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국방과 기술

한반도 핵위기관리와 제한핵전쟁

  작성자: 손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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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11-06 10:32:00

A Common Nuke Currency (Ⅴ)
한반도 핵위기관리와 제한핵전쟁



손한별 국방대학교 군사전략학과 조교수




앞서 네 번에 걸쳐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의 “맞춤형 억제전략”은 미국의 핵억제력과 한국형 3축체계를 주요한 수단으로 지속발전시켜 왔다. 또 2018년 들어 한반도의 전략환경이 협력적이고 평화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지속된 북핵위기를 통해, 비핵국가인 한국이 핵위협에 얼마나 취약한 상태에 있는지를 확인하였다. 박휘락 교수는 “비핵화 협상 BATNA로서의 군사적 옵션 논의 방향”, 『국방연구』(2018)에서 “협상안에 대한 최선의 대안(BATNA :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으로서 군사적 옵션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비단 우리 뿐만 아니라 북한도 분명히 현재의 협상에 대한 BATNA를 극대화하여 협상력을 제고하고 실패 시에 대비하려고 할 것이다.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가지고 전면전을 시작할 가능성은 높지 않더라도, ▲향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 ▲군사적 경쟁을 주도하기 위해서, 또는 ▲상황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해서, 한반도에서 핵위기가 고조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무엇보다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억제하고 정권의 생존을 보장’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방대학교의 김태현 교수는 “북한의 국경독재체제와 핵전략”, 『국방정책연구』(2017)에서 북한이 외부세계와 단절되어 고립된 환경에서 생존하고, ‘국경’을 강화함으로써 외부의 개입을 거부하는, 이른바 북한의 ‘국경독재체제’를 구축하는 강력한 수단이 바로 핵무기라고 주장하였다. 나아가서 ‘핵능력과 비핵능력, 리더십의 결의’가 균형을 이루면, 북한은 ‘국경유지’라는 방어적 목적을 넘어 핵무기를 활용한 공격적인 ‘국경확장’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무기를 이용하여 “한반도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유사시 적화통일을 달성”하려는 목표를 추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전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어떠한 행동을 할 것인가? ‘안정-불안정의 역설Stability-Instability Paradox’ 상황은 한반도에서도 적용될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핵위기를 관리하며, 변화된 전쟁양상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흔히 핵위기는 ➊ 전략적 도발로 인한 ‘억제Deterrence’의 실패, ➋ 군사적 충돌로 인한 ‘위기고조Crisis Escalation’, ➌ 실제 ‘전투Warfighting’ 행위의 발생, ➍ ‘상황종결Termination’의 네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핵위기를 이 순서대로 살펴보자.




• 억제의 실패 : 북한의 전략적 도발


  북한은 왜 도발하는가? 도대체 도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필자는 핵무기 보유로 인해 발생하는 ‘회색지대Gray Zone’를 선점하고자 하는 전략적 목적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회색지대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양측의 ‘레드라인Red Line’ 사이에 위치하여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양측의 행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지리·시간·상황적 공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회색지대의 발생 또는 확대를 촉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힘의 균형’의 변화에 있다. 여기에 불확실성, 불완전 정보 등의 이유가 더해지면서 더욱 확대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핵무기의 개발로 군사력 균형에 변화가 생기면 현재의 이익배분 상태에 대한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핵개발을 한 북한의 입장에서는 현상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고, 한미동맹은 기존의 전략우위를 고수하려고 할 것이다. 결국 서로가 이해하는 현상인식과 만족도가 큰 격차를 보이고, 서로의 능력과 의도를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회색지대 역시 확대된다.
  현상에 불만족하는 국가들은 이러한 회색지대를 활용하고자 하는데, 이들이 선택하는 방법이 ‘기정사실화fait accompli’ 전략이다. 기정사실화 전략에는 ▲상대가 인식하지 못하도록 점진적으로 침식해 들어가는 방법과 ▲기습적으로 신속히 선점하는 방법이 있다. 어떤 방법이든 불만족국가가 회색지대를 선점함으로써 변경된 현상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형태라는 공통점이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여름, 미국과 북한이 경쟁적으로 호전적인 발언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논란이 된 ‘괌 포위사격’ 발언이 있다. 북한은 최소한 괌에 이르는 지리적 공간을 자신의 전략적 공간으로 선점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도화되고 있는 자신의 핵·미사일 능력을 과신하면서, 괌까지의 공간적 회색지대에 대한 통제력을 인정하도록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에 강요한 것이다.





