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은 스마트 전쟁으로 불리지만 아직도 많은 전장에서는 구형 무기들이 사용되고 있다. 개발 당시의 성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구형 무기들은 현대적인 무기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과거 대전차 무기로 활약한 무반동포는 아직도 많은 양이 사용되고 있지만 대전차 미사일 등 새로운 대전차 무기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하지만 꾸준한 성능개량을 거쳐 현대전에 적합한 무기로 변모한 무반동포가 있다. 최근 미 육군 제식 병기로 등록된 칼-구스타프Carl-Gustaf 무반동포를 소개한다.

무반동포는 구경에 따라 병사가 직접 또는 차량에 탑재하여 이동할 수 있고 자동소총과 기관총이 제공하지 못하는 강력한 직사 화력을 제공해 준다. 하지만 대전차미사일이 등장하면서 많은 국가에서 점차 퇴역하고 있다. 그러나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이나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아직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우리 육군도 M67 90mm, M40A2 106mm 무반동포를 대량으로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개량이 이루어지지 않아 야간 작전이 불가능하고 과거보다 장갑이 향상된 북한 전차를 상대하기에는 성능이 부족해졌다. 우리 군은 M67은 PZF-3 대전차 로켓으로, M40A2는 메티스-M 대전차 미사일 등으로 대체를 추진했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한 양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개발이 완료된 “현궁” 대전차 미사일이 배치되면 모두 퇴역할 예정이다.

[사진 2] 최초의 무반동포인 데이비스 건

최초의 무반동총은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있던 1910년에 미 해군 사령관이었던 클래랜드 데이비스Cleland Davis가 개발했다. 구경 57mm 포신 두 개를 이어붙인 형태를 하고 있었으며 탄이 발사되면 뒤로는 비슷한 질량의 물체가 발사되어 반동을 줄였다. ‘데이비스 건Davis Gun’으로 불린 이 무기는 독일군의 체펠린 비행선, 유보트를 공격하기 위해 헨들리 페이지Handley Page O/100 폭격기 등에 장착되었다.
이후 소련이 1923년부터 DRP로 명명된 무반동포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1930년대에는 다양한 구경의 무반동포가 개발되었다. 이 중 일부는 독일에 제공되어 7.5cm 구경의 활강포신을 가진 무반동포를 개발하는데 바탕이 되었다.

[사진 3] 바주카로 불리던 M1A1 로켓 발사기

일부에서 무반동포를 ‘바주카Bazooka포’로 부르기도 하지만 두 가지는 서로 다른 무기다. 바주카는 지금 사용되는 M72 LAW나 RPG-7의 선조인 1942년 개발된 M1 로켓 발사기의 별명이다. 무반동포는 대포와 장약이 폭발하는 압력으로 포탄이 발사되지만, 로켓추진무기는 탄 뒤쪽에 장착된 추진체로부터 추진력을 얻는 점이 다르다.
무반동포는 한국전쟁에서도 대전차 임무 등을 담당했지만 1960년대에 대전차미사일이 등장하고 전차의 방어력이 보강되면서 효용성이 낮아지게 되었다. 반면, 바주카의 뒤를 이어 개발된 M72 LAW나 RPG-7이 개발되었고 현재는 미국은 AT-4, 러시아는 RPG-29 등의 신형 로켓 발사기를 채택했다.

[사진 4] 현재도 일부 운용중인 칼-구스타프 M2

현재 미군 등 서방권 정규군에서 사용되는 무반동포로는 스웨덴 사브 보포스 다이나믹스SAAB Bofors Dynamics사가 생산하고 있는 구경 84mm의 칼-구스타프(Carl Gustav 또는 Carl Gustaf)를 꼽을 수 있다. 스웨덴에서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시제품이 개발된 이후 꾸준한 개량을 통해 능력을 향상해 왔다.
1948년, 스웨덴군이 8.4cm ‘그라나트게바Granatgevär m/48’이라는 제식명으로 채택했으며 칼-구스타프 M1으로도 불렸다. 이후 유럽 각국에서 분대급 대전차무기로 채택하기 시작했다. 포미 장전방식으로 포구 속도는 290m/s로 바주카의 105m/s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
1964년, 개량형인 M2 버전이 발표되었고 기존에 사용하던 탄은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M1 버전을 빠르게 대체하기 시작했다. 1979년 일본 육상자위대가 무반동포로 채택했고, 1984년부터는 호와 중공업이 라이센스 생산을 시작했다.
M2 버전은 길이 113cm, 중량 14.2kg으로 당시 우리 육군이 운영하고 있던 M67 90mm 무반동포의 길이 134.6cm, 중량 17kg보다 짧고 가벼웠다. 표적별 사거리도 이동표적 150m, 고정표적 700m로 M67 무반동포의 이동표적 200m, 고정표적 300m와 비교하여 고정표적 사거리는 훨씬 길었다. 이 외에도 M67의 발사속도가 분당 1발인데 비해 칼-구스타프는 분당 4발로 발사속도가 우수했다.
1991년 발표된 M3 버전은 얇은 강철제 포신을 탄소섬유로 감쌌고 일부 외장품은 알루미늄 합금이나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중량은 10kg으로 줄였고 길이도 106.5cm로 줄었지만, 사거리는 변하지 않았다.

