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국방과 기술
G2 시대의 중국은 동북아에서 패권을 추구하는가?
작성자 :
배현우 방위사업청 육군 소령(121.131.xxx.xxx)
입력 2015-04-14 12: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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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시대의 중국은 동북아에서 패권을 추구하는가?
공격적 현실주의 관점으로 조망한 중국의 동북아 패권전략을 중심으로
배현우 방위사업청 육군 소령
미어샤이머는 국제관계의 구조주의적 체계분석 뿐만 아니라 정책분야에서도 그의 이론을 적용했다. 미어샤이머의 정책처방이 항상 공격적인 것만은 아니다. 자유주의의 한 사조인 민주평화론 그리고 ‘집단사고group thinking’에 의해 이라크 침공과 후세인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결정한 네오콘과는 달리, 미어샤이머는 자신의 이론에 기초하여 부시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했다. 봉쇄 또는 억지를 통해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8 미국의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학 교수와 모리츠 슐라리크 독일 베를린 자유대 교수가 한 논문에서 사용한 개념이다. 이는 얽히고설킨 미국과 중국 간의 경제적 공생 관계를 표현하기 위한 신조어이다. ‘G2’와 함께 중국의 부상을 상징하는 개념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2007년 말 ‘금융의 지배The ascent of money’라는 책에서 소개한 용어로 중국China 과 미국America을 합성해 만들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소비와 생산의 역할을 나눠 담당하면서 상호의존적 관계 속에 발전해 왔음을 나타낸다. 중국은 ‘메이드 인 차이나’ 상품을 대규모로 사주는 미국이 있어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고 미국인들은 수출로 번 달러를 미 국채에 투자하는 중국 덕분에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려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두 나라의 공생관계가 바탕에 깔려 있다.
첫째, 중국이 미국과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고 ‘아시아 재균형전략rebalancing toward asia’에 대한 고차원적인 대응으로 간주할 수 있다. 둘째, 중국이 먼저 양자 관계의 틀을 미국에 제안했다는 점에서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기존질서에 순응하지 않겠다는 내적인 의지를 포함하고 있다. 셋째, 미국과의 ‘평등’ ‘존중’ ‘윈윈’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중국의 핵심이익에 대한 인정과 중국의 내정간섭과 견제에 대한 반대의사 표시를 분명히 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넷째, 중국지도부의 내면에는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계를 누그러뜨리고 중국의 국가경쟁력을 극대화13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국력이 상승하면서 지역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고 미국에 뒤이은 지역패권국의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18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11년 『Foreign Policy』에 기고한 “America’s Pacific Century”에서 동맹관계의 강화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동맹의 발전을 위해 오바마 행정부는 3가지 핵심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첫째, 동맹의 핵심 목표에 대한 정치적 합의를 유지해야 한다. 둘째, 새 도전과제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하여 민첩하고 유연한 동맹관계를 추구해야 한다. 셋째, 국가 및 비국가 주체들로부터의 모든 도발에 대한 억지력 확보를 위해 작전 및 병참 측면에서 동맹의 군사적 역량과 커뮤니케이션 인프라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미일 양국은 항해의 자유, 개방 시장, 공정 경쟁 등 분명한 규칙에 기반을 둔 안정적 지역 질서라는 공동 비전을 갖고 있다. 지역 안보에 대한 도발을 억지하고 그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합동 첩보, 감시, 정찰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사이버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도 합의하였다. 경제 및 인적 교류확대를 위해 항공자유화 협정을 체결했고, 아태지역에 관한 전략적 대화에 착수하였다. 유사한 맥락에서 한국과의 동맹이 강화되어 왔고 작전 측면의 통합이 진전되었으며, 한미 양국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고 그에 대응하기 위한 합동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에서의 협력으로 양국 동맹은 국제적인 차원으로 발돋움하였다. Secretary Hillary Clinton, “America’s Pacific Century”, Foreign Policy, 2011. 10.
20 일본과 미국은 1978년에 작성된「미일 방위협력 지침」을 1997년에 개정했다. 1996년의 「미일 안보 공동선언」은 이를 위한 새로운 방침을 밝힌 것이다. 공동선언과 지침은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미일동맹의 강화와 일본의 방위역할 확대를 담고 있다. 첫째, 안보협력의 범위가 ‘원동지역(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극동지역)’에서 ‘주변 사태 지역’으로 넓어졌다. 이에 따라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도 미국과 일본의 방위협력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둘째, 미일동맹에서 일본의 자위와 역할이 수동적인 하위 협력자에서 동등한 협력자로 더욱 높아졌다. 셋째, 미일동맹의 방위성격이 일본 본토만 방어하는 ‘전수방위’에서 광범위한 지역의 위협에 적극 대처하는 ‘공세방위’로 바뀌었다. 넷째, 미일동맹의 방위 협력이 전시에서 평시로, 일본의 역할이 미국의 작전 지원에서 후근 보장으로 변화되었다. 조영남, lbid., pp.393~394. 탈냉전 후 일본의 새로운 위협의 등장을 사무엘은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첫째, 부상하는 중국, 둘째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북한정권, 셋째, 미국에 의해 버림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 넷째, 일본 경제력의 상대적 감소이다. Samuels, Richard J, 『Securing Japan』Cornell University Press, 2008.를 참조.
27 미어샤이머에 의하면 모든 국가는 패권을 추구하며, 특히 전 세계를 포괄하는 패권보다 자신이 위치한 지역 또는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 부상하여 지역 패권을 추구한다. 이근욱, lbid., P.89.
31 미일동맹과 중국의 갈등의 상징은 중국의 ‘도련선 돌파’와 ‘자유와 번영의 호’전략이다. 중국은 도련선을 내의 해상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이고 미일동맹은 ‘자유와 번영의 호’ 구축으로 중국을 봉쇄한다는 전략이다. 2006년 11월 30일 아소다로 일본 외상은 일본국제연구소에서 열린 강연에서 ‘자유와 번영의호’ 구축을 공식화 했다(조선일보, 2013. 11. 29.).를 재구성.
32 중국은 센카쿠/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에 있어 실효지배 중인 일본에 지속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공갈전략을 취하고 있다. 어정순시선이나 함정을 센카쿠/댜오위다오 해역에 출몰시키는 물리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일본을 위협하기도 한다. 현 체제 속 중국의 국력은 미국을 능가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센카쿠/댜오위다오 제도를 자국의 수중에 넣으려는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이란 공갈이 될 수밖에 없다. 영유권 획득을 위해 국지전이라도 벌일 경우에는 일본이 미국에게 개입을 요청할 것이고, 미국은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패권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 요구를 받아 들여 전쟁에 개입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남궁영·김원규, “센카쿠제도를 둘러싼 중·일간 분쟁의 함의: 공격적 현실주의 접근”, 세계지역연구논총31집 1호, 2013, P.196.
33 미어샤이머는 육군 또는 해병대와 같은 지상군ground troops 만이 상대 국가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상군 군사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육군력은 바다를 뛰어 넘어 충분히 투사될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 바다의 장벽으로 인해 공격하는 병력의 수가 제한되고, 상륙작전을 위해서 동원되는 화력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육군의 투사력을 막는 바다의 이 같은 성격을 미어샤이머는 “바다의 차단성the stopping power of water”이라고 명명하였다. Mearsheimer(2001), P.114.
[그림 3]중국인민해방군 배치현황
핵무기면에서도, 현재 미국이 약 8,5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반면, 중국은 약 400~5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만 본다면 중국은 미국에 큰 타격39을 가할 수 있는 군사력을 일부는 이미 갖추었고 냉전 이후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국방비가 축소 혹은 소폭 상승한 것과 달리 중국의 국방비는 오히려 크게 증가하였다.
39 홍콩 밍明보와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 등은 미 군사전문매체 워신턴프리비컨WFB을 인용해 중국이 13일 산시山西성 우자이 미사일·우주시험센터에서 ‘등펑東風,DF-41’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2013년 12월 19일 보도했다. 현지 언론들은 ‘등펑-41’의 최대 사거리가 1만 4,000km에 달해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다고 전했다. ‘등펑-41’은 길이 15m, 직경 2m, 중량 25t으로 1,200kg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미국 의회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잠대지 핵탄두 미사일 ‘쥐량-2’(사거리 7,000km)도 2013년까지 전력화 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상 기지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은 상대 국가의 항공 전력이나 미사일에 선제공격 당할 수 있지만 수중에서 쏘아 올리는 탄도 미사일은 발사 이후 목표 지점에 닿는 시간이 짧아 더 위협적이다(동아일보, 2013. 12. 20.).를 재구성. 중국이 이미 제한적으로 제3가격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구소련과 같이 상호확증파괴MAD: Mutual Assured Destruction 할 수 있는 능력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충분히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핵전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IHS제인스 ‘14년 국방예산 전망 보고서’는 중국의 2014년 국방비(1,480억 달러)40는 2009년과 비교하면 3분의 1가량 늘어나 무척 가파른 증가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40 IHS제인스는 중국의 2014년 국방비를 2013년 국방비(1,392억 달러)대비 6.3퍼센트 증가된 1,480억 달러(약 160조 원)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국방비는 2008년 이후 미국 국방비(2014년 5,749억 달러로 2013년 5,824억 달러 대비 1.3퍼센트 감소)에 이어 세계 2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림 4]Top 15 Defence Budgets 2013
또한 한편으로는 공격적으로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석유가 가스 자원개발에 착수해서 중국 경제에 필수적인 에너지를 확보하고 있다
둘째, 중국은 미국의 해양패권과 미일동맹 도전하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강대국 인식 제고와 능력과 의지를 보여 동남아 국가들의 저자세를 요구하고 동시에 미국의 중국에 대한 군사 활동 패턴에 변화를 주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셋째, 중국은 미국의 중국 봉쇄전략의 지정학적 핵심지역인 한국, 일본, 대만, 오키나와에 대해서도 선제적이고 직접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군사전략을 수립하였다. 이는 미군 전력의 사전 전개기지가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해유사시 선제 타격하여 미군 전력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이다.
