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를 자랑했던 한국 조선 산업이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함께 해양 플랜트 분야의 적자로 인해 국내 3대 조선사 모두 2년 연속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민간 조선분야가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는 것과 달리 군용 함정을 건조하는 특수선 분야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한국은 그 동안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조선 산업을 바탕으로 각국 해군이 주문한 보급함과 상륙함 등의 다양한 지원함을 건조한 바 있다. 그러나 높은 부가가치를 지니는 전투함정 수출은 올해부터 겨우 본격화되어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이 인도네시아 해군용 1,400톤조선해양은 말레이시아로부터 미사일 초계함 6척을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6척 중 3척은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되어 2018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고, 나머지 3척은 블록 형태로 말레이시아 퍼칸에 위치한 탄중 아가스 조선소에 보내져 대우조선해양과 협력 하에 최종 조립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역시 필리핀 해군 차기 수상함 사업의 양대 사업자로 선정됨은 물론,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인도 Garden Reach Shipbuilders & Engineers Ltd사가 기술평가에서 부적격 평가를 받음에 따라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위기에 빠진 한국 조선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이며, 한국 방산 수출의 새로운 동력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수상전투함과 잠수함 수출에 관련된 다양한 분석을 통해 한국형 전투함의 수출경쟁력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 반가반두 프리깃의 교훈

[사진 1] 태국 해군의 차기 호위함으로 선정된 대우조선해양 DW 3000H 프리깃. 규모면에서 한국 해군의 신형 대구급 호위함과 유사하지만 보다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요구받았다.

  최초로 수출된 전투함으로 대우조선(현 대우조선해양)이 1997년에 건조를 시작해 방글라데시에 2001년에 수출한 만재배수량 2,370톤급 프리깃 반가반두함이 있다.
  반가반두Banga-bandhu함은 대우조선이 자체개발한 DW 2000H 고유모델을 바탕으로 건조된 전장 103.7m의 함정으로 76mm 함포 1문, 대함미사일 4발, 해상작전헬기용 이착함 시설을 채용한 전투함이다.
  이 전투함의 함명은 1971년에 파키스탄으로부터 방글라데시가 독립하는데 크게 공헌하여 반가반두(Banga-bandhu : 벵골의 친구)라는 별명을 얻었던 정치가이자 당시 하시나 총리의 아버지인 세이크 무지부르 라만을 기려 ‘BNS 반가반두’함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 국방부의 지원

  국내 최초의 전투함 수출사례인 반가반두함 수출에는 누구보다 국방부의 역할이 컸다. 방글라데시 해군은 대우조선이 이 정도 규모의 대형 함정을 건조 및 수출한 경험이 없음을 들어 한국 해군에게 품질 보증을 요구했었다.
  무리한 요구였지만 국방부는 이를 받아들였으며 동시에 한국 해군은 방글라데시측이 요청한 함정 운용 요원들에 대한 위탁훈련 수락, 방글라데시 해군 장교를 한국 해군의 UDT 신병훈련캠프에 참가시키는 등의 지원을 제공했다.
  그 결과 반가반두함은 최초의 유기적 민군협력을 통한 방산수출 사례가 되었지만, 동시에 정치가 불안정한 국가에 대한 전투함 판매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 주는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 함명 변경

[사진 2] 최초의 전투함 수출사례인 방글라데시 해군의 반가반두함은 방글라데시의 복잡한 정치사항으로 인해 두 번이나 함명이 바뀌었다.

  반가반두함은 방글라데시 해군의 함정 수락평가를 성공적으로 통과하고 2001년 6월 20일에 진수했다. 그러나 2001년, 반가반두함을 주문한 세이크 하시나 와세도 총리 정권이 선거에 패배하면서 들어선 신정부는 반가반두함의 입찰과정에서 비리가 있음은 물론, 소나를 비롯한 38개 분야에서 결함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가장 저렴한 6,800만 달러를 제시한 중국이 아닌 4번째 가격에 해당하는 9,997만 달러를 써낸 대우조선이 선정된 배경에는 강력한 로비와 부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세이크 하시나 와세도 총리와 해군참모총장이 구속되었고, 진수된 지 1년만인 2002년에 반가반두함이 퇴역하는 초강경 조치가 내려졌다.
  그러나 반가반두함의 소나체계 문제는 방글라데시 해역의 강한 조류와 해군의 운용미숙으로 일어난 문제였음이 드러났고, 기타 고장 역시 초도함의 특성상 발생하는 일반적인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로비의혹 관련자들 역시 보석금을 지불하고 풀려나는 등 전체적으로 정치 보복적인 성격이 강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2006년에 반가반두함은 중국이 개발한 FM-90N 대공미사일이 추가 장착됨과 동시에 2007년 다시 현역으로 복귀하였다. 이 때 정치적인 이유로 함명이 반가반두함에서 칼리드 빈 왈리드함으로 변경되었다가, 다시 세이크 하시나 와세도 총리가 승리해 집권한 2009년 이후에 반가반두함으로 함명이 되돌아 왔다.

