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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량전술차량으로 유럽을 장악하다. 이베코 LMV

  작성자: 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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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10-23 10:49:11

경량전술차량으로 유럽을 장악하다. 이베코 LMV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대응센터장




유럽에서 가장 인기 높은 전술차량은 무엇일까? 이전에 소개했던 랜드로버 디펜더나 메르세데스 벤츠 G바겐이 여전히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실제 전투현장에 투입되는 전술차량으로서는 한계가 역력하다. 결국 미국이 험비를 활용해왔듯 유럽에서도 유사한 체급과 기동능력의 차량이 요구되었다. 이러한 요구를 만족하며 21세기의 경량전술차량으로 유럽의 각 군에게 사랑받기 시작한 차량이 있다. 바로 이탈리아 이베코의 LMV(Light Multirole Vehicle : 다용도 경차량)이다.





[그림 1] 이베코 LMV 다목적 경량전술차량(출처 : Public Domain)
 



• 유럽 최대의 상용차 회사


  이베코IvecoIndustrial Vehicles Corporation는 1975년에 생겨났지만, 사실 그 역사는 더 오래되었다. 이베코는 피아트 베이콜리 인두스트리알리(Fiat Veicoli Industriali : 피아트 산업차량), 란치아 베이콜리 스페치알리(Lancia Veicoli Speciali : 란치아 특수차량), OMOfficine Meccaniche 등 이탈리아의 3개사와 프랑스의 유닉Unic, 독일의 마기루스-도이츠Magirus-Deutz 5개사가 합병하여 만들어진 회사였다.
  합병 이후에도 5개사는 각각의 브랜드를 유지하며 생산과 유통망을 통합했다. 상용차량들을 통합한 이베코의 제품 라인업은 방대했다. 2.7톤 소형트럭에서 40톤이 넘는 대형트럭까지 기본모델만 200개였고, 변형모델까지 합치면 600여 개가 넘었다.
  이베코는 이후 상용차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면서 기술을 선도해왔다. 이베코는 1980년 중장비차량에 터보디젤엔진을 최초로 장착했고, 1985년에는 직접분사식 경량 디젤엔진을 최초로 선보였다. 이베코의 차량들은 제원상 엄청난 성능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높은 신뢰성으로 산업현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군용차량으로서도 의미있는 차량을 만들었는데, 이베코-피아트의 75 PC 4×4트럭이었다. 75 PC는 세계일주에 성공하면서 기네스 기록을 세우고,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는데 성공했다.





[그림 2] 세계 일주에 나선 이베코 75 PC 4×4 트럭(출처 : Public Domain)



  75 PC를 바탕으로 만든 군용트럭인 ACL 75는 마치 메르세데스 벤츠의 우니모그처럼 소형 전술트럭으로 활용되었다. 또한 이 차대를 바탕으로 이베코는 ACL 90 등 차대를 확장하기도 했다.
  이탈리아군은 소형전술차량으로 1990년부터 영국의 랜드로버 디펜더를 도입했다. 이탈리아군의 디펜더는 AR90이라는 제식명을 부여받았으며, 무려 2,700여 대가 도입되었다. 또한 특수전 부대용으로 WMIK 사양의 차량도 별도로 50대나 도입되었다.





[그림 3] 이탈리아군 특수부대가 사용하는 디펜더 WMIK(출처 : Public Domain)



  그러나 기본적으로 디펜더는 작은 크기인데다가 방탄능력이 제한되었으므로, 좀 더 큰 차대가 요구되었다. 사실 이러한 용도에 부합하는 차량은 미국의 험비가 유일한 대안이었는데, 이베코는 험비에 대항할 모델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림 4] 미국의 험비에 대항할 모델을 정부의 수주나 도움없이 업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LMV이다.(출처 : IVECO)



  신형차량이 개발되는 사이에 디펜더의 부족한 역량은 VM90이라는 독특한 차량으로 어느 정도 채워졌다. VM90은 지프라기보다는 소형트럭에 가까운 차량으로 무려 10명을 실어나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이는 VM90의 뿌리가 이베코의 상용트럭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VM90(모델명 40.10WM)은 이베코 데일리Daily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진 1.5톤 밴Van·트럭의 4륜구동 군용모델이다.





[그림 5] 2005년경 이라크에서 작전중인 이탈리아 산마르코 연대의 VM90 차량(출처 : Sgt. Mark Bucher / 미 육군)




• 유럽판 험비의 등장


  신형 전술차량의 개발은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차량의 개발은 이베코 군용차량Iveco Defense Vehicle에서 담당했다. 즉 이탈리아나 기타 정부 또는 군의 요청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베코가 스스로 시장을 예측하고 개발에 나섰다는 말이다. 이베코는 2001년까지 모두 10개의 프로토타입에 대한 개발을 완료했다. 이베코는 그 가운데 가장 뛰어난 모델을 하나 선정하여 ‘M65E19WM 4×4’라는 모델명을 부여했다. 이렇게 등장한 것이 바로 다용도 경차량LMVLight Multirole Vehicle이었다.
  LMV에서 독특한 점은 별도의 개발소요를 최소화하면서 기존의 기술과 장비를 최대한 활용했다는 것이다. 애초에 이베코는 다양한 차량모델을 가지고 있어서 당연히 다양한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요 구성품들도 선택의 폭이 다양했다. 이들 가운데 필요한 것을 골라내어 만듦으로써 개발비를 아꼈을 뿐만 아니라, 부품을 공유함으로써 후속군수지원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도 이베코는 군용장비로서 엄격한 성능요구를 만족하면서도, 오랜 기간 차량제작 경험을 살려 탑승자의 편안한 탑승감을 강조했다.
  LMV는 미군이 사용하는 험비급과 거의 유사한 차체 크기를 갖는다. 사실 이 종류의 급 차량들은 모두 사이즈가 유사하여 통상 폭은 2.2m 미만, 높이는 2m보다 낮다. 이는 C-130과 같은 수송기의 탑승을 고려하였기 때문이다. LMV의 경우 폭 2,050mm 높이 1,950mm로, 험비에 비하여 폭은 10cm 가량 좁고 높이는 12cm 정도가 높다.
  따라서 사이즈 상으로는 CH-47이나 EH-101 헬기 내부에 탑재할 수도 있다. 물론 NH-90에는 수납이 어려워 슬링에 장착하여 이동해야 한다. C-27J 스파르탄 수송기에는 1대, C-130에는 2대를 탑재하는 것이 전부지만, C-17은 8대, C-5 갤럭시에는 무려 15대를 실을 수 있다.