넷째, 중국 인민해방군도 해양패권을 추구하기 위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육군 위주의 기존 7개 군구軍區체제를 유사시 신속대응 능력을 강화한 5개 전구戰區체제로 개편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개혁안을 계획했다. 이들 연안 전구에 각각 서해·동중국해·남중국해의 제공권과 제해권 확보 임무가 부여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섯째, 중국은 2000년대 들어 급성장한 국력에 걸맞게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중국의 국방비가 지난 10여 년 동안 급속히 증가한 결과 그 규모는 2008년 이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냉전 이후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국방비가 축소 혹은 소폭 상승한 것과 달리 중국의 국방비는 오히려 크게 증가하였다. 아시아 지역만 본다면 중국은 미국에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군사력을 일부는 이미 갖추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견제를 뚫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해군은 물론 공군의 원거리 전력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이에 따라 다양한 군비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의 평화로운 부상은 가능할 것인가? 공격적 현실주의 이론에 근거하면 중국의 평화로운 부상은 불가능하다. 미어샤이머는 중국이 현재와 같은 기록적인 경제성장을 향후에도 지속한다면 경제적 부를 군사력으로 전용할 것이고,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은 강도 높은 패권경쟁을 벌일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대외정책 기조가 덩샤오핑 시대의 도광양회韜光養晦43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44로, 이것이 다시 화평굴기和平.起45를 거쳐, 돌돌핍인咄咄逼人46으로까지 바뀌는 형태를 예상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47
43 옌쉐통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은 “중국은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지침에 따라 적대국을 만들지 않는 외교를 해왔지만 최근 대한對韓·대일對日외교에서 드러나듯이 친구와 적을 분명히 가르는 ‘분발유위(奮發有爲; 떨쳐 일어나 성과를 거두다)’로 무게중심이 옮기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연한제일(聯韓制日; 즉 한국과 연합해 일본을 제압한다)’을 추구하며, 기존의 ‘무적무우(無敵無友; 친구도 적도 없다는 의미로 중국의 전통적 중립·비동맹 외교정책기조)’에서 벗어나 피아彼我를 구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동아일보, 2014. 2. 5.).를 재구성.
44 장쩌민 주석 시대의 대외정책 기조로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서 마땅히 해야 될 일을 하겠다’라는 의미로 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에 따른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45 2003년 중국공산당의 이론가인 정비젠 중국인민대학교수가 ‘평화롭게 국제사회의 강대국으로 부상한다’는 전략을 제시하여 후진타오 주석이 추진했다. 남궁영·김원규, lbid., P.176.
46 ‘기세등등하게 상대를 압박한다’는 뜻으로 경제력 성장을 바탕으로 중국의 주권 수호를 더욱 강력하게 내세운 외교정책을 빗대어하는 말로서 중국의 공식적인 대외정책은 아니다. lbid., P.176.
첫째, 한미동맹을 전제로 중미양국에 대해 ‘interbalancing’과 ‘hedging’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interbalancing’은 ‘동북아 균형자론’과는 그 개념이 다른 전략이다. 한국의 보수진영에서 제기했던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한 비판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① 균형자라는 용어가 국제정치에 있어 현실주의의 전형적 이론인 세력균형이론의 핵심 개념인 만큼, 21세기의 외교정책 개념으로는 적합하지 않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이었다. ② 한국의 외교적 위상이나 능력 등을 고려하면 ‘균형자’로서의 한국의 존재는 무모하다는 비판이었다. ③ ‘균형자’의 전형적인 개념을 고려할 때 한국이 균형자적인 역할을 수행하려면, 한미동맹을 파기해야만 할 만큼, 균형자론은 보수·진보 양진영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였다.51
중국과 미국의 전략과 정책의 변화, 힘의 역학관계를 고려하여 유연하게 동맹정책, 협력정책을 추진하고 상호 관계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통한 파트너십 관계는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전략대화와 군사교류를 확대한다. 필요시 미국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합동군사훈련53을 통해 양국의 신뢰성을 증진시킨다.
53 중국의 정체성 문제와 폐쇄적 정책과 전략을 고려하건대 한중관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단기간에 모든 관계를 급속히 발전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한국은 현재 군사협력을 실시하고 있는 상호 인적교류, 함정방문 등을 확대하고 정보교류, 군사교육, 군사훈련 참관 등에 대한 교류를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점진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재해재난 등과 관련된 초국가적/비군사적 위협에 대한 협력 및 합동훈련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 박창권 외, 『미중관계 전망과 한국의 전략적 대응방향』, 한국국방연구원, 2010, P.371.
둘째, 증가하는 국력에 맞추어 외교력을 강화해야 하고, 적극적인 다자주의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아시아 전체를 포괄하는 대다자주의와, 동북아시아나 특정 지역과 국가만을 포괄하는 소다자주의 정책이 모두 포함된다. 또한 여기에는 기존 조직의 발전과 새로운 조직의 형성, 전통적 안보기제와 비전통적 안보 기제의 형성과 발전이 모두가 포함된다. 대다자주의의 사례로는 동아시아정상회EAS,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3(한중일)), 아세안지역포럼ARF,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을 들 수 있다. 소다자주의의 사례로는 6자회담, 한중일 정상회의, 한미일 외교안보회의 등을 들 수 있다.54
56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 Trans-pacific Partnership’은 상품 및 서비스 교역의 자유화뿐만 아니라 비관세 분야 등을 대상으로 하는 광범위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현재 미국,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지역의 12개 국가들이 타결을 목표로 협상중이다. TPP의 주요 협상 분야가 국유기업의 불공정한 지위 및 행위에 대한 규제, 정부 구매, 지적재산권, 노동권 및 환경보호 등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의 근간과 배치되는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어 중국은 수용하기가 제한된다. 중국은 외형상으로는 TPP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TPP를 중국 부상에 대한 미국의 견제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TPP에 대한 대항수단으로 ASEAN주도의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RCEP는 ASEAN이 주도하고 있어 TPP를 주도하는 미국과 직접적인 대립을 피할 수 있으며 RCEP의 순조로운 진척을 위해서는 중국의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중국의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다.
이 글은 미어샤이머의 공격적 현실주의 관점으로 중국의 동북아 패권전략을 조망하고 상대적으로 주변 강대국으로 인하여 중견국으로 평가받고 있는 한국이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동북아 질서 속에서 향후 대처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이 주창하는 ‘신형강대국관계’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대한 고차원적인 대응이며, 미국 주도의 기존질서에 순응하지 않겠다는 내적 의지를 포함하고 있다. 미국은 동맹·우방국들에게 안보의 역할을 분담하는 ‘less activist foreign policy’로 정책변환을 시도하여 미일동맹을 기반으로 중국에 대한 군사·안보적 측면의 ‘봉쇄 및 위험분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견제를 뚫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해상통제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으며,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의 선포도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된 것이다. 중국이 주장해 왔던 평화정책은 본질적으로 평화를 추구하는 정책이 아니라 언제든지 패권추구세력으로 전환할 기회를 노리고 있는 일시적이고 잠정적인 현상이었다. 최근 동북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국의 행보는 기존의 현상을 타파하고 힘을 극대화하여 팽창하고 있는 패권국 지향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1894년 청일전쟁의 패배로 아시아는 물론 동북아시아에서의 패권을 잃게 되기 전까지 이 지역에서의 패권을 수천 년 동안 유지하고 있었고 세상의 중심이었다. 역사를 고찰해 보면 중국은 동아시아지역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전쟁에 끊임없이 개입했으며, 그 중에는 방어적이거나 현상유지적인 전쟁도 많았지만, 팽창주의적 정책 추구의 결과로 발생한 전쟁도 많았다. 중국 역사는 평화주의적 전통을 지향하기보다는 중화사상에 입각한 힘의 사용에 익숙한 팽창주의적 전통을 추구하였다.
기원전 1100년의 서주 시대부터 1911년까지의 약 3,000년의 장구한 역사 가운데 중국은 총 3,700회의 국내외 전쟁을 기록했으며, 한족이 지배했던 명대에는 연평균 1.12회 외국과의 전쟁을 수행했다는 통계는 중국역사에서 전쟁이 일상적 사건이었다는 점을 입증해 주고 있다. 물론 이런 외국과의 전쟁 모두 중국의 팽창주의적 정책의 산물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상당 부분 중국의 전쟁 행위는 중국의 입장에서 방어적이고 현상유지적 성격의 전쟁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특히, 변방지역의 소수 민족과의 전쟁은 거의 모두가 중국의 입장에서는 침략전쟁이 아니라 중국 영토에 대한 변방 소수민족의 침입을 격퇴하기 위한 전쟁이거나 잃어버린 영토를 회복하려는 전쟁이라고 강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변방지역 소수민족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런 행위는 명백한 중국의 팽창주의적 정복전쟁이고 무력을 통한 지배력 확대의 목적을 가진 것들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중국이 개입한 무력 간 무력분쟁사례에 대한 존스턴Alastair Johnston의 연구를 검토해 보면, 국가 간 무력분쟁은 주권국가간 무력을 사용하거나,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위협하는 분쟁행위를 뜻하는 것이다. 존스턴의 자료에 의하면 1949년부터 1992년까지 중국이 개입된 국가 간 무력분쟁 사례는 모두 118건이고, 그것은 중국이 연평균 2.74건의 국가 간 무력분쟁에 개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연평균 무력분쟁 개입빈도 2.74는 미국의 3.94보다는 낮지만, 소련의 1.72보다 높은 것이고, 이런 통계는 중국이 미국 다음으로 국가간 무력분쟁에 개입하는 빈도가 높은 나라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이 현상유지적이고 평화와 안정 지향적이라는 주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당혹스러운 통계 자료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1
1 서진영, 『21세기 중국 외교정책』, 폴리테리아, 2010, pp.119~121.
자기 주도적인 중화질서 이후의 상황을 역사적으로 경험해 보지 못한 중국은 서구열강들의 침입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미소 강대국이라는 새로운 패권질서2를 경험해야 했으며, 새로운 패권체제에서 대외적으로 팽창주의적 전통을 지향할 수는 없었다. 덩샤오핑의 대외정책 기조인 ‘도광양회韜光養晦’(‘칼날이 칼집에서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힘을 기른다’라는 한자어로 즉, ‘자신의 힘을 숨기고 때를 기다린다. 우리는 선두에 서지 않는다. 국력이 충분하지 않으며 결코 좋은 일은 아니며 주도권을 많이 잃게 될 수 있다’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는 당시의 중국으로서 최선의 외교안보전략이었으며 기조였던 것이다.