[그림 1] 북한이 지난해 11월 29일 공개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사거리 9,000km 이상으로 미 전역을 사정거리 안에 두고 있다.



  1999년 인도와 파키스탄의 카르길Kargil 전쟁은 핵무기와 도발행위의 상관관계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다양한 관점에서 카르길 전쟁을 분석하는 연구들이 있지만, 핵전략 연구자들은 핵보유국간의 충돌과 제한전이라는 측면에 주목하였다. 파키스탄 군부가 핵능력을 과신하여 무모하게 도발했고, 인도는 핵전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자제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반론들도 많지만, 우리의 관심은 ‘과연 북한이 파키스탄과 같이 행동할 것인가?’에 있다. “핵무기의 보유 자체가 스스로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자제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있고, 반대로 “핵능력을 과신하거나 자신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더욱 공세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합리성과 신중함을 전제하더라도 ‘오인Misperception’, ‘오산Miscalculation’, ‘오판Misjudgement’에 의해서 언제든 억제가 실패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상,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러나 더욱 빈번하게 전략공간을 선점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자신의 핵능력을 과신하면서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할 것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핵보유국의 지위에 걸맞는 실질적인 이익배분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회색지대는 보다 확대될 수밖에 없는데, 북한은 핵전력을 포함한 물리적인 힘을 투사함으로써 회색지대를 선점하고 이를 기정사실화하고자 할 것이다. 즉, 북한은 ‘핵그림자Nuclear Shadow’ 아래에서 ‘전략적 도발’을 통해 현상을 변경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도발의 규모나 지역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현상을 변경하고자 하는 전략적 목적을 가진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위기고조 : 한반도 핵위기의 발생


  핵무기를 가진 북한의 도발은 곧바로 ‘핵위기’로 연결되는데, 핵무기의 가공할 파괴력을 고려한다면 억제가 실패한 이후부터 실제 전투행위가 발생하기 이전까지의 이 ‘위기고조’ 단계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많은 학자들이 제시하는 바와 같이 핵무기 사용으로 확전되는 세 가지 원인 중, ▲적대감 또는 호전성을 가진 국가가 ‘의도적으로’ 제1격을 가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위기 중에 우발적 또는 비인가된 핵무기의 사용이나, ▲소규모 위기가 오인 또는 오산에 의해서 확전될 것이기 때문이다. 핵무기의 사용이 결코 감내할 수 없는 위험이라면, 이러한 위험은 회피Avoid하거나 시공간적으로 전환Transfer하는 위험관리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위기관리 전략은 무엇인가? 많은 연구들은 북핵 위협을 고려하여 ‘위기안정성Crisis Stability’을 담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기안정성은 “상대의 심리적 태도변화에 주목하면서 파괴적인 핵전쟁으로의 비화를 피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안정성”을 의미한다. 연세대학교 최종건 교수는 “Crisis Stability or General Stability? : Assessing Northeast Asia’s absence of war and prospects for liberal transition” Review of International Studies(2016)에서 한반도에서의 위기안정성 문제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그는 “양측이 보복능력을 가지고 있어 선제공격을 하고자 하는 유인이 없는 상태”를 위기안정성의 상태로 본다.
  여기에는 양측이 핵사용의 가능성 때문에 더 이상의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요구된다. 이 같은 위기안정성이 확보된다면 ▲전쟁의 비용, ▲낮은 승리가능성, ▲높은 보복가능성 때문에 위기고조 뿐만 아니라 도발 자체가 억제되는, ‘불안하지만 평화로운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위기안정성에는 고려해야 할 두 가지 중요한 개념이 있다.
  첫째, 선제공격을 통해서 상대의 보복능력을 모두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보복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취약성Vulnerability’ 개념이 안정 상태의 핵심조건이다. 이 경우, ▲우리는 적의 공격에 취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고, ▲상대로 하여금 핵사용을 고려하게 하는 취약한 상태로 상대를 몰아넣지 않아야 하는 목표가 도출된다.
  둘째, 취약성과 연계하여 ‘시급성Imminence’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즉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상황을 통제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어느 쪽이든 신속한 행동을 취하고자 할 것이며, 이 때문에 위기는 더욱 불확실한 상태로 급격하게 확전된다. 특히 지휘통제체계가 적의 공격에 취약할 경우, 확실한 정보를 획득하고 다른 대안의 대응조치를 고려할 여유없이 신속한 결심을 압박받게 되면서 위기는 확대된다.





