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국방과 기술

인수 합병으로 경쟁력 키우는 해외 방위산업계

  작성자: 최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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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06-30 11:11:18

덩치 키우기식 인수와 합병이 아닌 미래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
인수 합병으로 경쟁력 키우는 해외 방위산업계



최현호 군사커뮤니티 밀리돔 운영자/자유기고가




4월 초, 미국의 유명 방위산업체 레이티온과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의 합병이 이루어지면서 세계 3위의 대형 방산업체가 탄생했다. 세계 방위산업계에서 인수 합병(M&A)은 경쟁력을 키워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한 공식이 된지 오래다. 인수 합병을 통해 세계 무기 시장에서 강세를 유지한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중국도 중복 방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업체들도 눈여겨봐야 할 세계 방위산업계의 인수 합병을 알아보았다.





[사진 1] 레이티온과 UTC의 합병으로 탄생한 레이티온 테크놀로지스




• 레이티온과 UTC 합병으로 RTC 탄생


  2020년 4월 3일(현지시간), 미국의 레이티온과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 코퍼레이션(UTC)이 합병을 마무리하고 레이티온 테크놀로지스 코퍼레이션(RTC)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사진 2] 합병되기 전 레이티온과 UTC 로고



  합병 소식은 2019년 6월 처음 알려졌다. 당시 두 회사의 CEO들은 2018년 여름부터 논의를 시작했 고, 2019년 1월부터 본격화되었다고 밝혔다. 합병으로 탄생한 RTC는 2019년 기준 매출 740억 달러에 기술자와 과학자 6,000명을 포함하여 전 세계에 걸쳐 195,000명을 고용한 대형 업체가 되었다.
  2019년 6월, 합병 추진 소식을 전할 당시, 레이티온의 CEO는 두 회사의 제품 포트폴리오 사이에 약 1% 정도의 중복만 있다고 밝혔다. UTC CEO는 새로운 회사는 미래에 투자할 엄청난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합병된 회사의 자원으로 서로가 개별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CEO는 새로운 회사가 연구개발(R&D)에 80억 달러를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회사의 R&D 예산은 극초음속과 미래 미사일 시스템, 지향성 에너지 무기, 경쟁 환경에서의 정보 감시정찰(ISR), 네트워크로 연결된 항공기를 위한 사이버 보호 그리고 상업용 항공을 위한 첨단 분석과 인공 지능을 포함한 첨단 방위 프로그램 등에 투입될 계획이다.
  그들은 새로운 회사의 방산과 상업 부문의 비율은 50 대 50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레이티온은 전체 수익에서 방위산업이 93%를 차지하고, UTC는 13%에 불과했기 때문에 두 기업의 합병은 서로 부족한 부문을 보강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평가된다.





[사진 3] 레이티온의 대표 무기체계인 패트리어트 미사일



  새로 출범한 RTC의 사업 영역은 콜린스 에어로스 페이스, 플랫 앤 휘트니, 레이티온 인텔리전스 앤 스페이스, 레이티온 미사일 & 디펜스의 네 가지다.
  이번 합병으로 세계 방위산업체 순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미국의 국방 관련 매체 디펜스뉴스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100대 방위산업 순위 2019년 자료에서 레이티온은 241억 6,494만 달러로 4위, UTC는 93억 1,000만 달러로 17위였다. 두 회사를 합치면 334억 4,794만 달러로 253억 달러로 3위였던 노드롭 그루만보다 많아진다.





[사진 4] UTC 자회사인 플랫 앤 휘트니가 생산하는 F-35 전투기용 F135 엔진



  2019년 순위에서 2위는 340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한 항공우주업체 보잉이다. 2위 보잉과 3위 RTC의 격차가 크지 않아 두 업체의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미국 업계의 계속되는 인수 합병 그리고 조인트벤처 설립


  세계 방위산업계 특히 미국 방위산업계는 수많은 인수 합병 그리고 분할 및 매각을 통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미국 업체들은 1990년대부터 대형 인수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웠고, 세계 방위산업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방위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은 1995년 3월 록히드 코퍼레이션Lockheed Corporation과 마틴 마리에타Martin Marietta가 합병되어 만들어졌다. 2015년 7월에는 UTC가 내놓은 시콜스키를 사들이는 등 최근까지도 인수 합병을 계속해 왔다. 시콜스키 인수를 통해 그 동안 공백이었던 회전익기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게 되었다.
  보잉은 1996년 12월 록웰Rockwell의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부문을 인수했고, 1997년 8월 1일에는 항공 우주 및 방위산업 부문에서 강력한 경쟁자였던 맥도넬 더글러스 코퍼레이션McDonnell Douglas Corp.을 인수 합병했다. 2008년 9월에는 소형 무인기 생산업체인 인시투Insitu Inc., 2016년 무인함선 업체 리퀴드 로보틱스Liquid Robotics, 2017년에는 자율비행 및 무인항공기로 유명한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를 인수했다.