2 월츠의 신현실주의는 양극체제(냉전체제)를 가장 잘 설명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이론이다. 하지만 냉전의 종식으로 그의 이론은 힘을 잃게 된다. 냉전을 설명하는 체계이론이 처음 배태胚胎된 것은 1959년에 저술된 『인간, 국가, 전쟁Man, the State, and War』에서이고, 그의 이론을 보다 정교화한 것은 이로부터 20년 후인 1979년의 저작 『국제정치이론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을 통해서이다. 1970년대 말과 80년대 초는 시기적으로 미·소간의 냉전이 다시 심화되는 무렵이기도 하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이 시기는 양극구조로 분류되며,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하나의 극에 소속되어 구조가 부과하는 질서에 의해 제한적으로 행위 했던 때이기도 하다. 또한 강대국의 관점에서 보면 양극구조의 질서 속에서 세계대전과 같은 참화 없이 상대적인 안정과 평화를 향유하였던 시기이다. 월츠는 바로 그와 같은 냉전기 양극구조의 국제체계 속성에서 그의 체계이론을 발명할 아이디어를 찾아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현실의 세계에 부합하는 이론을 고안해 낸 것이 아닌가? 여하튼 월츠의 이론은 강대국이 양분하는 양극구조를 더 선호하고 그러한 구조가 국제체계의 안정을 용이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그의 이론은 냉전기 양극구조와 양극의 정점에 있는 강대국들의 세계경영 혹은 지배를 정당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월츠는 소련의 붕괴를 예상하지 못하였으며, 탈냉전 이후 그의 이론은 상대적으로 영향력을 잃게 되었지만 중국의 부상과 함께 현 국제질서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으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Kenneth N. Waltz, 『Man, the State and War』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1959.를 참조.
2012년 11월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18차 당대회)에서 당 총서기에 선출된 시진핑 국가주석은 취임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약속했다. 이는 아편전쟁(1840~1842년) 패배 이후 굴곡의 역사를 극복하고 과거의 지위와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즉 패권국가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국의 대외정책에서 ‘패권Hegemony’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패권은 하나의 정부나 국가가 우세를 점하는 영향이나 권력을 가지는 것이며, 패권은 이 기회를 빌려 일종의 통제와 통치권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패권주의란 바로 패권정책을 추진하는 이론과 실천을 의미한다. 제국주의란 새로운 영토 혹은 속지를 획득하고 자국의 자연적인 국경 이외의 새로운 영토와 속지를 획득하는 것이며, 이러한 상황의 정책과 행동 그리고 주장을 추구하거나 묵인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1960년대 중국 공산당 저우언라이 총리가 주장한 반제국주의 반패권주의에 관한 내용이다. 당시 중국이 투쟁해야 할 대상은 미국 제국주의며, 미국을 먼저, 소련을 그 다음으로 상정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패권주의란 중국 외교안보 정책이 의미하는 ‘국가가 우세를 점하는 영향이나 권력을 가지는 것이며, 패권은 이 기회를 빌려 일종의 통제와 통치권을 행사’하는 것과 더불어 미어샤이머가 주장하는 ‘군사력을 바탕으로 영토에 대한 통제력과 영토를 확장하려는 단일 행위자의 의지’까지의 의미를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패권국가를 국제관계 질서에 가장 잘 적용한 이론이 바로 미어샤이머의 공격적 현실주의 이론이다. 미어샤이머는 강대국이 패권적 지위를 얻기 위해 공세적으로 경쟁함으로써 공격적 현실주의를 취하게 되는 이유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가정을 들고 있다. 첫째, 국제체제란 무정부 상태에 있으며 법과 행동규범을 수립 집행할 수 있는 세계정부가 없으므로 개별 국가가 자체적으로 각자의 안보와 이익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강대국들은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의 공격적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셋째, 국가들은 상대 국가들의 의도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넷째, 강대국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생존이다. 특히 자국의 영토보전과 자주성을 추구한다. 다섯째, 강대국은 합리적 행위자이다.3
3 John j. Mearsheimer, 『The Tragedy of the Great Power Politics』New York: Norton&Com, 2001, pp.30~31.
국제관계에서 영향력 있는 월츠의 현실주의 이론에서 모든 국가는 자신의 안보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며 동시에 안보 이상의 목표는 추구하지 않는 현상유지 국가이다. 오직 자신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방어적이고 수동적으로 행동할 뿐, 상대방을 적극적으로 속이고 팽창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어샤이머는 모든 국가가 현상타파 국가라고 단언한다. 무정부적 국제체제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모든 국가는 안보를 추구하며, 무정부적 국제체제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가장 강력한 국가, 즉 패권국이 되는 것이다. 패권국만이 현재 상태에 만족하며, 다른 모든 국가들을 현재 상태의 변화를 바라며 자신의 상대적인 힘을 증가시키려고 한다. 패권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현상타파 국가이기 때문에 모든 국가는 갈등하고 안보 문제와 관련해 서로 경쟁한다.
미어샤이머는 국제관계의 구조주의적 체계분석 뿐만 아니라 정책분야에서도 그의 이론을 적용했다. 미어샤이머의 정책처방이 항상 공격적인 것만은 아니다. 자유주의의 한 사조인 민주평화론 그리고 ‘집단사고group thinking’에 의해 이라크 침공과 후세인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결정한 네오콘과는 달리, 미어샤이머는 자신의 이론에 기초하여 부시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했다. 봉쇄 또는 억지를 통해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면 무정부적 국제체제에서 ‘모든 국가는 생존을 위해서 힘을 극대화하여 패권을 추구 한다’라고 주장하는 공격적 현실주의 이론의 관점으로 기존의 패권국가인 미국과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조망하고 경제적 상호의존이 심화되면서 외교안보적으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동북아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평화적인 독립자주외교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는 ‘중국이 과연 패권을 추구하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논해보기로 하겠다. 결론에서는 상대적으로 주변 강대국으로 인해 중견국middle or medium state4으로 평가받고 있는 한국이 이러한 동북아 상황에서 향후 대처해 나아갈 방향도 간략히 제시해 보도록 하겠다.
4 중견국 혹은 중급국은 국제정치에서 많이 통용되지만, 그 정의와 역할, 위상 등에 대해 이견이 많은 개념이다. 캐나다, 호주 등 서구의 정치, 경제적으로 발전된 비강대국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개발도상국 위치에 있던 나라들의 발전으로 정확한 경계와 조건 등이 모호해져 왔다. 김태형, “방어적 현실주의와 외교정책: 폴란드의 탈 냉전기 외교정책을 중심으로”, 사회과학연구제20편 2호, 2012, P.129.
■ G2의 등장과 신형강대국관계
‘G2’의 용어는 처음에는 경제적인 측면, 즉 국제사회에서 중국과 미국이 상호 의존하여 2008년 이후의 금융위기를 공동으로 관리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외교, 안보, 경제, 환경, 테러, 지역분쟁, 에너지 등 포괄적인 사안에 대해서 중국과 미국이 상호 공조·협력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반면에 미국이 상대적으로 종합국력 쇠락하지 않았고 미국의 패권은 현 국제체제에서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미소 양극체제와 같이 미국과 중국의 권력능력이 현재 대등하게 평가되지 않고 있으므로 ‘양극체제’5로 표현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또한 이론으로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체제’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제한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부상하는 중국과 기존 패권국가인 미국과의 관계를 ‘G2 시대’로 표현하였다.
5 월츠의 신현실주의 관점에서 국가라는 단위체들을 권력능력의 배분distribution of power capability으로 구조를 설명하였고 국가의 서열은 인구의 영토의 크기, 부존자원resource endowment, 경제적 능력economic capability, 정치적 안정과 능력political stability and competence 등 단위체들 간의 권력능력의 배분상태에 따라 강대국의 숫자(극성: polarity)라는 변수를 강조하였다. ‘권력능력’은 개개 단위들의 특징이지만, ‘권력능력의 배분’은 체제수준의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냉전시기는 권력능력의 배분이 양분된 미소 양국가간의 양극체제였다.
중국은 개혁·개방 30여 년 동안, 1978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9.9퍼센트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였다. 급속한 경제성장의 결과로 중국은 2010년 말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2011년에는 중국은 9.2퍼센트의 경제성장률6을 기록하여 경상 GDP가 7조 3,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2013년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13조9,300억 달러로 미국 GDP인 16조 7,200억 달러의 약 80퍼센트에 도달하였다.
6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2013년 7.6퍼센트 증가하는데 이어 2014년에는 7.5퍼센트 성장할 것이라고 중국의 싱크탱크인 국가신식중심國家信息中心이 전망했다. 2013년 12월 3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국가신식중심은 이 날 연례보고서를 발표, 올해와 내년 중국 경제성장을 이 같이 전망하고 중앙정부에 내년 성장목표를 7퍼센트로 선정하고 개혁과 경제구조 전환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권고했다(연합뉴스, 2013. 12. 3.).
이와 같은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미국과 중국 간의 경제 규모의 격차는 급속히 축소되었다. 2009년6월에 발표한 『중국 국력과 국제적 역할의 증가The Rise of China’s Power and International Role』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1990년 중국의 GDP는 미국 GDP의 6.7퍼센트에 불과했다. 그런데 18년이 지난 2008년에는 30.9퍼센트가 되었다. 다시 말해 중국의 GDP는 같은 기간 동안 11.3배가 증가한 것에 비해 미국의 GDP는 단지 2.5배 증가했을 뿐이다.7
7 조용남, 『용과 춤을 추자』, 민음사, 2012, P.63.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의 금융위기가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초래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학자들이 미국의 패권적인 지위에 대한 의문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중국의 부상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G2론이 중미관계에 대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하버드대의 Ferguson 교수가 ‘Chimerica’8라는 개념을 2007년 3월 영국의 Sunday Telegraph에 발표하면서부터이다. 그는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과 최대 저축국인 중국이 상호 의존하는 이익공동체로서 세계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할 것임을 언급하였다. 이 개념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폭발하면서 G2론으로 대체되었다.9
8 미국의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학 교수와 모리츠 슐라리크 독일 베를린 자유대 교수가 한 논문에서 사용한 개념이다. 이는 얽히고설킨 미국과 중국 간의 경제적 공생 관계를 표현하기 위한 신조어이다. ‘G2’와 함께 중국의 부상을 상징하는 개념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2007년 말 ‘금융의 지배The ascent of money’라는 책에서 소개한 용어로 중국China 과 미국America을 합성해 만들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소비와 생산의 역할을 나눠 담당하면서 상호의존적 관계 속에 발전해 왔음을 나타낸다. 중국은 ‘메이드 인 차이나’ 상품을 대규모로 사주는 미국이 있어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고 미국인들은 수출로 번 달러를 미 국채에 투자하는 중국 덕분에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려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두 나라의 공생관계가 바탕에 깔려 있다.