● 오해와 상처

  반가반두함은 재취역 이후 배타적 경제해역 순찰, 태풍과 해일로 인한 재난구조, 2008년 미얀마의 영해 갈등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활발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 실적을 예로 들며 재집권한 세이크 하시나 와세도 총리는 반가반두함의 도입이 방글라데시 해군의 전력강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며 과거 반가반두함을 비난한 집권여당을 비판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사실 상처는 컸다. 군사 전문가들이 기본적인 바이블로 삼고 있는 제인연감 전투함Jane’s Fighting Ships 2002~2003년 판에는 반가반두함에 대해 ‘지난해 인도받았으나 함정 운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있어 지난 2월 수리를 보냈다’고 서술하고 있다.
  호주에서 발간되는 Warship International Naval News 역시 ‘반가반두함에 장착된 부품에 기계적 결함이 있어 제작사인 대우조선이 회수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부정적인 기사를 싣기도 했다.
  반가반두함 사례 이외에도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 필리핀 공군이 숙원사업으로 도입한 FA-50PH에 대해, 새롭게 당선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FA-50 구매 비용으로 필리핀 남부에서 외국인 납치·살해를 일삼는 무장단체 아부사야프를 추적하기 위한 헬리콥터와 고속정을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었다.
  이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 중국적인 성향과 무관하지 않으며, 정치가 불안정한 3세계 국가에 대한 수출은 엉뚱한 정치적 구설수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음을 다시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4월에 태국 해군과 신형 호위함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태국 해군은 신형 호위함 1척의 건조 이외에, 대우조선해양의 도움을 받아 태국 국내에서 1척의 함정을 추가로 건조할 계획이다.
  태국이 주문한 호위함 1척의 계약규모는 1억 4,600만 바트,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4억 7,000만 달러로 과거 스페인에서 건조한 3억 3,600만 달러짜리 경항공모함 HTMS 짜끄리 나르벳Chakri Naruebet보다 비싼 태국 해군 역사상 가장 고가의 함정이다.

[사진 3] 한국 해군에서 퇴역하여 오버홀을 거쳐 콜롬비아에 공여해 준 안양함(PCC-755). 콜롬비아 독립 운동가의 이름을 따 나리뇨라는 함명으로 개명되었으며, 콜롬비아의 요구에 따라 무장체계가 교환되었다.

● 험난한 계약과정

  태국 해군은 미국 해군에서 2척의 중고 녹스Knox급 함정을 원조 받아 운용하고 있었지만 노후화가 심각해짐에 따라 이를 대체할 신형 함정 2+1(예산이 허락하면 1척 추가) 건조를 발주했다.
  태국 해군의 발주에 따라,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 등의 13개 업체가 응찰했으며, 대우조선해양 역시 자체 설계한 DW 3000H 모델로 참여했다.
  사업 초창기 대우조선해양은 전장 114m, 폭 13.8m, 흘수 3.9m, 배수량 3,000톤급에 가스터빈엔진 없이 디젤엔진만 탑재된 염가형 설계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태국 해군이 배수량 확장 및 고속기동을 원함에 따라 기본 설계를 크게 수정한 결과 최종 제안형 DW 3000H는 전장 122.5m, 폭 14.4m, 만재배수량 3,650톤의 대형 함정이 되었다.
  추진체계 역시 2대의 디젤엔진과 1대의 가스터빈엔진을 조합해 30노트 이상의 고속항해가 가능한 구조로 변경되는 등 전체적으로 대구급 호위함(울산-I Batch II)과 비슷한 수준의 함정으로 다시 태어났다.
  기존 중국제 나레수안Naresuan급 호위함과 비교하면 항속거리는 18노트 기준 4,000nm으로 동일하지만 선체 규모 확장으로 Sea State 6에서도 임무수행이 가능하고 승조원도 150명에서 136명으로 축소되었다.

[사진 4] 태국 해군에 제안된 초기형 DW 3000H 프리깃. 현재 확정 설계안과 비교하면 거의 다른 함정에 가깝다.

● 전투지휘체계 특성

  태국 해군의 신형 호위함은 대우조선해양의 옥포조선소에서 2015년 8월에 강재절단을 시작했으며 2018년 8월에 태국 해군에 인도되어 일련의 시험을 거친 후 취역할 예정이며 헐 넘버는 FFG-471로 예정되었다.
  2015년부터 논의된 옵션 1척은 태국의 경제 및 예산집행 사정에 따라 건조가 집행될 예정이며 대우조선해양의 지원을 받아 태국의 Mahidol Adulyadej 해군공창에서 건조될 가능성이 높다.
DW 3000H를 통해 국내의 전투함정 기술이 거의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태국 해군용 DW 3000H는 전투체계로 스웨덴 SAAB사가 개발한 9LV Mk 4 전투체계와 레이더, 독일의 Atlas Elektronik사가 제공하는 대잠체계를 채용했다.
  한국형 전투체계와 무장이 포함되지 못한 것에는 아쉬움이 남지만, 태국 해군은 처음부터 9LV Mk 4 전투체계와 무장체계를 직접 요구했다. 이는 태국 해군이 2010년대 이후 나레수안급 호위함이나 짜끄리 나르벳 경항공모함 개량사업, 싱가포르에 발주한 앤듀런스Endurance급 상륙함인 앙통Angthong함에 꾸준히 SAAB사의 전투체계를 적용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나 나레수안급 개량사업에 9LV Mk 4 전투지휘체계가 사용되었으며 내장된 스웨덴의 독자개발형 TDLTactical Data Links을 통해 태국 공군이 사용하는 12대의 JAS-39 그리핀 전투기와 합동작전이 가능하다.
  주요 성능을 보면, 15대의 다목적 콘솔을 통해 다양한 임무의 수행은 물론, 제한적이나 기함으로써 우군 함정에 대한 지휘통제 임무도 가능하다.

