혼란상은 블랙샤크의 생산여력을 앗아갔다.


러시아군은 기존의 무기를 유지관리하는데만도 벅찼다. 결국 소수만이 생산되어 러시아군에 배치되었다. 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만한 의미있는 숫자의 생산량을 확보하지 못한 블랙샤크의 미래는 어두웠다. 1990년대 내내 러시아군을 괴롭힌 체첸분쟁에서도 블랙샤크는 실전을 경험할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했다.


이렇게 사장되는듯이 보였던 블랙샤크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은 푸틴의 전쟁으로 불리는 "제2차 체첸 전쟁"이 1999년에 시작되면서 였다.

1996년경 휴전협정이 체결되어 잠잠해지는듯 보였던 체츠냐 전역은 체첸군이 인근 다게스탄을 침공하고 주변국을 위협하면서 지역내 안보를 담당하던 러시아군이 본격개입하게 된 것이 전쟁의 발단이었다.

전쟁은 러시아군의 전면개입결정으로 러시아군은 다게스탄에서 체첸군을 몰아냈고, 이어 체츠냐 본토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작심하고 군대를 개혁한 러시아연방군은 1차전쟁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고, 체첸은 다시 러시아연방의 통제권에 합류하게 되었다. 하지만, 체츠냐 지역은 여전히 산악지대에 은거한 반군으로 인해서 안정화는 요원한 상태였다.

2001년 1월, 러시아군 지휘부는 체츠냐 전역에서 신형헬기 "블랙샤크"를 실전운용하기로 결정했다. 비밀리에 2기 정도의 "블랙샤크"가 그로즈니 "북부" 비행장에 배치되었다. 러시아 지휘부에게는 신형헬기를 테스트하는 중요한 사업이었다. 블랙샤크의 운용 비행장의 이름과 위치는 기밀로 분류되어 공개되지 않았고, 현지를 촬영하도록 허가받은 소수의 기자들은 "눈을 가린채" 비행장으로 안내되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조종사들도 헬멧과 선바이저로 신분을 가린채였다.

블랙샤크는 "하인드" 공격헬기와 러시아해군의 KA-30헬기 등과 합동작전을 벌였다. KA-30은 공대지 수색레이더와 대함미사일을 운용가능한 신형헬기였다.

블랙샤크의 공격력은 총 2톤에 달하는 각종공격화기에서 비롯되는데, 전통적인 무유도 로켓에서 레이저유도방식의 대전차 미사일과 이를 통제할 신형 자동목표추적시스템, 그리고 30미리 기관포가 주요무기다. 특히 레이저유도 미사일과 자동목표추적시스템의 조합은 10킬로미터의 사거리와 900미리 반응장갑 관통력을 제공해 주었다. 이는 대전차 미사일 분야에서도 최고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블랙샤크는 시속800킬로의 스피드 덕에 고정익 항공기와의 교전력도 보유하게 되었다.
(필자주: 시속 800킬로라는 스펙은 필자가 참고한 글의 원저작자의 생각일뿐, 공식스펙은 급강하시 최고속도가 시속 390킬로 이고, 순항비행시 최고속도는 시속 270킬로 입니다.)



2001년 1월 9일,

블랙샤크와 하인드 콤비는 "콤소몰스코예" 인근의 반군 탄약고를 급습했다. 탄약고는 잘 위장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산악지형이어서 헬기의 기동공간이 부족했다. 블랙샤크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각도에서 목표를 향해 급강하하며 "무유도 로켓"을 퍼부어 탄약고를 완전히 날려버렸다. 그동안 "하인드"는 같은 장비로 반군의 관측초소를 파괴했다.


2월 6일,

블랙샤크 편대는 지원헬기부대와 함께 "센토로이" 남부의 반군 기지를 추적했다. 기지는 잘위장되어 있었고, 두 개의 강화된 건물로 구성되었다. 게다가 대공장비도 상당히 충실한 편이었다. 블랙샤크 편대는 레이저유도 미사일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3킬로미터 거리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건물 두 개를 모두 박살내어 버렸고, 잔존 세력들은 공격헬기부대의 일제 공격으로 제압했다.