9 이정남, “중미관계에 대한 중국의 인식: ‘이익 상관자’, ‘G2’와 ‘신형강대국관계’를 중심으로”, 현대중국연구, 제15권 1집, 2010, pp.43~44.
중국 정부는 중미관계를 G2로 인식하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2009년 4월 1일 런던에서 후진타오를 만난 오바마 대통령은 중미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쌍무적인 관계라고 언급함으로써, 중미관계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표현을 사용하였다. 반면에 후진타오는 양국은 공동 노력을 통하여 21세기에 적극적이고, 협력적이고, 전면적인 중미관계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G2에 대한언급을 회피하였다. 원자바오총리는 2009년 11월 19일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안정적이고, 협력적이며, 발전적인 중미관계는 양국의 발전이나 세계의 발전에 유리한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하면서도 G2라는 표현방식에 대하여 반대를 명확히 했다. 그 이유로 중국은 여전히 발전중인 개도국이고, 독립자주외교를 펼치면서 어느 국가나 국가집단과도 동맹을 형성하지 않으며, 세계의 일들을 모든 국가들이 공동으로 결정해야지 두 개 국가가 마음대로 결정해서는 안 되기 때문임을 강조하였다.10
10 lbid., P.47.
G2는 기존의 패권국인 미국과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당면 현안인 세계경제위기 극복 마련과 지역적·세계적 현안 문제를 상호 이해를 통해 해결해 나가면서 21세기 국제질서를 관리하고자 하는 강대국 간의 또 다른 협조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G2는 국제사회에서 주요 국가들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도 아니고 또한 미국과 중국 내부에서조차도 G2에 대한 다양한 이견과 의견들이 존재한다.
G2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세계의 입장이 반영된 개념인 반면, 2012년 2월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은 중미관계에 대해 중국의 입장을 반영한 ‘신형강대국관계’를 언급하였다. ‘아시아 회귀정책pivot to asia’11을 천명한 오바마 정부에 대해, 충돌 없이 서로 대항하지 않고 서로의 핵심 이익을 상호 존중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양국은 G2가 아닌 C2(협조: coordination, 협력: cooperation)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의 국력상승에 따른 중미관계의 권력관계의 변화에 부합하는 중미관계를 재정립하고자 하였다.
11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11년 『Foreign Policy』에 기고한 “America’s Pacific Century”에 ‘아시아회귀정책Pivot to Asia’이 잘 드러나 있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시하겠다는 재균형론Rebalancing으로 볼 수 있다. 아시아의 성장세와 역동성을 활용하여 미국의 전략적 이익의 핵심이자 오바마 대통령의 주요 우선순위를 강조하고, 전략적 측면에서 남중국해에서의 항해의 자유보장, 지역 내 국가들의 군사 활동에서의 투명성 담보 등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안보의 유지를 주장하였다. 중국과의 충돌보다는 협력과 안보동맹, 경제 네트워크, 사회적 연계라는 광범위한 지역적 틀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해나 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군사력이나 경제규모보다 미국의 최대 자산인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가치는 아·태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전략적 전환을 포함한 외교정책의 핵심이며, 의견을 달리하는 파트너들에게 개혁을 통한 통치체제 개선, 인권보호, 정치적 자유 증대를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Secretary Hillary Clinton, “America’s Pacific Century”, Foreign Policy, 2011. 10. 11.를 재구성 및 요약. 민주주의의 가치와 인권보호와 관련하여서는 특정 국가 대신 ‘파트너들’로 언급하였지만 힐러리 국무장관은 중국을 대상으로 해당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중미양국은 정치전통, 가치체계, 정치문화의 근본적 차이로 인해 구조적으로 불신을 가지며 상호 의심한다는 현실주의적 경향을 배제할 수 없다.
신형강대국a new type of great-power relationship과 관련하여 추이 텐카이Cui TianKai 주미 중국대사는 『Foreign Affairs』와의 인터뷰에서 “신형강대국이란 상호존중과 상호이익에 대한 중국의 파트너십에 기초하여 미중사이에 명확한 상호이해와 목표에 의하여 중요성을 두어야 하는 목표이다. 하나의 큰 나라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국제적으로 핵심이득을 획득했던 과거에는 현존하는 힘에 마주한 제로섬게임과 같은 상황이었고 이것은 종종 분쟁 또는 전쟁으로 이어졌다. 미·중 모두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확고한 의지가 있으며, 중국은 양국이 서로 대적하는 것이 아닌 상호 협력하도록 기존의 동력과 발전하는 동력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설명하였다.12
12 Foreign Affairs, “An interview is presented with Cui TianKai, Chinese ambassador to U.S. as of April 2013”, Vol. 92 Issue 4, P.11.를 재구성.
공격적 현실주의 논리에 의하면 중국의 이와 같은 평화적 제스처는 현재의 국력차를 감안한 공격성 표출의 자제에 지나지 않는다. 잠재적 패권국이 팽창을 자제하고 있다는 것은 국가가 팽창에 의한 이익이 자신에게 돌아올 위험을 압도하지 못한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주장한 ‘신형강대국관계’에 대해서 중국이 의도하고 있는 대·내외적인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본다.
첫째, 중국이 미국과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고 ‘아시아 재균형전략rebalancing toward asia’에 대한 고차원적인 대응으로 간주할 수 있다. 둘째, 중국이 먼저 양자 관계의 틀을 미국에 제안했다는 점에서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기존질서에 순응하지 않겠다는 내적인 의지를 포함하고 있다. 셋째, 미국과의 ‘평등’ ‘존중’ ‘윈윈’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중국의 핵심이익에 대한 인정과 중국의 내정간섭과 견제에 대한 반대의사 표시를 분명히 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넷째, 중국지도부의 내면에는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계를 누그러뜨리고 중국의 국가경쟁력을 극대화13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국력이 상승하면서 지역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고 미국에 뒤이은 지역패권국의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13 공격적 현실주의 관점에서 미어샤이머는 무정부적상태가 가지는 세 가지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첫째, 국가가 위험에 빠졌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단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제체제에서 국가들은 긴급 상황에서 다른 단위체에 호소하지 않고 모든 문제를 자신의 힘으로 처리해야 하는 자조의 원칙에 따라 행동한다. 둘째, 국제적 무정부 상태에서 국가들은 상대를 두려워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지켜야 하기 때문에 모든 주변 국가를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두려움은 국가의 모든 행동을 결정한다. 셋째, 모든 국가는 자신의 상대적 힘을 극대화relative power maximization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국제 무정부 상태에서는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어느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기 때문에, 안보를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른 어느 국가보다도 강력한 힘을 보유하는 것이다. 즉, 국제적 무정부 상태에서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유일한 국가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인 패권국뿐이다. 따라서 모든 국가는 단순한 정복욕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자신이 지닌 상대적 힘을 극대화하고 안보를 위한 수단으로서 패권을 추구한다. 이근욱, 『월츠 이후 국제정치이론의 변화와 발전』,한울아카데미, 2009, pp.80~81.를 재구성.
■ 미국의 대중국 안보전략
미국의 대중국 안보전략을 논하기 이전에 미국의 ‘grandstrategy’에 대해서 살펴보자. 미국의 ‘grand strategy’는 크게 두 가지 기조가 있다. 이 ‘grand strategy’가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미국의 단극체제 패권을 유지한다는 목표는 동일하다. 하지만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 관점에는 차이가 있다. 첫째, Barry R.이 주장하는 ‘less activist foreign policy’는 미 재정적자를 완화하고, 군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존 ‘free riding’하던 동맹·우방국들에게 안보의 역할을 분담하는 기조이다. 미국은 다소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한반 뒤로 물러나 있어 ‘balancing’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기존 동북아 지역의 양자동맹 강화와 더불어 미일동맹을 바탕으로 한 일본의 군사적 역할 강화를 미국은 전략적으로 추구14하고 있다.