■ 태국형 DW 3000H 무장체계

  태국 해군형 DW 3000H는 CEROS 200 화력통제레이더, SEA GIRAFFE AMB 3차원 대공레이더, GIRAFFE 4A 장거리 체적탐색 레이더를 탑재한다.
  이 중 CEROS 200은 76mm 함포와 RIM-162 ESSM 함대공 미사일 유도에 사용되며, SEA GIRAFFE AMB는 C밴드를 사용해 근접한 100~180km 거리내의 수상함, 전투기, 대함미사일을 탐지하는 다목적 탐색레이더다. GIRAFFE 4A 체적탐색 레이더는 S밴드를 사용해 최대 280km거리 밖의 대공 표적을 탐지하는 장거리 3차원 대공레이더다.

[사진 5] 2015년에 RIM-162 ESSM 발사에 성공한 개량형 Naresuan급 호위함. 태국형 DW 3000H에 장착될 전투체계 및 레이더가 동일하므로 DW 3000H용 대공전투 체계의 간접적 실증으로 볼 수 있다.

● 기존 시스템 활용

  태국은 나레수안급에 이미 CEROS 200과 3차원 탐색/추적 레이더인 SEA GIRAFFE AMB 레이더를 개량 장착함은 물론, 본 레이더 체계를 활용해 미국제 RIM-162 ESSM(사거리 50km)을 발사하는데 성공했다.
  즉, 태국 해군은 기술적 모험과 신뢰성 입증이 필요한 새로운 시스템 대신에 이미 실적이 증명된 레이더 및 전투체계와 무장을 원했던 것이다. 신형 레이더 시스템은 함교 상부 마스트에 장착된 스텔스 실드 역할을 겸하는 원뿔형 레이돔 안에 설치되며, 이를 통해 레이더 스텔스 성능향상 및 외부환경으로부터의 보호를 제공받는다.
  태국형 DW 3000H 전투함은 함대공 무장으로 Mk 41 수직발사기 8셀을 탑재할 뿐이지만, RIM-162 ESSM은 하나의 셀에 4발이 들어가는 쿼드팩 구성이 가능해 최대 32발을 운용할 수 있다.
  대공전 방식은 SEA GIRAFFE AMB가 표적의 3차원 좌표를 추적해 표적 데이터를 제공하면, 장착된 2대의 CEROS 200 화력통제 레이더를 사용해 2개 표적에 대한 동시교전이 가능하다.
  RIM-162 ESSM은 기본적으로 자함 방어용으로 개발되었지만 최대 사거리가 50km에 이르러 주변에 위치한 항공모함이나 상륙함 등에 대한 한정적인 대공 우산 제공이 가능하다.

[사진 6] DW 3000H를 통해 국내의 전투함정 기술이 거의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주요 무장시스템

  태국 해군용 DW 3000H는 함포로 이탈리아 오토멜라라사제 76mm 함포 1문과 함께, 근접한 고속정 등에 대응할 수 있는 DS30M Mk 2 30m 기관포 2문을 장착한다. 그리고 대공 및 다목적 임무용으로 함교 전방에 팔랑스 Block 1A CIWS 1문을 장착한다.
  여기서 DS30M Mk 2는 미국 해군 이지스함 콜호를 상대로 일어난 자살폭탄 보트 테러에 대응해 개발되었고, 함정의 사격통제체계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사용하는 기관포 체계는 Mark 44 Bushmaster II 기관포로 자살폭탄 보트나 남중국해 일대에 흔한 해적 대응 등의 비정규전 임무에 특화되어 있다.
  함대함 미사일로는 RGM-84 하푼 대함미사일 8발을 탑재하며, 대잠전을 위해 Mk 32 3연장 324mm 경어뢰 발사관 2문과 함께 Mk 44/46 및 Stingray 경어뢰를 장착하고 있다.
  태국 해군은 차기 프리깃을 주문하면서 기존에 실적을 증명한 전투지휘체계 장착을 처음부터 요구함에 따라 전투체계 대부분이 스웨덴 장비로 채워져 있다.
  시기적으로도 태국 호위함 협상 당시에는 울산-Ⅰ급 사업이 한참 진행되던 시점인 만큼 신뢰성이 입증된 한국형 전투지휘시스템을 제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무장면에서도 SSM-700K 해성은 미국제 RGM-84 하푼보다 고가이며, 해궁 SAAM 체계 역시 2016년에나 실전 배치가 가능한 만큼 대우조선해양이 제안할 수 있는 전투체계 자체가 없었다.
  덕분에 부가가치면에서는 큰 이익이 없었지만, 자국제가 아닌 스웨덴이 개발한 9LV Mk 4 전투지휘체계 통합경험을 축적함에 따라 차후 다양한 국가의 전투지휘체계 통합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다.