2월 14일,

블랙샤크와 지원헬기팀은 "두바-유르트"와 "카투니" 지역에서 "자유사격"임무를 수행했다. 뚜렷한 목표가 있는게 아니라 지역내에서 수색후 파괴로 이어지는 재량작전인 셈이다. 이날, 시계가 좋지 못했음에도 공격헬기팀은 8개의 목표물을 파괴했다. 목표자동탐색추적장비의 기여가 컸던 작전이었다.

일련의 작전으로 블랙샤크에 대한 의구심은 확고한 명성으로 되돌아 왔다. 블랙샤크는 직접 비행하는 조종사는 물론이고, 하인드 조종사들에게 까지 찬사를 받았다. 특히 블랙샤크의 자동추적장비는 기체가 적 방공망에 노출되지 않고도 회피기동상태에서 레이저유도미사일을 운용가능하게 해주었다. 게다가 블랙샤크의 기동성과 민첩성은 종래의 러시아군의 헬기에 비해서 탁월해서 현장에서 엄호하던 하인드 조종사들 조차도 가끔은 블랙샤크를 시야에서 놓치곤 했다.

결론적으로 블랙샤크의 출현은 체츠냐 전역에 큰 충격을 주었다. 소수가 파견되어 전장에서 결정적인 효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그 심리적인 충격은 컸다. 덩치크고 둔한 하인드에 익숙했던 체첸반군들은 상당히 당황해 했다. 반면에 안전한 거리에서 사격이 가능해진 러시아 조종사들의 사기는 높아졌다.

블랙샤크의 활약상이 소개되면서 외국정부에서도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2001년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블랙샤크의 구매를 검토했고, 중국과 인도, 그리스와 스웨덴도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나,,,,
만사가 그리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의 현실은 많이 바뀌었다.

블랙샤크의 제작사인 "카모프"는 일찌감치 KA52엘리게이터를 개발했다. 엘리게이터는 블랙샤크를 베이스로 복좌형에 보다 발전된 자동추적시스템과 데이터링크 기능을 갖춘 공격헬기로 탄생되었다.

하지만, 과거의 패자가 다시금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했다. MI-28이 대대적인 성능개량으로 MI-28N이 되어 돌아왔다.

이 헬기는 종래 "블랙샤크"에게 기량에서 뒤져서 패했었다. 그러나 금번 신형은 달랐다.

"해복"이라고 불리는 이 기체는 엘리게이터의 성능 상당 부분을 커버하면서도 가격은 저렴했으며, 무엇보다도 현용 공격헬기의 추세인 "탠덤식"복좌형 공격헬기로 제작되었다. 엘리게이터의 병렬식 조종석 구조보다 작전시 훨씬 효율적이었고, 무엇보다 엘리게이터에 비해 기동성이 우수했다. 엘리게이터는 "블랙샤크"를 복좌형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중량증가로 기동성이 떨어진 상태였다.

결국, 2003년 러시아 군부는 대규모 공격헬기 부대의 재건을 위해서 비용대비 성능이 우수한 "해복"을 러시아군 표준 공격헬기로 채택했다. 2015년까지 총300대가 도입될 예정으로 현재 26대가 이미 도입되었다.

반면에 기능은 더 뛰어나지만, 충분한 숫자의 도입이 힘들것으로 예상되는 "블랙샤크"와 그 발전형인 "엘리게이터"는 러시아군 특수부대 지원헬기로 결정되었다. 블랙샤크는 현재 16기가 운용중이고, 엘리게이터는 2015년까지 총12대가 도입될 예정이다.

체츠냐 전역에서의 활약상에도 불구하고, 블랙샤크는 비용절감과 일정규모의 공격헬기부대 확보라는 러시아군의 현실적 목표 하에서 결국 뒷방으로 물러나 앉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