[사진 5] 노드롭 그루만 자회사인 스케일드 컴포지트가 개발한 초대형 항공기인 스트라토런치



  노드롭 그루만도 1994년 노드롭 코퍼레이션이 그루만 에어로스페이스 코퍼레이션을 21억 달러에 인수 합병하여 탄생했다. 2007년에는 실험적인 설계로 많은 프로토타입 항공기와 개발용 축소모형을 제작한 스케일드 컴포지트Scaled Composites를 인수했다. 2017년 9월에는 우주 시스템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오비탈Orbital ATK를 92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고 2018년 6월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사진 6] 오비탈 ATK의 우주발사체들



  레이티온과 UTC도 합병 이전에 꾸준하게 인수 합병을 해오고 있었다. 레이티온의 대표적인 인수 합병 사례는 1997년 AGM-65 매버릭 공대지 미사일, AGM-120 공대지 미사일, BGM-71 토우 대전차 미사일을 제작하던 휴즈 일렉트로닉스 코퍼레이션Hughes Electronics Corporation의 휴즈 에어크래프트 컴퍼니Hughes Aircraft Company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부분 인수를 꼽을 수 있다.
  UTC는 오랫동안 헬리콥터 제작사 시콜스키와 엔진 제작사 플랫 앤 휘트니를 자회사로 가지고 있었다. 2017년 9월에는 230억 달러에 항공전자시스템 및 객실설비 제조 기업인 록웰 콜린스를 인수했다. 2018년 10월에는 L3 테크놀로지스와 해리스 코퍼레이션Harris Corporation이 합병을 발표했고, 2019년 1월에 L3 해리스가 되었다.




• 유럽, 러시아 그리고 중국도 경쟁력 강화중


  미국 업체들과 경쟁하는 유럽의 업체들도 덩치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인수 합병 외에 두 개 이상의 회사가 협력하여 새로운 전문 회사를 설립하는 조인트벤처의 설립이 더 많다.
  유럽의 대표적인 항공우주 기업인 에어버스는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스페인 업체들이 협력하여 만들어진 다국적 기업이다. 미사일 전문업체인 MBDA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그리고 영국 업체들이 해당 부문을 합쳐 만들었다.
  최근 조선분야에서 대규모 조인트벤처가 설립되었다. 이탈리아 국영 조선업체 핀칸티에리는 프랑스 국영 조선업체 나발그룹과 함께 해군판 에어버스로 불리는 나비리스Naviris라는 조인트벤처를 만들었다.





[사진 7] 해군판 에어버스로 불리는 나비리스 로고



  나비리스는 2017년 9월, 프랑스와 이탈리아 정상 회담에서 유럽 대륙에서는 유일하게 항공모함을 건조할 수 있는 생 나자르 조선소의 지분을 이탈리아가 인수하기로 합의하면서 싹을 틔웠다. 생 나자르 조선소는 우리나라의 STX 조선이 인수했던 ‘STX 프랑스’를 말한다. 그 후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2019년 6월 두 회사가 조인트벤처 설립에 합의했다. 나비리스는 앞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사업에서 두 회사를 대표하여 진출하게 된다.
  독일 정부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협력에 대응하여 자국 조선업체들이 합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2020년 4월 독일 현지 매체 보도에 의하면, 독일 정부의 노력으로 티센크룹마린시스템TKMSThyssen Krupp Marine Systems, 키엘Kiel 조선소, 그리고 뤼르센Lürssen이 2020년 초반부터 비공개로 합병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통합 논의를 촉발시킨 것은 1월 초, 수십억 달러 규모의 독일 해군 MKS 180 호위함 도입 사업에서 네덜란드 업체 다멘Damen이 승리한 것이다. 다멘은 블롬운트 포스(Blhm+Voss)와 협력하여 독일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독일 산업 로비 단체들은 유럽 연합이 위임한 공공 프로그램에서의 경쟁을 수행하려는 선의의 노력이 역효과를 냈다고 분노했다. 그들은 다른 유럽 국가들은 그런 방위산업 관련 업무를 자국 산업 생태계 내에서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정부는 통합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업체들의 대화를 유도했다.
  지상 장비 분야에서는 독일과 프랑스가 협력하고 있다. 독일의 클라우스 마페이 웨그만KMW KraussMaffei Wegmann과 프랑스 넥스터Nexter는 2015년 6월 KNDSKMW+Nexter Defense Systems라는 조인트벤처를 만들었다. 독일과 프랑스는 2016년에 신형 자주포 등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고, KNDS가 중심적 역할을 맡기로 했다.