[사진 7] 인도 가든리치사가 태국에 제안한 Kamorta급 프리깃. 러시아와 서방에서 도입한 기술을 기반으로 독자 개발한 함정이다.

[사진 8] 현대중공업이 필리핀에 제안한 HDW 3000 프리깃은 사실상 한국 해군이 운용중인 인천급(울산-Ⅰ Batch Ⅰ급)과 동일한 함정으로, 기존 실적함이 있다는 점이 보다 유리하게 작용하였다.

■ 필리핀 차기 호위함 사업

  필리핀 해군은 점증하는 중국 해군력에 대응해 현대화된 신형 호위함 2척을 건조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필리핀 해군이 책정한 예산은 2척의 호위함 건조에 160억 페소로, 척당 약 4억 1,000만 달러에 만재배수량 3,500톤급의 다목적 수상함 건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치열한 경쟁구도

  필리핀 해군의 발주에 따라 인도의 가든리치Garden Reach Shipbuilders & Engineers Ltd사, 한국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스페인의 나반티아가 참여하여, 현대중공업과 인도 가든리치가 양대 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현대중공업은 울산-I BatchI(현재 인천급)을 기반으로 HDW 3000 모델을, 대우조선해양은 울산-I BatchⅡ(현재의 대구급)을 기반으로 한 보다 발전된 모델을 제안했다. 필리핀 해군의 선택은 저렴하고 신뢰성이 입증된 설계였고, 그 결과 실적함이 존재하는 인도의 가든리치와 현대중공업이 양대 협상자로 선정되었다.
  지난 4월, 최종 협상에서 가든리치는 요구된 사업예산(160억 페소)보다 9억 5,000만 페소가 낮은 150억 470만 페소를 써냈고, 현대중공업은 157억 4,400만 페소를 써내 결국 가든리치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지난 6월 29일, 필리핀 국방부 차관 Fernando Manalo는 STAR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도의 가든리치가 일부 사전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다시금 사업자가 뒤바뀔 가능성이 존재하며, 현대중공업이 재선정될 경우 함정은 물론, 한국형 전투지휘체계와 무장체계의 공동 수출을 기대할 수 있다.

[사진 9] 한국 해군이 4척을 운용중인 인천급 프리깃. 인천급의 등장과 함께 개발된 한국형 전투지휘체계, 각종 레이더와 소나체계로 인해 한국형 수상함의 수출경쟁력은 크게 향상되었다.

● 청상어 수출 성공!

  흥미로운 사실은 필리핀 해군이 차기 해상작전헬기로 한국 해군과 동일한 AW159 와일드캣 2대를 선택한 결과, 한국제 청상어 경어뢰가 필리핀 해군용 경어뢰로 선정되었다는 점이다.
  사업규모는 전투용 청상어 4발과 재사용이 가능한 훈련탄 8발을 합쳐 70억 원 정도로 큰 액수는 아니지만, 첫 수중무기 수출이어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필리핀이 청상어를 선택한 이유는 한국용 AW159에 이미 통합되어 있어 추가적인 무장통합 비용이 소요되지 않으며 영국이 자국산 Stingray 경어뢰를 현재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경쟁 경어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성능대 가격 효율이 우수하고 연안작전에 특화된 것도 주요 선택요인이 되었다.
  LIG넥스원은 향후 필리핀이 추가로 청상어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고 기존 청상어 경어뢰에 대한 유지보수도 담당할 예정인 만큼 현 수출액의 2배 이상을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 10] 한국 해군이 도입중인 AW159 와일드캣 해상작전헬기. 필리핀 해군도 동일한 AW159를 주문함에 따라, 한국형 청상어 경어뢰가 필리핀에 수출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 한국 해군의 측면 지원

  필리핀의 차기 호위함 사업에 앞서 한국 해군은 2014년 6월에 당시 퇴역한 포항급 초계함과 LCU급 상륙정 1척을 필리핀에 무상공여하기로 결정했다.
  국방부는 함정 공여가 과거 6·25 전쟁 당시 필리핀이 참전한 것에 대한 보답차원이라고 밝혔지만, 공여시점이 필리핀이 발주한 차기 호위함 사업과 상륙돌격장갑차 사업과 맞물려 있어 국내업체에 대한 지원사격이 분명 포함된 것이었다.
  그 후, 필리핀은 한화테크원이 생산하고 있는 KAAV 7A1 상륙돌격장갑차 8대를 주문하였고, 현대중공업 역시 차기 호위함 사업 양대 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다.
  필리핀에 대한 함정 공여가 현실적으로 녹녹치 않은 것은 노후한 함정을 그대로 제공하는 것이 아닌, 장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창정비를 수행한 이후 제공하므로 상당한 예산부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리핀 해군에 대한 훈련 역시 한국 해군이 담당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정치적인 면에서도 필리핀에 대한 함정 공여가 발표된 직후인 6월 10일,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가 외교부와 국방부를 방문, 공여계획을 취소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의 도서 영유권을 둘러싸고 필리핀과 분쟁관계에 있기 때문이며, 그 이전 필리핀에 대한 FA-50PH 판매 당시에도 중국은 불편한 심기를 노출한 바 있다.

