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요즘 쇼크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체방위역량에 대한 평가에서 저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편이지만, 한국군의 능력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분위기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앞으로는 글을 쓰더라도 그 점을 염두해두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공군의 전력수치가 너무 과소평가되었다는 부분에 대해 지적해볼까합니다.
걸프전은 그야말로 항공력에 대한 인식에 대해 일대변혁을 가져온 전쟁이었습니다.
맥아더는 2차대전 때 보여준 항공력의 능력에 대해 큰 감명을 받았던 듯 합니다.
그런 개인적인 평가는 이후 한국전쟁에서 크나큰 오판을 남기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중국군은 현대적인 공군력이 없기에 한국전에 개입한다면 UN공군이 이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할 것이다." 라는 견해를 밝혀 중국군의 개입가능성을 부정한 바가 있고, 이는 우리 자신들에게도 분단이라는 크나큰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요는 한국전쟁에서 항공력은 그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는 월남전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났습니다. 물론 월남전의 전장특성과 정치적 제약, 기술적 신뢰성등이 월남전에서의 항공력의 한계를 이끌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만, 일단 군사전략가들이 항공력에 대해 실망한 것은 사실입니다. 당시 거의 동시에 진행된 중동전에서 이스라엘 공군이 괄목할만한 전과를 보여주어 항공력의 가능성을 남겨두었고, 포클랜드 전쟁에서의 항공력 운용도 주목을 받은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항공력의 가능성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 계기는 걸프전입니다.
걸프전에서 다국적군은 항공력을 주전력으로 한 전쟁을 기획했고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적 지상군 전투력의 50%를 격멸했다는 평가를 얻어냈습니다. 항공력은 심리적 수준에서의 타격뿐만 아니라 물질적 수준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어 지상전에서 기록적인 교환비를 보여주는 역동력이 되었습니다.
이후 군사전략가들은 걸프전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코소보 전쟁에 개입하여 항공력만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역사 이래 최초의 항공력만의 전쟁 승리" 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코소보 항공전에 대한 분석에서 항공력에 대한 신뢰만큼이나 실망적인 사례들도 남겨졌습니다.-세르비아군에 대한 물질적 파괴효과가 기대치 이하였음-
이후 미군은 항공력중심의 군사개편을 시도하였고, 이러한 군사변환은 이라크 전쟁에서의 승리-현재진행상 승리가 아닐 수도 있지만-로 다른 국가군대의 지향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멋집니다!!! 저도 군사력에 있어 항공력활용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고있고, 그 가능성과 실제 보여준 능력에 격찬을 보내고 있습니다. 탄생한지 1세기도 되지않은 군대가 전세계의 중심전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자, 그런데...이런 항공력의 우위가 한국공군의 중심전력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그 동안 숱하게 제기했던, 독립작전능력의 부족-사실상 한국공군에 그런 능력이 있는지 의문-과 독자운용성의 부족, 선진국 수준의 전술적 운용을 불가-지원전력도 문제지만 미군이 보여준 표준적인 중고도 정밀타격능력은 사실상 초보단계-와 같은 한국공군의 능력을 낙관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요소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어쩌면 너무도 추상적인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걸프전 당시 투입된 항공력과 현재 항공력의 비교, 특히 전투기 전력에 대해 비교해보겠습니다.

우선 걸프전에 투입된 항공기를 대충 추려보면

F-15 230기
F-16 249기
F-111 84기
F-117 42기
A-10 144기
F-14 110기
F-18 200기
A-6 115기
토네이도 130기
재규어 26기
해리어 60기
여기에 F-4G, B-52, 기타 잡스런 전투기들-쿠웨이트공군의 A-4 같은-전투기들이 추가되겠습니다.

제가 숫자를 언급한 기종의 합계만 1390기입니다.
걸프전에 투입된 총 고정익 항공기 숫자는 3000여기이고, 이중 전투용 항공기로 구분할 수 있는 전력은 1800기에 달한다고 합니다. 전투기로 구분할 수 있는 전력을 그냥 툭 잘라서 1500기로 하죠.

이에 비해 한국공군의 전력은-F-15K는 일단 제외, 전력지수작성시기상 반영 안 되어 있으므로-
대충대충해서
KF-16 140기
F-16 40기
F-4E 96기
F-4D 64기
F-5E 184기
총 520기가 조금 넘는 전력입니다.
구형전투기가 너무 많이 포함되어 있군요.
보기 쉽게 환산하면 이 전력은 F-16전투기 300기가 제공할 수 있는 전투력을 제공한다고 평가됩니다.

그냥 쉽게 비교해서 1500기:300기라고 평가하죠. 솔직한 제 심정은 F-15급 전투기가 F-16전투기의 두배 능력을 보여준다고 평가되고, F-117같은 스텔스전투기의 존재, B-52같은 대폭장능력을 고려하면 이렇게 비율을 내주는 것도 너무 관대해서 돌맞는게 아닐까 걱정됩니다.

단순수치만으로도 한국공군은 걸프전에 투입된 항공력의 20% 수준의 능력 밖에 안 되는 겁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전자전기, 조기경보기같은 지원전력과 균형잡힌 항공력을 고려해보면 10%수준이라고 생각해도 과한게 아닐까 쉽습니다만.

걸프전에서 다국적군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한국공군의 다섯 배, 실제로는 10배이상의 항공력으로 전쟁을 했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