[그림 2] 치킨게임의 가장 유명한 현실사례인 쿠바 미사일 위기 사건이 1962년 10월 15일 발생한 후에 케네디 대통령과 참모들이 문제해결을 위한 회의를 갖고 있는 모습. 쿠바 미사일 위기 사건은 구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 흐루쇼프가 미 해안에서 불과 200km 떨어진 쿠바에 핵탄두 미사일을 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제 건설에 들어감에 따라 미국과 소련이 전쟁 목전까지 갔던 사건이다. 다행이 막판에 소련이 쿠바에서 철수를 선언하며 막을 내렸다.



  물론 위기안정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위기완화 조치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는 분명한 교훈을 준다. 결론적으로 위기고조 단계에서 우리의 정책적인 목표는 ‘확전우세’를 담보한 상태에서 ‘확전통제’ 조치를 실행하는 것이 될 것이다. 강력한 결기와 절제를 동시에 요구하는 것이다.
  ▲확전우세Escalation Dominance는 상대의 취약성을 부각시키면서 우리가 취약하지 않음을 인식시킴으로서 달성된다. 무제한의 확전 상황에서도 높은 비용부담을 감당할 수 있고, 반대로 북한에는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강요할 수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하는데, 우리는 한·미 연합방위태세, 국제사회의 지지, 국민적 동의와 지지 등을 통해서 ‘이미’ 확전우세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확전통제Escalation Control는 불확실한 위기 속에서도 상황 전체를 지배하면서 의도에 따라 상황을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북한이 일단의 위기로 정권 및 전쟁지도부가 제거Decapitation될 수 있다고 인식하거나, 시간적으로 조급한 선택을 강요받지 않도록 하는 조치 등이 망라된다.




• 전투행위 : 제한핵전쟁의 가능성


  핵을 가진 국가들 간의 위기가 통제되지 않는다면 핵전쟁의 가능성은 분명히 높아진다. 그 다음 관심은 “일단 핵무기가 사용된 경우, 제한전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미 로버트 오스굿Robert Osgood은 Limited War : The Challenge to American Strategy(1957)에서 핵무기의 사용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시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제한전이란 전쟁의 목표, 사용되는 수단(핵무기의 경우 위력과 수량), 관련국의 수, 지속시간과 지리적 범위, 타격표적, 정치·경제·사회적 최종상태 등을 제한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비대칭적인 군사력(핵무기)을 가진 두 국가 간의 전쟁은 태생적으로 제한전일 수밖에 없다.
  사실 제한전과 전면전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고, 현실적으로 핵전쟁과 재래전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 Washington Post(2017. 3. 3.)를 비롯하여, “애초에 제한핵전쟁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한 쪽이 핵무기의 위력과 수량을 제한한다고 해서 제한전으로 끝이 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도가 상대에게 전달되리라고 확신할 수도 없고, 스스로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상대는 더욱 강한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 일단 전쟁을 시작한 이상 제한전을 의도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한핵전쟁은 “미국만이 생각할 수 있는 전쟁의 형태”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한반도에서 제한핵전쟁은 가능할 것인가? 지난 2월, 미국 국방부가 발간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 Nuclear Posture Review』는 북한의 핵위협을 경계하면서, 북한의 오판 가능성에 대비하여 핵사용의 옵션을 다양화하고 유연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직후 국방과학위원회Defense Science Board가 ‘제한핵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을 권고하면서부터 예견된 것이다.





[그림 3] 미 전술핵의 주력인 B61 핵폭탄의 최신형인 B61-12 전술핵폭탄이 F-35A 웨폰베이에 탑재되어 시험비행중에 있는 모습. B61은 2단계 내폭형 핵탄두로 핵분열만 일으키는 0.3킬로톤부터 방사능 폭발을 일으키는 340킬로톤까지 폭발력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다.