14 미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2013년 10월 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일 안전보장 협의위원회(2+2)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포함한 일본의 방위력 증강구상을 지지한다는 공동성명을 하였다.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아도 미국이나 한국 등 동맹국이 공격을 받으면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아베 총리는 헌법해석 변경, 국가 안전보장회의 설치, 방위예산 증액 등 방위·안보 정책의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왜 미국은 이렇게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지지하고 일본이 보통국가로 향해가도록 하는 것일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정권을 대항하기 위해 연합한 소련과 미국은 냉전이라는 경쟁구도로 구조화 되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당초 연합국의 일본 점령정책은 일본의 국가체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함으로써 다시는 일본이 군국주의로 흐르지 못하게 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이를 위해서 새로운 헌법이 제정되어 비군사화와 민주화를 목적으로 하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제도개혁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동서 냉전의 본격화에 따라 미국의 일본관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적국으로 대소 냉전의 협력자로 비중이 옮겨 갔다. 민주화와 비군사화라는 당초의 점력정책의 취지는 퇴색하고 미국은 일본의 경제회복과 재군비를 지원 유도하게 되는 ‘역코스The Reverse Course’ 정책을 추구하게 된다. 미국은 공산주의로부터 배척하고 일본 정치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기업에 대한 독점 규제를 완화시켜 대대적인 경제 지원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키려고 하였다. 이 과정에서 과거 전범자들이 다시 정치권에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미국의 이러한 ‘역 코스’ 정책으로 말미암아 일본의 종전처리는 뒷전이 되었다. 동북아 주변 국가에게 이렇다한 전쟁 책임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없이, 미국의 보호 아래 경제적으로 성장하게 되었고, 미국은 이러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적 성장을 이룬 일본에게 동북아시아의 안보의 한축으로 역할을 분담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냉전시기의 동북아시아지역소련의 힘에 균형을 맞추기 위한 협력자로, 탈냉전시기에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조력자 역할을 맡기려는 것이다. 일본의 우경화로 말미암아 주변국의 불안감이 증대되고 이는 곧 ‘안보 딜레마’에 빠져 주변국들의 군비 경쟁을 촉진시킬 것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는 중국에게는 군사현대화, 군비확장을 위한 좋은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이 될 것이다.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는 일본 스스로는 성숙한 자세로 주변국에게 진심 있는 전후사과와 전쟁피해에 대한 전후배상의 원점재검토, 역사를 바로 알리는 내부적인 노력과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같은 주변국을 자극할 만한 행동을 보여 주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 80퍼센트 이상이 자국의 우경화를 지지하고 있지 않고 있듯이 성숙한 국민여론으로 우경화 정권의 재집권을 저지해야 할 것이다. 특히 중일 간에는 센카쿠/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소규모 국지전이 초래될 수 있으며, 양국이 심각한 군사적 대립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될 수 도 있다. 이런 유사한 사례들이 일본과 주변국간에 발생된다면 오히려 미국이 동북아 지역의 패권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질 수도 있다. 미국은 지금이라도 일본에 촉구하여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둘째, Wohlforth William C.가 주장하는 현상유지 정책이다. ‘less activist’로 인하여 오히려 안정적인 체제가 더 위험해질 수 있고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비용이 덜 든다는 기조이다.15
15 Pull Back: The Case for a Less Activist Foreign Policy, Posen, Barry R. Foreign Affairs 92.1(Jan/Feb 2013): 116~128. Lean Forward: In Defense of American Engagement Brooks, Stephen G; Ikenberry, G John: Wohlforth, William C. Foreign Affairs 92.1(Jan/Feb 2013): 130~142.를 재구성 및 요약.
미국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동맹·우방국들에게 안보의 역할을 분담하는 ‘less activist foreign policy’로 정책변환을 하고 있다. 한국 등 기존 양자동맹의 강화와 특히 미일동맹16을 기반으로 중국에 대한 군사·안보적 측면의 봉쇄 및 위험분산17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18
16 탈냉전 이후 일본 대외정책에는 4가지 종류의 기조가 있다.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냐?”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느냐?”라는 2개의 기준으로 다시 4개의 기조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강경파, 보통국가주의자, 평화주의자, 자유주의자가 그것이다. 첫째, 강경파는 군사력은 사용하지만 미국과의 동맹은 유지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조, 둘째, 평화주의자는 군사력은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미국과의 동맹은 일본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기 때문에 동맹유지에 반대하는 기조, 셋째, 자유주의자는 미국과의 동맹은 유지하지만 군사력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조, 넷째, 보통국가주의자는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 및 유지하면서 일본의 경제력에 부합한 군사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기조로 고이즈미 등 자민당 역대 총리와 아베총리가 이 기류에 해당된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일본은 정상적으로 군사력을 이용할 수 있으며 해외파병 및 동맹국가 위험시 군대를 일본 본토 밖으로 이동시켜 반격이 가능케 하도록 집단적 자위권뿐 아니라 그 밖의 보통국가로서의 정상적인 권리를 되찾으려 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17 위험분산hedging은 군사·안보와 관련된 정책으로, 한 국가가 불확실한 국제 상황에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복합적인 정책을 동시에 실시하는 전략을 가리킨다. 위험분산 전략의 세부 정책으론 먼저 세력균형이 있다. 이는 자국의 군비증강이나 타국과의 군사동맹 체결을 통해 위협 국가에 대응하는 정책이다. 또한 속박binding도 있다. 이는 위협 국가와 조약을 체결하여 법률적 수단으로 위협 국가의 행동을 제약하는 정책이다. 그 밖에도 통합integrating이 있다. 이는 위협 국가를 국제기구나 지역 조직에 가입시켜 위협 국가의 행동을 제약하는 정책이다. 위험분산은 이와 같은 다양한 정책을 동시에 사용하는 전략을 말한다. 조영남,lbid., P.393.
18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11년 『Foreign Policy』에 기고한 “America’s Pacific Century”에서 동맹관계의 강화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동맹의 발전을 위해 오바마 행정부는 3가지 핵심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첫째, 동맹의 핵심 목표에 대한 정치적 합의를 유지해야 한다. 둘째, 새 도전과제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하여 민첩하고 유연한 동맹관계를 추구해야 한다. 셋째, 국가 및 비국가 주체들로부터의 모든 도발에 대한 억지력 확보를 위해 작전 및 병참 측면에서 동맹의 군사적 역량과 커뮤니케이션 인프라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미일 양국은 항해의 자유, 개방 시장, 공정 경쟁 등 분명한 규칙에 기반을 둔 안정적 지역 질서라는 공동 비전을 갖고 있다. 지역 안보에 대한 도발을 억지하고 그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합동 첩보, 감시, 정찰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사이버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도 합의하였다. 경제 및 인적 교류확대를 위해 항공자유화 협정을 체결했고, 아태지역에 관한 전략적 대화에 착수하였다. 유사한 맥락에서 한국과의 동맹이 강화되어 왔고 작전 측면의 통합이 진전되었으며, 한미 양국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고 그에 대응하기 위한 합동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에서의 협력으로 양국 동맹은 국제적인 차원으로 발돋움하였다. Secretary Hillary Clinton, “America’s Pacific Century”, Foreign Policy, 2011. 10.
11.를 재구성.
봉쇄정책은 2가지 차원, 즉 지리적 범위와 제재의 가혹함 정도로 나눌 수 있다. 봉쇄정책은 세계적 패권을 갈망하거나 지역적 패권자가 되고자 하는 국가를 향해 시행된다. 그것은 침략국가를 막다른 궁지에 몰아넣는 것을 목적으로 할 수도 있고, 침략자를 약화시켜 적은 노력으로 봉쇄할 수도 있다. 범위와 노력이 어떠하든 자국의 국경으로부터 먼 거리에서 봉쇄정책을 실행하는 국가는 반드시 봉쇄정책이 실시되는 지역으로 군사력을 파견해야 한다. 특히, 그것이 심각한 군사분쟁 지역으로부터 거대한 대양에 의해 분리된 미국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만약 봉쇄정책의 목적이 침략과 정복이 일어난 후 그것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침략과 정복을 예방하는 것이라면 군은 반드시 전장에 있어야만 한다. 멀리 떨어진 지역에 봉쇄정책을 시도하는 미국의 노력은 군사력의 실제 요소들이 현장에 투입이 준비되어 있고, 가시적으로 위치하고 있어야만 실현가능하다.19
19 로버트 J. 아트 / 김동신·이석중공역, 『미국의 대전략: 외교정책과 군사전략』, 나남신서, 2005, pp.226~227.
미국은 일본의 위상을 강화시켜 중국을 견제하고 일본은 미국의 지원에 기반으로 경제력에 걸맞은 발언권과 지위를 누리려 하면서 중국에 대한 견제라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2013년 10월 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일 안전보장 협의위원회(2+2)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포함한 일본의 방위력 증강구상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미일동맹을 강화20하여 일본이 집단안보 수행능력을 증진할 수 있도록 하고 한미동맹도 지속적으로 강화해 범세계 차원에서 군사뿐만 아니라 정치·경제·문화 영역까지 협력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남중국해 지역의 영토분쟁과 관련해 ‘남중국해는 미국의 핵심 국가이익’임을 강조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20 일본과 미국은 1978년에 작성된「미일 방위협력 지침」을 1997년에 개정했다. 1996년의 「미일 안보 공동선언」은 이를 위한 새로운 방침을 밝힌 것이다. 공동선언과 지침은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미일동맹의 강화와 일본의 방위역할 확대를 담고 있다. 첫째, 안보협력의 범위가 ‘원동지역(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극동지역)’에서 ‘주변 사태 지역’으로 넓어졌다. 이에 따라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도 미국과 일본의 방위협력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둘째, 미일동맹에서 일본의 자위와 역할이 수동적인 하위 협력자에서 동등한 협력자로 더욱 높아졌다. 셋째, 미일동맹의 방위성격이 일본 본토만 방어하는 ‘전수방위’에서 광범위한 지역의 위협에 적극 대처하는 ‘공세방위’로 바뀌었다. 넷째, 미일동맹의 방위 협력이 전시에서 평시로, 일본의 역할이 미국의 작전 지원에서 후근 보장으로 변화되었다. 조영남, lbid., pp.393~394. 탈냉전 후 일본의 새로운 위협의 등장을 사무엘은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첫째, 부상하는 중국, 둘째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북한정권, 셋째, 미국에 의해 버림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 넷째, 일본 경제력의 상대적 감소이다. Samuels, Richard J, 『Securing Japan』Cornell University Press, 2008.를 참조.
인도와도 50억 달러 규모의 무기거래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주변국을 통해 중국을 에워쌈으로써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패권국으로의 성장을 방지하려는 전략차원에서 나오는 구체적 조치들이라고 할 수 있다.21
21 안문석, “국제정치이론 관점에서 본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 국제정치론집 제51집 3호, 2011, P.96.
미국은 동아시아에서의 중국패권을 막기 위해 자원과 역량을 동원하고 있고, 실제 역외균형offshore balancing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역외균형은 지역 내 한 국가의 세력이 지나치게 확대되고 그 지역 내에 견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역외의 국가가 개입해 세력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을 이르는데, 구체적으로 미국이 유럽이나 중동, 동아시아 지역에서 어느 한 국가가 패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으려는 전략을 말한다.22
22 Mearsheimer(2001), P.42.
역외균형전략은 지역의 세력균형이 무너지는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개입해 균형을 회복하는 최후수단균형balancing of last resort과 세력균형의 붕괴 이전에 개입해 패권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최초수단균형balancing of first resort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현재 구현하고 있는 전략은 후자에 해당한다고 보겠다.23
23 안문석, lbid., pp.95~96.
