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국방과 기술

첨단 전투기 생존 필수품, 기만체계

  작성자: 최현호
조회: 11256 추천: 0 글자크기
0 0

작성일: 2020-10-14 11:34:59

적외선 및 레이다 추적 미사일 기만을 위한 첨단 기술들
첨단 전투기 생존 필수품, 기만체계



최현호 군사커뮤니티 밀리돔 운영자/자유기고가




대공방어 무기는 대공포에서 시작하여 첨단 레이다 유도 미사일로 발전했다. 대공방어 무기의 발전은 적진에 깊숙이 침투하여 작전해야 하는 전투기들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다. 과거 전투기의 생존수단은 채프와 플레어 정도였지만, 이제는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기만체계, 특히 레이다를 기만할 수 있는 체계가 늘어났다. 전투기용 첨단 방어 체계의 한 축인 레이다 기만기를 소개한다.





[그림 1] 군용기의 기본적인 기만 수단인 플레어



  현대 첨단 전투기는 능동전자주사(AESA)레이다와 표적추적장비(TGP) 같은 각종 첨단 장비를 갖추고, 합동직격탄(JDMA)이나 레이저 유도폭탄(LGB) 등 다양한 무장을 운용하면서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런 공중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공대공 미사일(AAM)과 지대공 미사일(SAM)도 함께 발전하면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레이다 탐지를 회피하기 위한 스텔스가 발전하고 있지만, 대응 기법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 전통적 기만수단, 채프와 플레어


  전투기의 생존에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AAM이나 SAM 같은 위협이 발사되기 전에 발사 플랫폼을 제거하는 것이지만, 이미 발사된 경우에는 다가오는 위협을 우선 탐지하고 회피해야 한다.
  위협 탐지를 위해서 적의 레이다 신호를 탐지하여 경고하는 레이다 경보 시스템 RWR, 레이저 신호를 탐지하는 레이저 경보 시스템 LWR, 그리고 미사일이 비행할 때 발생하는 열로 인한 적외선을 탐지하는 미사일 접근 경보장치 MAWS 등이 사용된다.
  하지만, 이런 경보장치는 어디까지 경보만 할 뿐 위협에 대응하지 않기에, 생존을 위해 다양한 기만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널리 알려진 전투기용 기만수단으로는 적외선 유도 장치 기만을 위한 플레어Flare와 레이다를 기만하기 위한 채프Chaff가 있다.





[그림 2] A-10 공격기의 채프/플레어 살포기를 정비하는 미 공군



  섬광탄으로 불리는 플레어Flare는 1950년대 적외선 유도 미사일이 개발되면서, 이를 회피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적외선 유도 미사일은 개발 초기에는 근적외선(0.75~3㎛) 대역을 추적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중적외선(3~7㎛) 대역까지 추적 폭을 넓혔다. 플레어도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중적외선 대역을 방출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채프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이 독일의 대공 감시 레이다를 속이기 위해 사용한 윈도우Window라고 부른 얇은 알루미늄 조각에서 시작한다. 영국 공군은 윈도우를 1943년 7월 24일 함부르크 공습 때 사용하여 독일 공군이 엉뚱한 곳으로 요격기들을 보내도록 만들었다. 당시 독일도 윈도우와 비슷한 듀펠Düppel이라는 레이다 기만체계를 만들었다. 채프라는 이름은 미국이 영국의 윈도우를 도입한 후 붙인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림 3] 채프와 플레어는 카트리지 형태로 살포기에 장착된다.



  하지만, 채프는 공중에 뿌려지면서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금방 전투기와 멀어지고, 전투기는 채프를 연속해서 살포해야 한다. 그러나 현대적인 레이다 추적 미사일들은 느린 속도로 떨어지는 채프와 빠른 속도의 전투기를 구분할 수 있어 다른 기만 방법이 필요해졌다.





[그림 4] 섬유 형태로 된 채프



  전투기에 장착되어 적 레이다를 교란하는 전자 대응 수단 ECM도 중요한 장비다. ECM은 일반적으로 재머Jammer로 불리며, 전투기 내부나 외부 파일런에 장착된다.
  하지만 외장형 재머를 장착하면 전투기의 레이다 단면적과 항력이 커지며, 그에 따라 민첩성이 떨어진다. 장착 위치에 따라 재밍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전파를 발신하기 때문에 발신 위치를 추적하는 HOJ Home on Jam 방식을 사용하는 미사일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내장형 재머의 경우 외장형 재머에 비해 공간적 여유가 적어 업그레이드 기회가 비교적 떨어진다. 무엇보다 ECM 장비의 경우 가격이 매우 비싸다.