■ 수상전투함 수출 경쟁력

  앞서 언급했듯 한국 조선업계는 2001년 반가반두함을 시작으로 2013년 4월에 태국 해군과 신형 호위함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얼마전에는 현대중공업이 필리핀 차기 호위함 사업의 양대 후보로 선택되기도 했다.
  그 동안 국내 수상 전투함 수출의 최대 문제점은 선박 설계 및 건조능력은 우수하지만 내부에 장착된 전투지휘체계와 레이더, 소나 등의 센서체계, 무장체계 전부를 해외업체에 의존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울산-I급으로 대표되는 한국형 호위함 사업 덕분에 현재 일부 동력기관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전투지휘체계와 센서체계, 무장체계가 국산화됨에 따라 수출경쟁력 증대는 물론, 훨씬 높은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게 되었다.

● 전투지휘체계 국산화
 
  국내에서는 독도함과 윤영하급을 시작으로 국산화된 전투체계를 실용화한 이래 지속적으로 국산 전투체계 개량을 진행해 왔다.
  한국형 전투지휘체계는 모두 민간용 상업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COTScommercial-off-the-shelf 기술을 적용해 개발되었으며 운용환경이 윈도우 환경과 비슷해 컴퓨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큰 훈련 없이도 운용이 가능하다.
  하드웨어는 독립된 콘솔로 구성된 완전 분산식이어서, 각각의 콘솔이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고장이나 기타 상황 시에도 손쉽게 대처가 가능하다. 그리고 오픈소스 체계를 도입하고 있어 다양한 종류의 새로운 센서체계와 무장체계를 손쉽게 통합할 수 있다.
  현재 한국형 전투지휘체계는 인천급 호위함(Batch Ⅰ)용 한국형 전투체계를 Baseline 2.0으로, Batch Ⅱ급의 전투체계를 그 발전형인 Baseline 2.31로 구분하고 있다.
  Baseline 2.31 계열 모델은 Batch Ⅱ급 이외에 광개토대왕급 성능개량 사업, 장보고-Ⅰ(209급)급 잠수함 성능개량 사업에도 적용되고 있고 태국 해군용 DW 3000H 프리깃이 채용한 9LV Mk.4 전투지휘체계와 동급의 성능을 자랑한다.

[사진 11] 최근 진수된 울산-I Batch Ⅱ급 초도함인 대구함. 한국형 수직발사기와 해궁 함대공 미사일, 홍상어, 전기추진시스템 등을 탑재하고 있다.

● 센서체계 국산화

  울산-I급은 공히 CEROS 200 화력통제 레이더와 동급 성능의 한국형 SPG-540 화력통제레이더와 S밴드를 사용하는 탐지거리 250km급의 SPS-550K 장거리 체적탐색 레이더를 탑재한다.
  SPS-550K는 탈레스 네덜란드의 SMART-S Mk Ⅱ와 동급의 성능을 자랑함은 물론, AESA 기반을 갖추고 있어 향후 소프트웨어 개량만으로 다양한 성능 확장이 가능하다. 대잠전용 소나체계로 울산-I급에는 유럽제와 동등 성능을 자랑하는 SQS-240 헐마운트 소나를 탑재하며, 현재 국내에서는 MFTAMulti-Function Towed Array소나와 저주파 능동소나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생존성 향상체계로 소나타 전자전 체계, SLQ-261K 어뢰기만 체계가 존재하고, 울산-I Batch II에서는 독일 Rheinmetall Defence사가 개발한 MASSMulti Ammuni tion Soft-kill System 기만체계 면허생산형이 장착되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전자광학 시스템으로 전자광학 추적시스템EOTS Electro-Optical Targeting System 체계, 적외선 탐지 및 추적IRSTInfra-red search and track 시스템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하였다.
  결국 한국은 센서체계부터 기만체계에 이르는 전체 시스템을 국산화하여 가격 경쟁력 확보는 물론, 향후 성능개량 사업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 12] 인천급에 탑재된 SPS-550K 장거리 체적탐색 레이더. 탈레스사의 SMART-S Mk Ⅱ와 동급으로 AESA 기반을 갖추고 있어 향후 소프트웨어 개량만으로 다양한 성능 확장이 가능하다.

● 무장체계 국산화

  국내에서는 현대위아를 통해 분당 100발의 발사속도를 자랑하는 76mm 경량 함포가 개발되어 생산되고 있으며, LIG넥스원을 통해 SSM-700K 해성 대함미사일, 청상어 경어뢰, 홍상어 대잠로켓이 생산되고 있다.
  핵심적인 함대공 미사일의 경우, 울산-I Batch II급부터 RIM-116 RAMRolling Airframe Missile Block Ⅰ이나 MICA-VL보다 우수한 해궁 함대공 미사일 체계가 장착될 계획이다.
  해궁은 Ku밴드 능동 레이더 시커와 함께 SM-2 Block IIIB와 유사한 돌출형 IIR시커를 갖추어, 레이더 유도 및 IIR 유도 모두를 사용하는 이중유도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전체적인 미사일의 규모는 RAM이나 그 개량형인 RAM Block Ⅱ나 경쟁체계인 프랑스제 MICA보다 대형화되었고, 개발사인 LIG넥스원은 해궁이 현용 대함미사일 외에도 차기 대함미사일과 항공기, 항공기 탑재형 유도폭탄 대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체 사거리 등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교전거리는 아음속 대함미사일에 대해 12~15km, 항공기에 대해 20km 내외로 추정되며, 능동 레이더 유도방식으로 인해 동시 다목표 교전이 가능하다.