■ 중국의 동북아 패권전략
방어적 현실주의자들은 국제체제가 비록 무정부 상태일지라도 공세적 현실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비관적이지만은 않으며 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더욱 확실한 방법은 임박한 위협이 없는 한 현상유지status quo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24
24 김태형, lbid., P.131.
아래 글은 ‘중국의 대외전략’을 방어적 현실주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중국 대외전략의 기조와 특징은 외교, 안보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외교전략의 측면에서 중국은 적어도 2020년까지는 국내 경제발전과 정치사회적 문제 해결을 우선시하는 ‘내치우선의 외교전략’ 기조가 계속 유지될 것이다. 즉 중국이 적어도 향후 10년 이내의 기존 서구중심의 국제질서에 대한 수정주의 전략을 채택하기보다는, 기본적으로 ‘개발도상국’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국제질서에 참여와 편승이라는 기존의 전략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안보전략 측면에서 중국은 국가안보 목표를 포괄적으로 “주권 및 영토 수호, 경제 발전화 현대화 달성, 국내정치 사회안정 유지” 세 가지로 규정한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의 국방정책은 주변지역의 안정과 평화유지, 대만수호를 핵심으로 하는 ‘적극적 방어능력(반접근 전략)’25의 확보를 위해 해공군력 중심의 군사력 증강을 추진하고 있다.26
25 중국 해군은 ‘대만유사’ 대비 및 ‘지역해군’ 건설이라는 양대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대만유사’ 대비는 미국의 군사적 개입, 특히 미 해군 및 공군의 도착을 지연시키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고, ‘지역해군’ 건설은 매우 다양한 임무를 상정하고 있다. ‘반접근’은 미 국방부가 채택한 용어로서, 2001년 판 「4년 주기 국방검토서」에 처음 등장하였는데, 대만 유사시 중국군이 미 해군 및 공군의 대만해협 진입을 지연 혹은 무산시키는 전략으로서, 중국군의 권위 있는 전략서인 「전략학」은 ‘반접근 전략’을 ‘적극방어’ 혹은 ‘전략방어’라고 표현하고 있다. 김태호, lbid., P.94.
26 이문기, “G2 시대 중국의 대외전략과 미중관계, 한국외교의 도전”, 미래전략연구원, 2012, P.1.
방어적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분석(미래전략연구소, 2012년)한 ‘중국의 대외전략’의 기조와 달리 중국은 일본과의 센카쿠/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선포와 남중국해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한 중국의 일방적 영유권 주장은 주변지역의 안정과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 현상유지가 아닌 현상을 타파하여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힘의 극대화를 통해 지역패권국27으로의 추구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아니한 중국의 실질적인 의도이고 외교안보전략이다.
27 미어샤이머에 의하면 모든 국가는 패권을 추구하며, 특히 전 세계를 포괄하는 패권보다 자신이 위치한 지역 또는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 부상하여 지역 패권을 추구한다. 이근욱, lbid., P.89.
공격적 현실주의의 관점에서 강대국의 행위는 자신의 지역 내에서 패권국이 되기 위한 공격적 팽창정책의 수행과 타 지역에서 패권이 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견제 정책 수행의 두 가지로 압축된다. 지역 패권국이 타 지역의 패권 등장을 막는 이유는 자신의 텃밭을 휘저을 만큼 강력한 적국이 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이다.28
28 Mearsheimer(2001), P.130.
미국도 패권을 유지하는 정책을 추구하듯 중국도 지역패권으로 부상하기 위해서 해상통제권강화를 추구하고 또한 해상 인접국과와는 공격적인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에 상하이협력기구 『上海協力機構,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SCO』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지역에서의 협력과 러시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여 내륙지역 국가들과는 현상유지정책을 취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에 필요한 에너지를 바다에서 얻기 위해 사활을 걸고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 가장 먼저 플랫폼 건설을 하고 석유를 캐내고 있다. 필요한 경우, 무력 및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에너지자원을 확보하려는 공세적 자세로 중국은 동중국해에서는 센카쿠 열도에서 멀지 않은 춘사오 유전지대에서 석유를 시추하고 있으며, 남중국해의 분쟁지역에서도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이로써 중국은 한편으로는 공격적으로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석유가스 자원개발에 착수해서 중국 경제에 필수적인 에너지를 확보하고 있다.29
29 김희열, “서구 시각에서 본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의 패권주의 연구”, 耽羅文化 42호, 2012, P.234.
자국의 영토보전과 자주성을 추구하기 위해 중국은 2000년대 들어 급성장한 국력에 걸맞게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경제대국’에서 ‘군사대국’으로 변모를 가속화 하고 있다. 2009년 4월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이 해군 창설 60주년 연설에서 “근해 해군에서 벗어나 대양해군으로 거듭나자”고 공식선언 했다. 시진핑 지도부는 “중국은 단호히 바다에서의 권리와 이익을 지켜 해양강국이 돼야 한다”며 ‘해양굴기’를 선언한 바 있다. 매년 2척 이상의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는 중국은 신형 전략탄도탄 핵잠수함을 해군 거점인 하이난海南섬에 배치했고 2012년 첫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호’까지 건조하여 2013년 9월 실전배치하였다.
2015년까지 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있는 ‘제1도련선’30을, 2025년까지 괌~사이판을 연결하는 ‘제2도련선’의 방위라인을 확대하여 해상통제권을 확보한다는 것이 중국의 목표다.(그림1)
30 중국 해군의 ‘근해 방어전략’에 따르면 제1도련선은 유사시 대미對美 방어 라인이다.
이에 따라 영해기선 선포, 센카쿠/댜오위다오 영해 순찰 상설화, 방공식별 선포 등 대외조치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31
31 미일동맹과 중국의 갈등의 상징은 중국의 ‘도련선 돌파’와 ‘자유와 번영의 호’전략이다. 중국은 도련선을 내의 해상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이고 미일동맹은 ‘자유와 번영의 호’ 구축으로 중국을 봉쇄한다는 전략이다. 2006년 11월 30일 아소다로 일본 외상은 일본국제연구소에서 열린 강연에서 ‘자유와 번영의호’ 구축을 공식화 했다(조선일보, 2013. 11. 29.).를 재구성.
2013년 11월 23일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것과 관련하여 중국은 “영공 확장이 아니라 더 안전한 항공 운항과 주권차원에서 선포한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센카쿠/댜오위다오 영토분쟁32을 위한 일본견제라는 일차적 목적을 넘어 태평양 진출을 위한 전략 구도 속에서 센카쿠/댜오위다오와 동중국해 중간선에 있는 유전과 가스전을 넘어 제1도련선(규슈九州~오키나와~대만) 출해구出海口 돌파에 그 목적이 있다.33
32 중국은 센카쿠/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에 있어 실효지배 중인 일본에 지속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공갈전략을 취하고 있다. 어정순시선이나 함정을 센카쿠/댜오위다오 해역에 출몰시키는 물리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일본을 위협하기도 한다. 현 체제 속 중국의 국력은 미국을 능가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센카쿠/댜오위다오 제도를 자국의 수중에 넣으려는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이란 공갈이 될 수밖에 없다. 영유권 획득을 위해 국지전이라도 벌일 경우에는 일본이 미국에게 개입을 요청할 것이고, 미국은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패권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 요구를 받아 들여 전쟁에 개입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남궁영·김원규, “센카쿠제도를 둘러싼 중·일간 분쟁의 함의: 공격적 현실주의 접근”, 세계지역연구논총31집 1호, 2013, P.196.
33 미어샤이머는 육군 또는 해병대와 같은 지상군ground troops 만이 상대 국가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상군 군사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육군력은 바다를 뛰어 넘어 충분히 투사될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 바다의 장벽으로 인해 공격하는 병력의 수가 제한되고, 상륙작전을 위해서 동원되는 화력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육군의 투사력을 막는 바다의 이 같은 성격을 미어샤이머는 “바다의 차단성the stopping power of water”이라고 명명하였다. Mearsheimer(2001), P.114.
중국 정부가 2013년 11월 23일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防空식별구역’을 설치했다고 선포하였다.(그림2) 중국이 발표한 방공식별구역은 중일 간 영유권 갈등지역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중심으로 상당 부분이 일본측 방공식별구역과 중첩돼 양측 간 의도적·우발적 무력 분쟁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방공식별구역선포는 미일동맹의 강화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대한 중국의 반발로 분석할 수 있다. 2013년 12월 3일 미 외교협회에 따르면 동아시아 전문가인 셰일라 스미스는 외교협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는 일본 등 동아시아 인접국들에 대한 도전일 뿐만 아니라 미국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공식 발표 직후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이 “중국의 일방적인 행동으로 지역 내 ‘현상유지status quo’를 변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백악관은 2013년 12월 5일 중국이 최근 동중국해에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 도발’로 규정하고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카니 대변인은 특히 “이는 미국 정부의 운용에 실질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 “중국의 이번 발표는 다른 국가가 관할하는 영토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지정학적으로 가장 민감한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방적 도발 행위’provocative unilateral action”라고 강조했다.34
34 (연합뉴스 2013. 11. 24. 국민일보, 2013. 12. 4. 연합뉴스, 2013. 12. 6.).를 재구성.
중국은 새로운 현대전 조건하의 적극적 방위전략이란 개념을 세우면서 2010년까지 일본 열도에서부터 필리핀 군도까지를 묶는 제1도련선 안에 중국의 이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전력을 보유하고자 국방력을 정비하였다. 또한 2025년까지 하와이 서측의 제2도련선 내에서 이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력을 보유한다는 방위 전략 목표를 수립하였다. 타카이 미츠오는 중국이 센카쿠/댜오위다오 일대를 장악할 경우 아시아·태평양 전략체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이 이 해역 일대를 장악하면 제1도련선이 대륙의 외연에서 500km 이상 동·남쪽으로 내려와 중국의 연안 방위가 유리해지며, 동남아시아나 태평양 진출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게 된다고 분석하였다. 오키나와 밑에 위치한 센카쿠/댜오위다오 제도는 일본의 군사동향을 주시할 수 있으며, 동중국해에서 해양우세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본과의 불가피한 충돌에도 불구하고 이 섬을 자국령으로 규정한 중국의 태도는 군사력의 대외투사를 본격화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35(그림1)
35 남궁영·김원규, lbid., pp.174~175.