• 레이다를 속여라, RF 기만기


  가격은 싸지만, 효과가 제한되는 채프와 효과적이지만 가격이 비싼 ECM 장비는 모두 필요한 장비다. 모든 전투기가 ECM 장비를 갖추기 어려운 경우, 채프보다는 효율적인 레이다 교란 수단이 필요하다. 이런 목적으로 기만기Decoy로 불리는 전파RF 기만기가 개발되었다.
  RF 기만기는 운용 형태에 따라 견인형, 비행형, 그리고 살포형으로 나눌 수 있다.



◆ 견인형 기만기


  견인형 기만기는 전투기의 포드에 장착되어 있다가 위협이 탐지되면 방출하여 케이블로 끄는 방식을 사용한다. 전투기에서 멀리 떨어져 견인되기 때문에 기만기가 피탄 되더라도 전투기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낮다. 임무가 끝난 후에는 케이블을 절단하여 버릴 수 있다.
  내부에 레이다파를 증폭하여 반사하는 장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견인하고 있는 전투기보다 더 큰 레이다 단면적(RCS)을 만들어 적의 레이다 유도 미사일을 기만기로 유도한다. 개발될 당시에는 단순히 견인되면서 RCS를 키우는 정도였지만, 현재는 광섬유로 연결되어 기만 전파를 방사하는 능동형 재머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로 끌기 때문에 항력이 크며, 끄는 동안에는 전투기의 급기동이 제약된다. 또한 작은 내부 공간에 배터리, 프로세서, 안테나 등이 집약되기 때문에 ECM 포드보다 출력 등이 부족할 수 있다.
  견인형 기만기는 1990년대 초반부터 영국, 미국, 독일에서 운용을 시작했다. 현재 배치된 것으로는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의 아리엘Ariel, 독일 헨졸트Hensoldt의 스카이 버저Sky Buzzer, 미국 레이티온의 AN/ALE-50, 미국 BAE 시스템즈의 AN/ALE-55와 AN/ALE-70, 이스라엘 IAI의 ELL-8270이 대표적이다.





[그림 5] BAE 시스템즈가 생산하는 AN/ALE-55 견인형 기만기



  아리엘, AN/ALE-55, 그리고 AN/ALE-70은 광섬유 견인형 기만기로 현대적인 대공 위협에도 뛰어난 대응 능력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AN/ALE-70은 F-35 전투기 후방 아래쪽에 내장되어 운용된다.





[그림 6] 이스라엘 IAI의 ELL-8270 견인형 기만기



  견인형 기만기는 대공 미사일 기술의 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듀얼밴드Dual-Band 기만기로 발전하고 있다.



◆ 비행형 기만기


  적이 첨단 레이다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전자전을 통한 제압이 어렵게 되는데, 이럴 때 가장 효과적인 것이 전투기에 앞서 미끼를 던져 적의 대공방어 자산을 소진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체 추진력을 가진 기만기가 필요하고, 이런 것을 비행형 기만기, Air Launched Cruise Decoys라고 부른다.
  비행형 기만기는 간단하게 말해 적의 레이다 신호를 증폭시키거나 아군 항공기의 RCS를 흉내 낼 수 있는 장치를 내장한 소형 무인항공기다. 초기에 개발된 비행형 기만기는 자체 추진력 없이 활공만 가능했지만, 소형 터보제트 엔진을 장착하고 GPS와 관성항법 장치를 이용하여 사전에 입력된 경로를 비행할 수 있도록 발전했다.
  비행형 기만기는 1980년대 후반 미국과 이스라엘이 개발한 ADM-141 TALDTactical Air Launched Decoy에서 시작되었는데, 나중에 엔진을 장착한 ITALD Improved TALD로 개량되었다. TALD는 1991년 사막의 폭풍 작전에 처음 사용되어 이라크의 대공방어망을 파괴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최근 개발된 비행형 기만기는 레이티온의 ADM-160 MALD Miniature Air-Launched Decoy와 그 개량형인 ADM-160C MALD-J, 유럽 MBDA의 스피어 SPEAR-EW가 있다. 최신 비행형 기만기는 양방향 데이터링크를 장착하여 모 기체와 통신이 가능하여 비행경로 수정이 가능하며, 자체적으로 레이다 재밍 기능도 갖추고 있다.





[그림 7] 미 공군과 해군이 운용하는 레이다 재밍 기능을 갖춘 ADM-160C MALD-J



  약점도 있는데, 비행형 기만기는 전투기의 외장 파일런 등에 장착되기 때문에 미사일 등 다른 외부 무장을 제약한다.