[사진 8] 레오파드 2 차체에 르클레르 포탑을 얹은 KNDS의 ‘유러피언 주력 전차(EMBT)’ 기술실증차량



  KNDS는 독일의 레오파드 2와 프랑스의 르클레르를 대체할 새로운 전차를 개발할 예정이다. KNDS는 2018년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로사토리에 레오파드 2A7 차체에 르클레르 포탑을 올린 ‘유러피언 주력 전차(EMBT)’라는 기술실증차량을 전시하기도 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미래항공전투시스템(FCAS)으로 불리는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개발은 프랑스의 닷소가 주도하고, 에어버스가 보조하는 형식을 취하게 된다.
  엔진은 독일의 MTU 에어로 엔진과 프랑스의 샤프란이 동등한 비율로 참가하는 조인트벤처를 구성했다. 하지만, 누가 주도할지에 대한 분쟁이 있었고, 양국은 협상 끝에 연구 및 기술 단계에서는 샤프란이 주계약 업체가 되는 것으로 합의했다.
  미국, 유럽과 함께 세계 방산업계의 강자로 남아 있는 러시아는 2007년 11월 연방 법령에 따라 설립된 국영 기업 로스텍Rostecf을 통해 방산업계를 통합 운영하고 있다.





[사진 9] 방대한 러시아 방위산업체들을 이끌고 있는 국영 지주회사 로스텍



  국영 지주회사인 로스텍은 약 700개의 방위산업 및 첨단 업체를 통제하고 있다. 로스텍은 15개 지주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70개 이상의 기업을 직접 통제한다. 로스텍과 그 지주회사들이 거느리고 있는 기업은 800개가 넘는다.
  하지만, 이런 강력한 국영회사 체계에서도 꾸준하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9년 10월, 로스텍 산하 러시안 헬리콥터Russian Helicopter는 밀Mil과 카모프Kamov 설계국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내셔널 헬리콥터 센터National Helicopter Center라는 단일 조직으로 통합할 계획을 발표했다. 두 설계국은 통합되지만,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될 예정이다.
  중국은 항공우주 분야에서 중국항공공업(AVIC)이라는 지주회사가 선양, 청두 등 여러 항공기 회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조선 분야에서는 여러 국영 조선업체들이 나누어 수주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사진 10] 중국 CSSC의 자회사 후둥중화에서 건조된 중국 해군의 075식 상륙함



  하지만, 최근 가장 큰 국영 조선업체 두 곳을 합병하기로 했다. 2019년 7월, 중국 1위 조선업체인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와 2위 업체인 중국선박중공업집단공사(CSIC)의 합병 계획이 발표되었다.
  CSSC는 신형 075식 상륙함을 건조한 후동중화Hudong-Zhonghua 조선소, 055식 구축함을 건조한 장난창신Jiangnan-Changxing 조선소 등을 거느리고 있으며, CSIC는 항공모함 산둥을 건조한 다롄 조선소Dalian Shipbuilding Industry CompanY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CSIC 회장은 합병이 중국 조선 산업의 추가 적인 기술 발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인수 합병 시도 실패도 많아


  인수 합병 시도가 늘 성공한 것은 아니다. 논의 과정에서 조건이 맞지 않아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독과점을 우려한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서 성사되지 못한 경우도 있다.
  1998년 노드롭 그루만과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은 합병을 논의했지만, 미 국방부와 사법부의 제동으로 합병은 무산되었다. 이 밖에 2000년 독일 EADS와 이탈리아 핀메카니카, 2012년 EADS와 영국 BAE 시스템즈 등의 합병 시도도 무산되었다.
  최근에는 미국의 보잉이 브라질 엠브라에르Embraer의 상용 및 서비스 사업 지분 80%를 42억 달러에 인수하는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파기했다. 두 회사의 협력은 2017년 말에 처음 알려졌고, 2019년 2월에 엠브라에르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았다.
  두 회사의 협력 계획은 상용 부문에 그치지 않았다. 2018년 12월에는 엠브라에르의 KC-390 다목적 수송기의 홍보와 시장 개발을 위한 조인트벤처 설립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737 MAX 추락 사건과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한 항공산업의 어려움으로 경영난에 빠진 보잉이 협력을 파기하게 되었다. 협력이 파기되면서 KC-390 조인트벤처도 무산되었다.





[사진 11] 보잉을 통해 세계 시장 개척에 나서려 했으나 합작 파기로 어려움에 처한 엠브라에르의 KC-390



  이상으로 해외 방위산업체들의 인수 합병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인수 합병은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치지만,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것들에 대한 분리도 함께 진행된다. 즉,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것을 선택하고 집중하는 과정인 것이다.
  우리나라 방산업체의 인수 합병은 해외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일부 업체는 몇 년간 여러 업체를 인수 합병했고, 디펜스뉴스의 세계 100대 방위산업 순위도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해외에서의 선전을 위해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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