[그림 1]The First and Second Island Chains
[그림 2]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그림 2]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견제를 뚫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해군은 물론 공군의 원거리 전력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이에 따라 다양한 군비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군사적 측면에 국한할 때 중국은 2015년 경 ① 중국의 인근해안에서의 해상거부능력, ② 중국 국경지역 주변에서의 공중우위 지속능력, ③ 다양한 장거리 타격력을 통한 미국의 역내 작전거점 위협 능력, ④ 미국의 정보우위에 대한 도전 능력, ⑤ 미국(본토)에 대한 전략적 핵위협 능력을 갖추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36
36 중국 및 아시아 전략 환경 분석 전문가인 폴락Jonathan D. PollacK
박사의 견해이다. 김태호, 『중국 외교 연구의 새로운 영역』, 나남, 2008, P.102.
또한 중국이 무리 없이 동중국해에서 해양패권국이 되기 위해서는 동남아국가들과 큰 마찰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의 해양패권에 도전하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강대국 인식 제고와 능력과 의지를 보여 동남아 국가들의 저자세를 요구하고 동시에 미국의 중국에 대한 군사 활동 패턴에 변화를 주는 효과도 얻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중국 봉쇄전략의 지정학적 핵심지역인 한국, 일본, 대만, 오키나와에 대해서도 선제적이고 직접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군사전략을 수립하였다. 미국의 군사작전개념이 작전지역 가까운 지역에 사전에 전력 전개한다는 것을 알고 중국은 미군 전력의 사전 전개기지가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해 유사시 선제 타격하여 미군 전력을 무력화하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37
37 정영철, “21세기 미국과 중국의 東아시아 覇權군사전략”, 朝鮮大學校軍事發展硏究, 2010, P.43.
중국 인민해방군도 해양강국 건설과 미·일 동맹에 맞서 대대적인 군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육군 위주의 기존 7개 군구軍區체제를 유사시 신속대응 능력을 강화한 5개 전구戰區체제로 개편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개혁안을 계획했다. 개혁안에 따르면 중국은 연안에 위치한 지난濟南·난징南京·광저우廣州 3개 군구에 각각 육·해·공·제2포병(전략 핵미사일부대)을 통합 운용하는 ‘합동작전사령부’를 설치할 계획이다.(그림3) 이는 전투 수행 능력을 강화해 지역 수비형 군대에서 공격형 군대 편제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들 연안 전구에 각각 서해·동중국해·남중국해의 제공권과 제해권 확보 임무가 부여될 것으로 전망된다.38
38 요미우리신문(2014. 1. 1.) 을 인용한 중앙일보(2014. 1. 2.) 기사를 요약 및 재구성.
[그림 3]중국인민해방군 배치현황
중국의 군사력이 급속히 증강되고 있지만 미국의 군사력과 비교할 때 여전히 열세라는 분석도 있다. 2010년 중국 국방비(1,190억 달러)는 미국 국방비(6,980억 달러)에 비해 월등히 부족하다. 즉 국방비 규모면에서 중국은 미국의 약 17퍼센트에 불과하고, 세계의 국방비 비중면에서도 미국이 43퍼센트를 차지하는 반면 중국은 7.3퍼센트를 차지할 뿐이다.
핵무기면에서도, 현재 미국이 약 8,5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반면, 중국은 약 400~5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만 본다면 중국은 미국에 큰 타격39을 가할 수 있는 군사력을 일부는 이미 갖추었고 냉전 이후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국방비가 축소 혹은 소폭 상승한 것과 달리 중국의 국방비는 오히려 크게 증가하였다.
39 홍콩 밍明보와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 등은 미 군사전문매체 워신턴프리비컨WFB을 인용해 중국이 13일 산시山西성 우자이 미사일·우주시험센터에서 ‘등펑東風,DF-41’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2013년 12월 19일 보도했다. 현지 언론들은 ‘등펑-41’의 최대 사거리가 1만 4,000km에 달해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다고 전했다. ‘등펑-41’은 길이 15m, 직경 2m, 중량 25t으로 1,200kg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미국 의회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잠대지 핵탄두 미사일 ‘쥐량-2’(사거리 7,000km)도 2013년까지 전력화 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상 기지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은 상대 국가의 항공 전력이나 미사일에 선제공격 당할 수 있지만 수중에서 쏘아 올리는 탄도 미사일은 발사 이후 목표 지점에 닿는 시간이 짧아 더 위협적이다(동아일보, 2013. 12. 20.).를 재구성. 중국이 이미 제한적으로 제3가격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구소련과 같이 상호확증파괴MAD: Mutual Assured Destruction 할 수 있는 능력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충분히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핵전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 중국 정부가 발표한 국방 예산은 1,190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미국 국방부가 계산한 실제 중국의 국방비(추정치)는 1,600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의 국방비가 지난 10여 년 동안 급속히 증가한 결과 그 규모는 2008년 이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IHS제인스 ‘14년 국방예산 전망 보고서’는 중국의 2014년 국방비(1,480억 달러)40는 2009년과 비교하면 3분의 1가량 늘어나 무척 가파른 증가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40 IHS제인스는 중국의 2014년 국방비를 2013년 국방비(1,392억 달러)대비 6.3퍼센트 증가된 1,480억 달러(약 160조 원)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국방비는 2008년 이후 미국 국방비(2014년 5,749억 달러로 2013년 5,824억 달러 대비 1.3퍼센트 감소)에 이어 세계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2015년 국방예산은 1,956억 달러로, 영국·독일·프랑스를 합친 금액(약 1,490억 달러)보다 많을 것이고, 2024년이면 서유럽 전체 국방비를 추월한 것으로 전망했다. IHS제인스 선임 분석가 크레이그 캐프리는 “중국의 국방예산은 경제적·지정학적 파워가 높아지는 것에 비례하는 측면이 있지만 증가의 규모와 속도로 볼 때 역내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41
41 http://www.janes.com/(검색일: 2014. 2. 5.)
‘잠재적 패권국’이라 불리기 위해서는 대규모 군사력과 막강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지역의 다른 국가들과 현격한 힘의 격차를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기준을 제시하면서 미어샤이머는 중국은 아직 동북아의 잠재적 패권국이 아니라고 보았는데 그 이유는 일본과의 큰 경제적 격차를 들었다. 일본과의 경제력 격차를 동북아에서 잠재적 패권국의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로 보고 있는 것이다. 양국 간 확연한 경제력의 차이를 근거로 중국을 잠재적 패권국이 아니라고 상정했던 미어샤이머의 주장은 2001년의 상황을 잘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2010년 이후, 중국은 일본의 경제력을 추월하여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수준에 이르렀다.42
42 남궁영·김원규, lbid., P.175.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의 증강을 꾸준히 추구하고 있는 중국은 동북아시아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잠재적 패권국’으로 부상하였다.
[그림 4]Top 15 Defence Budgets 2013
■ 맺 는 말
● 중국은 동북아에서 패권을 추구하는가?
중국의 동북아 패권전략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본다.
첫째, 자국의 영토보전과 자주성을 추구하고 지역패권으로 부상하기 위해서 해상통제권강화정책을 추진하고 또한 해상 인접국과와는 공격적인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2015년까지 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제1도련선’을, 2020년까지 괌~사이판을 연결하는 ‘제2도련선’의 방위라인을 확대하여 해상통제권을 확보한다는 것이 중국의 목표이며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의 선포 또한 해상통제권 확보의 일환이다.
또한 한편으로는 공격적으로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석유가 가스 자원개발에 착수해서 중국 경제에 필수적인 에너지를 확보하고 있다
둘째, 중국은 미국의 해양패권과 미일동맹 도전하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강대국 인식 제고와 능력과 의지를 보여 동남아 국가들의 저자세를 요구하고 동시에 미국의 중국에 대한 군사 활동 패턴에 변화를 주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셋째, 중국은 미국의 중국 봉쇄전략의 지정학적 핵심지역인 한국, 일본, 대만, 오키나와에 대해서도 선제적이고 직접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군사전략을 수립하였다. 이는 미군 전력의 사전 전개기지가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해유사시 선제 타격하여 미군 전력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이다.
넷째, 중국 인민해방군도 해양패권을 추구하기 위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육군 위주의 기존 7개 군구軍區체제를 유사시 신속대응 능력을 강화한 5개 전구戰區체제로 개편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개혁안을 계획했다. 이들 연안 전구에 각각 서해·동중국해·남중국해의 제공권과 제해권 확보 임무가 부여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섯째, 중국은 2000년대 들어 급성장한 국력에 걸맞게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중국의 국방비가 지난 10여 년 동안 급속히 증가한 결과 그 규모는 2008년 이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냉전 이후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국방비가 축소 혹은 소폭 상승한 것과 달리 중국의 국방비는 오히려 크게 증가하였다. 아시아 지역만 본다면 중국은 미국에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군사력을 일부는 이미 갖추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견제를 뚫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해군은 물론 공군의 원거리 전력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이에 따라 다양한 군비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의 평화로운 부상은 가능할 것인가? 공격적 현실주의 이론에 근거하면 중국의 평화로운 부상은 불가능하다. 미어샤이머는 중국이 현재와 같은 기록적인 경제성장을 향후에도 지속한다면 경제적 부를 군사력으로 전용할 것이고,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은 강도 높은 패권경쟁을 벌일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대외정책 기조가 덩샤오핑 시대의 도광양회韜光養晦43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44로, 이것이 다시 화평굴기和平.起45를 거쳐, 돌돌핍인咄咄逼人46으로까지 바뀌는 형태를 예상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47
43 옌쉐통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은 “중국은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지침에 따라 적대국을 만들지 않는 외교를 해왔지만 최근 대한對韓·대일對日외교에서 드러나듯이 친구와 적을 분명히 가르는 ‘분발유위(奮發有爲; 떨쳐 일어나 성과를 거두다)’로 무게중심이 옮기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연한제일(聯韓制日; 즉 한국과 연합해 일본을 제압한다)’을 추구하며, 기존의 ‘무적무우(無敵無友; 친구도 적도 없다는 의미로 중국의 전통적 중립·비동맹 외교정책기조)’에서 벗어나 피아彼我를 구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동아일보, 2014. 2. 5.).를 재구성.