◆ 살포형 기만기


  기술의 발전으로 채프와 ECM 포드를 합쳐놓은 개념의 새로운 기만 수단이 등장했다. ECM 포드와 채프를 섞어 놓은 첨단 기만 체계로, 전투기의 채프/플레어 시스템에 들어갈 정도로 작지만, 전지를 사용하여 ECM 포드처럼 작동한다. 살포형Disposable 기만기는 소모형Expendable 기만기로 불리기도 한다.
  살포형 기만기의 초기 모델들은 진행파관(TWT)과 리피터Repeater로 구성되어 정해진 대역의 전파만 방출했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무선주파수 메모리(DRFM) 기능을 갖추어 다양한 대역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림 8] 유럽 MBDA의 스피어 EW 비행형 디코이



  살포형 기만기는 표준 채프/플레어 살포기가 있는 항공기라면 어떤 기체에도 통합이 가능하다. 작은 크기로 인해 탑재 기체의 기동이나 항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크기와 무게가 작기 때문에 연산능력과 전파 발신 능력이 제한된다. 내장된 배터리로 움직이기 때문에 전파 발신 시간이 짧다는 단점도 있다.
  살포형 기만기는 레오나르도가 개발한 브라이트클라우드BriteCloud가 대표적이다. 브라이트클라우드는 중량 1.1kg, 직경 55밀리의 실린더형인 BC55와 중량 0.5kg, 가로 5.08cm, 세로 2.54cm, 길이 20.32cm의 상자형 BC218의 두 가지 형태로 만들어져 고객에게 선택의 폭을 넓혔다.





[그림 9] 사각과 원형의 두 가지 형태를 가진 브라이트 클라우드



  터키의 아셀산Aselsan도 브라이트클라우드 BC218과 유사한 상자형의 소모성 능동 기만기EAD Expendable Active Decoy라는 살포형 기만기를 개발했다.




• 미래에는 레이저 요격을 통한 자체 방어


  플레어와 채프, 그리고 다양한 RF 기만기는 전투기의 생존에 필수적이지만, 대공방어 무기의 발달은 이런 기만수단의 효율성을 저하시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위협을 직접 제거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회전익기의 경우 주 위협인 적외선 추적식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MANPADS)에 대응하기 위해 능동적외선대응체계(DIRCM)가 개발되었다. DIRCM은 낮은 출력의 레이저로 날아오는 미사일의 시커를 교란시킨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전투기는 외부로 돌출되는 DIRCM을 장착하기 어렵고, 주 위협인 레이다 유도 미사일에는 효과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미 공군은 고출력 레이저를 이용한 요격을 선택했다.
  2016년 11월, 미 공군 연구소(AFRL)는 전투기 등 군용기에 레이저를 이용한 자체 방어 능력을 부여하기 위해 자체방어 고에너지 레이저 실증기SHiELD SelfProtect High-Energy Laser Demonstrator라는 연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AFRL은 2016년 8월, 노드롭 그루만과 SHiELD용 빔 통제 시스템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SHiELD의 핵심인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는 2017년 11월 록히드 마틴과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그림 10] SHiLED에 앞서 항공기용 360도 레이저 포탑 가능성을 시험한 ABC 테스트베드



  미 공군은 SHiELD에 앞서 2014년에 록히드 마틴과 항공기용 레이저 터렛 시험을 위한 공중탑재 항공 광학 빔 콘트롤ABCAero-Adaptive, Aero-Optic Beam Control라는 연구 프로그램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항공기에 레이저 무기를 적용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었다.
  미 공군은 SHiELD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항공기에 통합할 수 있는 포드형 레이저 무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AFRL은 2021년에 첫 비행 시험을 할 예정이었으나, 2020년 6월 기술적 문제와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을 이유로 2년 연기되었다.





[그림 11] F-16 등 구형 전투기도 레이저 포드를 장착할 수 있게 된다.



  미 공군의 SHiELD 프로그램은 예정보다 지연되었지만, 개발이 완료되면 미 공군이 운용할 다양한 전투기의 자체 방어 장비로 채택되어 생존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 해군도 2018년부터 SHiELD와 유사하지만, C-130 등 대형 기체에 장착하는 레이저를 이용한 하드킬 장비인 하드킬 자체방어 대응체 시스템HKSPCS Hard Kill Self-Protection Countermeasure System 개념을 개발하고 있다.
  이상으로 전투기의 생존에 필수적인 기만체계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전투기는 중요한 공격 자산이지만, 그만큼 위협에 많이 노출된다. 앞으로도 전투기를 노리는 공격 방법이 진화하고, 이를 막기 위한 방어 방법도 진화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군과 기업은 외국에서 진행되는 창과 방패의 싸움을 지켜보는 입장에만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미지

[크기변환]1.jpg

댓글 0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