[사진 13] 한국형 해궁 함대공 미사일은 RIM-162 ESSM 이후 보편화되고 있는 쿼드팩 구성을 통해 수직발사기의 미사일 탑재량을 증가시켰다.

● 추진시스템의 국산화

  서방측 수상전투함에 사용되는 가스터빈엔진과 디젤엔진은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에 의해 사실상 독과점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엄청난 개발비와 높은 기술력을 고려할 때 향후 국산화하기 어려운 품목이다.
  때문에 국내 추진시스템 개발은 기존 가스터빈엔진과 디젤엔진을 조합하여 가장 높은 효율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통합기술에 맞추어져 있다.
  그 동안 국내에서 건조된 전투함정 추진시스템은 필요한 속도에 맞추어 디젤엔진과 가스터빈엔진을 각각 사용하는 CODOGCOmbined Diesel Or Gas turbine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현재는 윤영하급을 통해 디젤엔진과 가스터빈엔진 추진력을 함께 사용하는 CODAGCOmbined Diesel And Gas turbine 추진시스템 기술을 축적했다. 울산-I Batch II급을 통해서는 15노트급 속도 이하에서는 디젤발전기와 전동기를 사용하고, 그 이상의 속도에서는 가스터빈을 사용하는 CODLOGCOmbined Diesel-electric Or Gas turbine 추진시스템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현재 널리 활용되는 전기추진시스템은 복잡한 기술 채용 없이도 매우 낮은 소음 레벨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소 10% 이상의 연비향상 효과를 갖추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다.
  울산-I Batch II급을 위한 MT30 가스터빈엔진과 MTU 4000 계열 디젤엔진 발전기 세트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DRS사제 PM(permanent-magnet : 영구자석형) 전동기는 현재  효성을 통해 면허생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기술과 채산성 문제로 인해 국산화가 곤란한 가스터빈엔진과 디젤엔진 이외에 현재 핵심적인 전동기 체계와 전력분배 체계를 국산화하고 있어 향후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함정 전투지휘체계부터 센서, 무장, 추진시스템에 이르는 광역적인 국산화를 달성하였는데 이는 가격 경쟁력을 넘어 전투체계 결함문제 해결에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현대식 전투함정은 전투지휘체계와 센서체계, 무장이 전부 연동되어 있는 만큼, 문제가 발생하면 정확한 원인파악이 어렵고 서로에게 결함을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
  이 때 국산화된 시스템이 없다면 제대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시행착오 과정에서 납품시기가 늦어지는 등의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 해군을 통해 신뢰성이 증명된 전체 체계가 존재하는 만큼, 향후 전투함 판매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 수출

  한국은 독일로부터 장보고급(209급) 잠수함 9척을 도입했다. 이 때 면허생산을 통해 기술을 축적함은 물론, 당시 대우조선(현 대우조선해양)은 일종의 절충교역으로 장보고급에 대한 오버홀 자격을 얻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장보고급 건조경험 및 오버홀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해군이 1981년에 도입한 209급-1300형 KRI Cakra급에 대한 오버홀 사업을 수주하여 2006년에 성공적으로 작업을 마무리했다.

[사진 14]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인도네시아 수출형 1,400톤급 잠수함 진수식 장면이다. 동급 3척이 건조될 계획이며 나머지 함정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조립할 예정이다.

● KRI Cakra급 개량사업

  인도네시아 해군은 대우조선해양의 오버홀 능력을 높이 평가했고, 이때의 경험은 KRI Nanggala 402함에 대한 성능개량 사업수주로 이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인도네시아 해군의 발주에 따라 2010년부터 성능개량 작업을 시작해 25개월 동안 함수에서 함미까지 복합재 상부구조물을 교체함은 물론, 노후화된 추진기관까지 교체했다.
  소나체계 역시 미국 L3사의 8300 패시브 소나 체계로 교체했다. 핵심적인 전투지휘체계 역시 212급 잠수함에 적용된 노르웨이 Kongsberg사의 MSI-90U Mk 2로 교체했다. 성능개량을 통해 패시브 소나 탐지능력이 크게 강화됨은 물론, 6개 표적에 대한 동시 공격이 가능하게 되었다.
  성능개량은 단순히 전투지휘체계의 개량으로 끝나지 않고 상부 복합재 구조물과 배관체계 교체를 통해 안전 잠항심도가 기존 200m 수준에서 257m로 강화되었고, 최대속도 역시 기존 21.5노트에서 25노트로 크게 강화되었다.
  결국 인도네시아 KRI Nanggala 402함은 기골구조와 HY-80 강판 이외에 거의 모든 체계를 교체하는, 잠수함 재건조로 호칭될 수준의 대규모 개량을 적용했다.