44 장쩌민 주석 시대의 대외정책 기조로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서 마땅히 해야 될 일을 하겠다’라는 의미로 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에 따른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45 2003년 중국공산당의 이론가인 정비젠 중국인민대학교수가 ‘평화롭게 국제사회의 강대국으로 부상한다’는 전략을 제시하여 후진타오 주석이 추진했다. 남궁영·김원규, lbid., P.176.
46 ‘기세등등하게 상대를 압박한다’는 뜻으로 경제력 성장을 바탕으로 중국의 주권 수호를 더욱 강력하게 내세운 외교정책을 빗대어하는 말로서 중국의 공식적인 대외정책은 아니다. lbid., P.176.
47 Ilbid., P.176.
공격적 현실주의 이론에서 국가의 목표는 패권을 추구하는 것이다. 무정부적인 국제체제에서 자국 안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국가의 힘을 키워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강력한 힘, 즉 패권을 추구하는 것이 공격적 현실주의의 힘의 추구 동기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중국이 지역적 패권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국은 연평균 10% 상회를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급격히 국부를 중대시키고 있다. 강력해진 기반으로 중국은 자국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시키기 위해 군사력 증강을 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제력과 군사력을 포함한 종합적인 국력이 한층 강화된 중국은 그 힘을 활용해 지역의 패권국가로 발돋움하려 한다.48
48 Ilbid., P.198.
중국은 미국의 우려를 의식하면서 패권을 추구하는 일은 절대 없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밝혀 왔고, 동시에 상업에 치중하면서 주변 분쟁의 중재자를 자처하는 빈도를 높이고 있지만 이는 현재 패권국인 미국이 한 세기 전에 시행하던 정책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49
49 이장훈, 『홍군 vs 청군: 미국과 중국의 21세기 아시아 패권 쟁탈전』, 삼인, 2004, pp.26~27.
그 동안 중국이 주장해 왔던 평화정책은 본질적으로 평화를 추구하는 정책이 아니라 언제든지 패권추구세력으로 전환할 기회를 노리고 있는 일시적이고 잠정적인 현상이었으며, 최근 동북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국의 행보는 기존의 현상을 타파하고 있는 패권국 지향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자신이 위치한 동북아를 포함한 역내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 부상하여 지역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 한국의 전략적 대응방안
한국은 동북아지역의 주변강대국에 의해 상대적으로 중견국50으로 평가되고 있다.
50 쿠퍼는 「틈새외교niche diplomacy」(l997)에서 중견국가의 세 가지 역할을 강조했다. 중견국가는 촉매자catalyst로서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행사하며, 촉진자facilitator로서 각종 의제를 설정하고 지지 연합을 구축하며, 관리자manager로서 국제제도의 수립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김치욱, “국제정치의 분석단위로서 중견국가middlepower : 그 개념화와 시사점”, 국제정치론집 제49집 1호, 2009, P.15.
지정학적 위치 및 힘의 구도에 기인하여 주요 강대국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종합국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동북아 패권전략으로 그 동안 현상유지 되었던 ‘balancing’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미국의 ‘grandstrategy’와 ‘아시아 회귀정책pivot to asia’으로 미중관계가 변화하는 가운데 중견국인 한국은 국제체제의 성격, 지역환경, 관련 쟁점과 특성 등을 고려하여 국가의 안보와 외교정책을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 판단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한국이 변화하고 있는 이러한 동북아 상황에서 향후 대처할 수 있는 전략적 대응방안을 간략히 제시해 보도록 하겠다.
첫째, 한미동맹을 전제로 중미양국에 대해 ‘interbalancing’과 ‘hedging’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interbalancing’은 ‘동북아 균형자론’과는 그 개념이 다른 전략이다. 한국의 보수진영에서 제기했던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한 비판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① 균형자라는 용어가 국제정치에 있어 현실주의의 전형적 이론인 세력균형이론의 핵심 개념인 만큼, 21세기의 외교정책 개념으로는 적합하지 않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이었다. ② 한국의 외교적 위상이나 능력 등을 고려하면 ‘균형자’로서의 한국의 존재는 무모하다는 비판이었다. ③ ‘균형자’의 전형적인 개념을 고려할 때 한국이 균형자적인 역할을 수행하려면, 한미동맹을 파기해야만 할 만큼, 균형자론은 보수·진보 양진영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였다.51
51 함택영·남궁곤 공저, 『한국 외교정책: 역사와 쟁점』, 사회평론, 2010, P.647.
반면 필자가 주장하는 ‘inter-balancing’은 한미동맹을 전제로 추구한다. ① 영토분쟁 혹은 야욕이 없고, ② 유사시 지원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고, ③ 역사적, 선험적으로 우리에게 이익인 국가는 미국밖에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52
52 김태호, lbid., P.117.
따라서 미국과는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협력적이고 실용적인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하지만 중국이 역내 주도국, 즉 패권국이 될 경우, 다양한 역내 안보현안에 중국이 연루되어 있는 상황으로 인해 동아시아 및 한반도의 안정에 큰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일변도 전략보다는 중국과 미국의 전략과 정책의 변화, 힘의 역학관계를 고려한 한국의 입장에서 중미 양국 간의 상호 균형적이고 포괄적인 전략을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과 미국의 전략과 정책의 변화, 힘의 역학관계를 고려하여 유연하게 동맹정책, 협력정책을 추진하고 상호 관계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통한 파트너십 관계는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전략대화와 군사교류를 확대한다. 필요시 미국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합동군사훈련53을 통해 양국의 신뢰성을 증진시킨다.
53 중국의 정체성 문제와 폐쇄적 정책과 전략을 고려하건대 한중관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단기간에 모든 관계를 급속히 발전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한국은 현재 군사협력을 실시하고 있는 상호 인적교류, 함정방문 등을 확대하고 정보교류, 군사교육, 군사훈련 참관 등에 대한 교류를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점진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재해재난 등과 관련된 초국가적/비군사적 위협에 대한 협력 및 합동훈련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 박창권 외, 『미중관계 전망과 한국의 전략적 대응방향』, 한국국방연구원, 2010, P.371.
중국에는 한미동맹의 범위는 한반도가 중심이라 점, 즉 한미동맹은 중국봉쇄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반중국 군사연합’을 형성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일관되게 견지해야 한다.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미국과 일본의 군사활동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이는 한국이 강대국 간의 군사 경쟁에 말려들지 않기 위한 조치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다.
둘째, 증가하는 국력에 맞추어 외교력을 강화해야 하고, 적극적인 다자주의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아시아 전체를 포괄하는 대다자주의와, 동북아시아나 특정 지역과 국가만을 포괄하는 소다자주의 정책이 모두 포함된다. 또한 여기에는 기존 조직의 발전과 새로운 조직의 형성, 전통적 안보기제와 비전통적 안보 기제의 형성과 발전이 모두가 포함된다. 대다자주의의 사례로는 동아시아정상회EAS,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3(한중일)), 아세안지역포럼ARF,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을 들 수 있다. 소다자주의의 사례로는 6자회담, 한중일 정상회의, 한미일 외교안보회의 등을 들 수 있다.54
54 조영남, lbid., P.380.
동아시아 지역공동체가 세계 강대국으로서 중국이 보여 주는 패권적 행위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한국과 주변국가에 유리하게 수립되고 운영되도록 중견국가로서의 촉매자, 촉진자, 관리자의 역할을 주도해야 한다.55
55 중국이 방공식별을 선포한(2013. 11. 23.) 이후 한국은 방공식별구역 관련 법령을 근거로, 군 항공작전의 특수성, 항공법에 따른 비행정보구역의 범위, 국제관례 등을 고려하여 이어도 수역 상공과 마라도와 홍도 남방을 포함한 한국방공식별구역의 조정안을 2013년 12월 8일 공식 발표하였다(국방부 보도자료,2013. 12. 8.를 요약). 한·중·일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되어 군사적 충돌방지와 방공식별구역 등 외교·안보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주도하여 중국과 일본에 양자협의를 제안한 것과 ‘위기관리체제’를 관리할 수 있는 다자협력체제 구축의 추진은 중견국으로서 촉매자catalyst, 촉진자facilitator, 관리자manager 역할의 좋은 사례이다.
경제적 분야에서도 한중일 FTA, 미국주도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중국 중심의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 협정) 등과 같이 국가 간, 다자간의 협정의 참여여부 등 국가이익과 안보, 동맹관계를 신중히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56
56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 Trans-pacific Partnership’은 상품 및 서비스 교역의 자유화뿐만 아니라 비관세 분야 등을 대상으로 하는 광범위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현재 미국,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지역의 12개 국가들이 타결을 목표로 협상중이다. TPP의 주요 협상 분야가 국유기업의 불공정한 지위 및 행위에 대한 규제, 정부 구매, 지적재산권, 노동권 및 환경보호 등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의 근간과 배치되는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어 중국은 수용하기가 제한된다. 중국은 외형상으로는 TPP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TPP를 중국 부상에 대한 미국의 견제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TPP에 대한 대항수단으로 ASEAN주도의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RCEP는 ASEAN이 주도하고 있어 TPP를 주도하는 미국과 직접적인 대립을 피할 수 있으며 RCEP의 순조로운 진척을 위해서는 중국의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중국의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통일한국이 중국에게 적대적 국가로 발전될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시키고, 중국의 북한에 대한 유사시 개입을 차단하고 방지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심화되는 현실을 고려하여 중국이 북한에 대한 권리와 기득권을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유사시 중국이 북한에 대한 개입을 차단할 수 있도록 외교안보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역내 지역질서를 유지할 수 있고 주변국이 위협을 느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통일한국에 대비한 억지력을 가질 수 있는 전력증강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북한을 국제사회에 편입시키고 미국, EU 등 많은 국가가 북한 문제에 대한 이해상관자로서 관계를 설정하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