[사진 5] 칼-구스타프 M3

M3 버전은 영국과 미국 특수부대에서 벙커파괴와 차량 저지 등 다양한 임무에 이용되었고, 미국에서는 특수전 사령부USSOCOM가 ‘다목적대장갑 대전차시스템MAAWS: Multi-role Anti-armor Anti-tank Weapon System’로 명명하여 1991년부터 사용했다.
2014년 2월에는 미 육군이 경보병 부대 표준화기로 선정하였다. 미 육군은 2011년 후반 평가를 위해 MAAWS 발사대 58개와 1,500발의 탄약을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던 보병 제25사단에 배치했다. 아프간 탈레반 반군이 애용하던 RPG-7은 최대 사거리가 900m로 미 육군이 보유한 M136 AT-4의 최대사거리 500m보다 훨씬 길었다. RPG-7에 대응할 무기를 찾던 중 특수전 사령부가 사용하고 있던 최대사거리 700m인 MAAWS에 주목하였고, 시험 배치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정식으로 채택했다.

[사진 6] 2011년 아프간에서 MAAWS를 평가한 미 육군 대원들

당시 미 육군의 주력 휴대용 로켓무기는 M136 AT-4였지만 더 가볍고 부차적 위협을 줄일 수 있는 무기를 필요로 했으며, 베트남전에서 사용했던 구경 66mm의 휴대용 로켓무기인 M72 LAW를 약간의 개량을 거쳐서 다시 채택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었다.
AT-4는 구경 84mm의 일회용 로켓 발사기로 발사기와 탄 포함 중량은 7.4kg으로 발사기 중량 10kg, 탄 중량 약 3kg인 MAAWS와 1대 1로 비교할 때는 중량이 가벼워 휴대성이 높았다. 하지만 휴대수량이 늘어날수록 중량과 부피에서의 MAAWS가 뛰어났고 사거리도 월등했기에 미 육군은 MAAWS를 선택했다.
2014년 9월 최신 버전인 M4가 공개되었다. 기존 버전들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중량을 7kg 미만으로 줄여 운용 편의성을 더욱 높였다. M3 버전의 고정식 알루미늄 합금 손잡이를 접철식 플라스틱 손잡이로 변경하는 등의 중량 감소 노력이 이루어졌고, 길이도 100cm 미만으로 줄었다.

[사진 7] 칼-구스타프 M4

기존 M2와 M3의 탄약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기존 운영국들에 높은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다. M4 버전에서는 발사된 포탄의 양을 표시해 주는 ‘발사수량 표시기’가 장착되어 개발사가 보장하는 수명까지 도달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목표 조준을 위한 조준경으로는 포신에 장착된 기본형 조준경 이외에 3배율 광학조준경, 오픈 도트형 조준경 그리고 첨단 지능형 조준경 등을 장착할 수 있다. 그리고 기본형 조준경을 제외하고는 탈착이 쉽게 되어 있다.

[사진 8] 칼-구스타프의 다양한 탄약들

칼-구스타프는 꾸준하게 개량됐지만 84mm라는 구경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가벼운 중량 외에 운영국들이 선호하는 이유로는 다양한 탄약 종류를 꼽을 수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탄약은 대전차용 2종류, 건물파괴 등 다목적용 3종류, 대인용 2종류, 연막탄과 조명탄 등 지원용 2종류, 총 11가지 실탄과 훈련탄 5종류를 갖추고 있다.
칼-구스타프가 운용하는 탄들은 장갑차량용 HEAT탄과 HE탄이 있으며, 이중목적 고폭탄HEDP도 갖추고 있다. 이중목적 고폭탄은 표적에 명중하면 터지는 접촉폭발 기능과 벽을 관통한 후 터지는 지연폭발 기능을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야간 작전을 위한 조명탄과 적의 관측을 방해하기 위한 연막탄이 있다. 그리고 근거리에서 많은 적을 상대하기 위해 소형 화살탄Flechette이 담긴 지역제압탄ADM: Area Defence Munition도 있다.
최근 현대전장에 필수적인 탄약이 개발되면서 효용성이 더욱 커졌다. 그 동안 무반동총들은 포신 뒤로 분출되는 엄청난 화염으로 인해 건물 내부 등 밀폐된 공간에서의 사용에 제약이 많았다. 사브 보포스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신형 탄약 개발에 착수하였고 2013년 12월 HEAT 655 CS 포탄을 발표했다.

[사진 9] 건물안 발사가 가능한 HEAT 655 CS탄

CSConfined Spaces는 빌딩 안과 같은 옆과 뒤가 막힌 같은 공간을 뜻하는데, 포신 뒤로 분출되는 화염의 양을 대폭 줄이면서도 반동을 억제했다. 이 탄약은 중량 4.8kg, 포구 속도 205m/s, 유효사거리는 300m다. 후폭풍을 줄인 신형 포탄의 개발로 시가전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지게 되었다.
이상으로 칼-구스타프 무반동포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칼-구스타프는 구형 무기도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계속 연구개발을 한다면 현대 전장에 적합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보병 주력화기인 소총도 새로운 소총이 개발되기도 했지만, 레일 시스템, 광학조준경 장착 등의 개량으로 성능을 향상하고 있다.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기 이전에 현재 사용되는 무기에서 개선할 점이 있는지 살펴보는 지혜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