● 최초의 잠수함 수출

  대우조선해양을 통한 오버홀과 성능개량 사업 성공은 2011년 12월, 인도네시아에 대한 최초의 잠수함 수출로 이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인도네시아 국방부가 발주한 수출형 209-1,400톤급 잠수함 3척을 11억 달러에 수주했으며, 이는 역대 국내 방산수출 계약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된다.
  대우조선해양이 209급을 기반으로 설계한 수출형 잠수함은 수상배수량 1,460톤, 수중배수량 1,600톤, 최대속력 21노트이다. 그리고 내부 전투시스템은 훈련 및 정비체계 호환을 위해 성능 개량된 KRI Nanggala 402함과 동일한 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새롭게 중주파 대역을 탐지하는 FAS(프랭크 어레이 소나)가 추가되었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3척의 잠수함 중 1번함은 얼마전 옥포조선소에서 진수되었으며, 2번함은 인도네시아 기술진의 참관 하에 한국에서 건조된다. 마지막 3번함은 인도네시아 국영 조선사인 PAL이 수라바야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조립 건조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측이 자국의 조선 기술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림수가 깔려 있지만, 현재 얼마간의 조선기반이라도 보유한 국가들은 자국 기술력 습득 및 고용유지를 위해 잠수함이나 군용 선박을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잠수함 인프라 구축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3척의 잠수함은 설계와 건조 모두 국내 기술로 이루어졌지만, 내부 지휘통제시스템과 센서체계는 모두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국내 잠수함 산업 인프라가 취약해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현재 장보고급 개량사업  과 장보고-Ⅲ급 사업을 통해 잠수함 기반 인프라가 조성되고 있다.
  2014년 7월 18일, 대우조선해양은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장보고-I(209급) 잠수함 3척을 1,790억 원의 사업비로 성능 개량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개량 내용은 노후화된 ISUS-83 전투체계를 한국형 전투체계 Baseline 2.31로 교체함과 동시에 잠망경 체계 등을 신형으로 교체하고 기타 무장운용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잠수함에 적용할 수 있는 전투지휘체계가 국산화됨은 물론, 외국제 소나와 무장체계에 대한 연동경험을 축적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장보고-Ⅲ 건조 사업을 통해 핵심적인 소나체계, 전투지휘체계, 배터리 체계, 연료전지 체계, 전동기 체계가 국산화됨에 따라 향후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향후 시장전망

  한국 해군은 2001년에 반가반두함을 시작으로 2013년 4월에는 태국 해군용 신형 호위함 건조계약을 체결하였고, 얼마 전에는 현대중공업이 필리핀 차기 호위함 사업의 양대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 수상전투함 수출은 주로 동남아시아나 방글라데시와 같은 제3세계 국가에 집중되고 있다.
  유럽 지역은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조선 산업이 존재하고, 국가들 사이에 강력한 정치적, 군사적 유대관계 및 절충교역 관계로 묶여 있어 진출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은 아예 전투함은 자국 내의 조선소에서만 건조하도록 법적으로 구속하고 있으며, 중동지역은 미국 및 유럽과의 강력한 정치, 군사적 연대를 가지고 있어 역시 진출이 용이하지 않다.
  결국 한국 조선업계가 진출할 수 있는 곳은 동남아시아나 중남미 국가로 한정될 수밖에 없으며, 현재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 해양군사력 증가에 대응해 적극적으로 해군력 증대에 나서고 있다.

[사진 15] 필리핀 공군이 운용중인 FA-50PH 경전투기. 필리핀은 중국과 대립중인 만큼, 중국측이 외교적으로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 베트남 해군력 증강

  베트남은 1979년 중국과 국경분쟁을 겪음은 물론, 지금도 파라셀 군도에서 중국과 대립하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의 세력 확장에 대응해 러시아로부터 Su-27/30 전투기 45대를 구매한데 이어, 러시아에서 636 킬로급 잠수함 6척과 함께 종말단계에서 마하 3의 초음속 다트Dart탄두를 발사하는 클럽 잠대함 미사일을 구매하였다. 636 킬로급은 수중배수량이 3,000톤이 넘는 중형급 잠수함으로 수심이 낮은 베트남 해역 운용면에서 일부 문제가 있지만, 그럼에도 베트남의 선택은 강력한 무장을 갖춘 잠수함의 구매였다.
  베트남은 잠수함 이외에도 중국 해군력에 대응해 P-800 야혼트 초음속 지대함 미사일 체계를 최초로 구매한 국가이고, 현재는 인도와 동급의 브라모스 초음속 대함미사일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과거의 적이었던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한 이후, 미국과 베트남 사이의 군사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중국 해군에 대응해 미국제 P-3C 해상초계기 혹은 퇴역한 S-3 바이킹 해상초계기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 인도네시아 해군력 증강

  인도네시아는 역시 중국과 영해 및 불법조업 문제 등으로 갈등 관계에 있으며 그 결과 본격적인 해군력 증강사업을 벌이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인도네시아는 대우조선해양을 통해 1척의 209급 잠수함에 대한 수명연장 및 개량을 수행한 이후, 3척의 1,400톤 신형 잠수함을 주문해 얼마전 옥포에서 초도함이 진수되었다.
  인도네시아는 자국 조선기반 강화를 위해 1,400톤 잠수함 2번함 건조에는 인도네시아 조선소 전문가들이 일부 참여하고, 3번함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조립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 5월 30일, 러시아 주재 M Wahid Supriyadi 인도네시아 대사는 러시아 TASS 통신에 인도네시아 해군력 업그레이드를 위해 러시아제 Project 636.3 킬로급Varshavyanka-class 디젤 잠수함과 베리예프 Be-200ChS 수륙양용기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으로부터 KT-1 중등훈련기 18대, T-50 고등훈련기 16대를 구매함은 물론, 한국의 KFX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 말레이시아 해군력 증강