  또 ‘저위력의 사용가능한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은 ‘대량보복전략’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던 신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6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NPR은 북한이 ‘전술핵을 제한적으로 선제 사용하여, 이를 통해 전장을 주도하고 승리할 수 있다’고 오판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이러한 도발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동북아에도 전술핵전력을 배치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다.
  사실 한반도의 제한핵전쟁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버나드 브로디Bernard Brodie가 Strategy in the Missile Age(1959)에서 이미 밝힌 것처럼 “평화가 전쟁보다 나은 것처럼 제한전이 전면전보다 좋다.”
  둘째, “미국도, 북한도, 한국도 핵을 사용한 전면전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미국보다는 북한이 “미국의 제한적인 의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만약 이러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혹여 핵무기가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전면전으로 비화되지 않고 제한핵전쟁으로 종결될 수 있을 것이다.
  제한핵전쟁에 대한 많은 연구들은 ▲핵공격 시위, ▲선택적 핵공격, ▲무력화 핵공격, ▲패배방지를 위한 핵사용, ▲핵보유국의 붕괴 등을 제한핵전쟁의 가능한 시나리오로 제시한다.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사용한 전쟁, 또는 전쟁 간에 핵무기의 사용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사실 어떠한 시나리오가 적실성이 높은지에 대한 고려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고 신속하게 전쟁의 종결을 추구해야 한다.
  제한핵전쟁에 있어 우리의 목표는, ▲핵무기에 의한 인적, 물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국내외 여건을 조성하고, ▲전쟁이 지연되지 않도록 신속한 종결방안을 찾는 것이 될 것이다.




• 상황종결 : 전후 한반도 핵균형


  어떠한 경우에도 핵을 사용한 전면전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냉전기 미국과 소련이 공유하고 있었던 인식임에 반해, 이와 달리 오늘날의 북한은 정권생존의 위기를 맞아 ‘자포자기식’으로, 또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위기를 완화하고 제한핵전쟁을 신속히 종결하려는 의도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는 그렇게 전쟁이 종결된다고 해도 차후에 같은 상황이 재발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제한핵전쟁의 종결 단계에서는 ‘다시는 핵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한·미동맹의 확실하고 완벽한 승리를 쌍방이 인식해야 하며, ▲우리의 이익을 최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 전면전의 최종상태가 ‘한반도 전지역의 석권과 통일여건의 조성, 북핵의 궁극적 폐기Elimination’라고 한다면, 제한핵전쟁의 최종상태는 핵위기와 전쟁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북한의 핵능력을 ‘불가역적 불능화Irreversible Disablement’하는 것으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핵능력의 불능화라는 최종상태는 비핵화 협상을 통한 평화적, 협력적 비핵화 과정에 비해 강제적인 성격을 가지기는 하지만, 목적과 대상, 방법 측면에서는 동일한 프로세스를 따른다. 따라서 현재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다음 단계로 진전되어야 한다는 당위론적 주장은, 제한핵전쟁을 우려하는 현실적 입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위와 같이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핵위기 상황을 몇 개의 국면으로 구분하여 살펴보기는 했지만, 북한과 같은 현상불만족 국가가 핵을 가진 상황에서 위기와 전쟁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전망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고 불확실하다. 그래서 이미 북한 비핵화의 골든타임은 지나갔다는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결국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다음 호에서는 국제 군축/비확산 레짐, 한반도 비핵화의 추진 경과와 향후 우리의 전략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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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굼벵이88 2018-11-07 추천 0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북한의 핵사고 입니다.

    세계에는 무기화된 핵무기가 수만기가 존재하죠. 그만큼 사고로 바다에 가라앉아 있는 핵미사일도 많습니다. 게다가 핵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체르노빌 사고, 후쿠시마 사고 등 사고도 많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훈련하다가 사고로 터트릴 수도 있습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것보다 북한 내에서 훈련중이나 미사일 보관중에 사고로 핵폭탄이 터질 확률이 더 높습니다.

    물론 북한에서 사고로 핵무기가 터지면 우리가 다치진 않지만... 그래도 수많은 북한 주민이 죽고 방사능 낙진이 한국으로 넘어올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핵사고에 대한 대비책이 핵전쟁 대비책 만큼 우리가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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