[사진 16] 말레이시아 역시 말라카 해협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고자 해군력 증강에 노력을 기울여 프랑스의 최신형 수출 함정인 만재배수량 3,100톤의 고윈드 2500급 프리깃 6척을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건조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역시 말라카 해협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고자 해군력 증강에 노력을 기울여 프랑스의 최신형 수출 함정인 만재배수량 3,100톤의 고윈드Gowind 2500급 프리깃 6척을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건조하고 있다.
  이미 프랑스에서 2척의 스콜펜급 잠수함을 도입해 운용중이며, 추가적인 잠수함 도입을 원하고 있지만 예산상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말레이시아는 대우조선해양에 배수량과 무장형태가 공개되지 않는 6척의 신형 미사일 초계함을 주문했다. 6척 중에 3척은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되며 나머지 3척은 블록 형태로 말레이시아 퍼칸에 위치한 탄중 아가스에서 조립 생산될 계획이다.

● 태국 해군력 증강

  태국은 1990년 중국에서 Type 053급을 바탕으로 일부 성능을 강화한 모델 2척을 도입하여 HTMS 나레수안과 HTMS 탁신으로 명명하였다.
  당시 중국은 서방과 동급 수준의 센서와 무장체계를 개발하는 수준이 아니어서 태국 해군은 저렴한 가격으로 선체만 중국에서 인도받고 전투체계는 서방제로 채웠다. 미국은 자국산 무기체계가 중국에서 통합되는 것을 원치 않아 태국에서 통합이 진행되었으나 전투함으로 전체적인 성능이 부족하여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먼저 중국제 함정은 형태만 군함일 뿐, 전투함에 필수적인 데미지 컨트롤 체계가 부족했고 연결통로가 비좁을 뿐만 아니라 소방이나 전기배선 체계도 여러모로 미흡했다.
  그 결과 태국은 중국에 여러 번 함정 개량을 요청했고, 이러한 이유로 1990년에 납품받은 함정이 취역하기까지 무려 5년의 시간이 필요하였다.
  태국은 차후 시행착오를 피하고자 대우조선해양에게 3,500톤급 함정을 주문했으며, 이 외에 잠수함 전력에도 관심을 기울여 한국이 개발한 1,400톤급과 500톤급 수출형 잠수함에도 큰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태국의 잠수함 보유는 턱없이 낮은 가격을 부른 중국제 잠수함 3척 도입을 통해 현실화되었지만, 수심이 낮은 태국 해역에서 운용하기에는 지나치게 크다는 견해가 많다.

■ 향후 수출전략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 해양력 증대에 발맞추어 수상전투함과 잠수함 전력 증강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향후 넓은 시장이 열리겠지만, 오랜 전통과 강력한 기술력을 자랑하는 유럽업체와 함께 새롭게 부상한 일본까지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설계능력 확보는 물론,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요 전투체계의 국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진 17] 대우조선해양과 말레시이시아 사이에 진행된 6척의 신형 미사일 초계함 건조 서명식 모습이다.

● 주의사항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앞의 사례에서 보듯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자국의 복잡한 정치, 경제, 외교 상황 등을 반영해 다양한 국가로부터 다양한 무기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무기체계는 통합과 일원화가 중요하지만, 아직 정치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정치적 선택에 따라 다양한 무기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새롭게 부상한 일본은 필리핀에 경비함 등의 다양한 무기를 공여할 계획이며 일본 해상자위대에서 퇴역하고 있는 P-3C 해상초계기에 대해 필리핀, 베트남 등이 관심을 표명하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 방위산업이 경쟁이 극심한 동남아시아 수출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외교적, 정치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며, 해외차관을 통한 경제지원도 필요하다.
방글라데시에 수출된 반가반두급함이나, 필리핀에 수출된 FA-50PH 공격기 사례에서 보듯 행정부의 교체에 따라 무기도입 사업이 정치용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어 계약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 맺 는 말

  한국형 수상함과 잠수함 체계의 수출현황과 경쟁력을 분석해 보았다. 무기체계 수출을 위해서는 우수한 기술력과 경제성 이외에도 복잡한 정치적, 안보적 문제가 작용한다. 그러므로 방산업체 노력 이외에 정부와 국방부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고 다행히 지금까지 이러한 시스템은 잘 돌아가고 있다.
  이들 요소 이외에도 타국이 함부로 따라올 수 없는 기술적 특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은 현재 러시아와 인도 정도만이 생산하고 있는 IRR 방식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조속한 국산화와 실전 배치가 필요하다.
  한국형 잠수함을 위해서는 국내의 강력한 전지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잠수함용 리튬전지의 조속한 국산화와 실전 배치를 필요로 한다. 국내 방산업체의 노력, 정부와의 유기적 협조, 무기체계의 특화가 제대로 진행될 경우, 향후 한국형 수상함과 잠수함의 동남아시아 개척은 큰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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