[그림 6] 2005년경 등장한 피아트의 컨셉트차량인 올트레(Oltre). 순서로 보면 이베코에서 먼저 만든 샤시를 바탕으로 피아트가 민수용 컨셉트 모델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민수모델은 시장성이 낮아 생산되지 못했다.(출처 : Public Domain)





[그림 7] 이베코 데일리 4x4 캠퍼(Camper) 모델을 개조하여 전투용 차량으로 만든 영국 OVIK사의 '카멜레온(Cameleon)' IV440 모듈형 차량(Modular Mission Vehicle).(출처 : Jez Hermer / OVIK Crossway)




• LMV의 특징


  엔진은 피아트의 F1D 커먼레일 유로3Common Rail EURO3 디젤 터보 엔진을 장착하여 182마력의 힘을 낼 수 있다. 여기에 ZF 6HP 26 6단 자동변속기를 더하여 최고속도는 110km까지 낼 수 있고, 통상 500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 차량의 지상고는 473mm로 험비(HMMWV)에 뒤지지 않는다. 도섭은 통상 70cm 깊이까지 아무런 준비없이 가능하며, 개량형부터는 85cm로 더욱 높아졌다. 스노클Snorkel을 장착하는 등 약간의 개수를 거치면 무려 150cm까지 도섭이 가능하다. 등판각은 60%로 동급의 전술차량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다. 극한지부터 지중해 기후까지 유럽의 환경에서 작전하기 위하여 -32~+49°C에서 운용할 수 있다.





[그림 8] LMV의 도섭능력(출처 : IVECO)





[그림 9] LMV는 통상 0.85m, 최대 1.5m까지 도섭이 가능하다.(출처 : NATO Allied Joint Force Command Brunssum)



  차량은 크게 숏바디Short Wheel Base와 롱바디Long Wheel Base 모델로 나뉜다. 숏바디는 차축간 거리가 3.23m로 차량 전체 길이는 4.7m인 반면, 롱바디는 축간거리가 3.53m이며 길이는 5.5m에 이른다. LMV 숏바디는 4명이 탑승하는데, 이탈리아 군이 채용한 VTLM 링스는 뒷좌석에 3명이 탑승하여 최대 5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롱바디의 캐빈Cabin 버전에는 통상 6명까지 탑승가능하며, 특히 롱바디의 카고Cargo 버전은 운전석/조수석만 남겨 놓고 카고트럭의 차대로 활용되어 앰뷸런스 등으로 활용된다.





[그림 10] LMV의 차대와 캐빈(출처 : IVECO)





[그림 11] LMV의 측면 형상(출처 : IVECO)





[그림 12] 롱바디의 캐빈(Cabin) 버전에는 통상 6명까지 탑승가능하다.(출처 : NATO Allied Joint Force Command Brunssum)





[그림 13] C-130 수송기에 실리는 LMV(출처 : 오스트리아 육군)



  차량은 독특하게도 사람이 타는 캐빈 구간이 전방의 엔진부나 후방의 적재공간과 분리되어 있다. IED(급조폭발물) 공격이 있을 경우 충격을 분산시켜 방호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무게배분을 위해 상시동력전달장치가 리어 디퍼렌셜에 장착되었으며, 그 설계과정에서 하부는 V자형 설계를 채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IED 폭발시에 동력전달장치와 차량의 샤시가 충격을 흡수하여 캐빈의 생존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고 제작사는 말한다. 심지어는 연료탱크도 폭발시 보호를 위하여 방화거품으로 둘러쌓여 있다. 방탄은 모듈러식으로 장착이 가능하여, 비방탄모델을 방탄모델로 바꿀 수도 있다. 방탄레벨은 나토 표준의 STANAG 4569 레벨3(방탄)나 레벨2A(지뢰)까지 가능하다.





[그림 14] LMV의 모듈러식 방탄구성(출처 : IVECO)



  무장은 통상 지붕에 터렛을 장착하여, 중기관총이나 유탄발사기 등을 장착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부분 국가에서 일종의 무인포탑인 원격무장시스템RWSRemote Weapon System을 선호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LMV에서는 대략 5가지 정도의 옵션이 제공된다고 한다. 차량중량은 6.5톤으로 최대 1.2톤까지 탑재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최대 3.5톤까지 견인이 가능하여 105mm 견인포 정도는 쉽게 견인할 수 있다.





[그림 15] RWS(원격무장시스템)을 장착한 LMV(출처 : IVECO)




• 유럽시장을 장악하다


  LMV는 비록 민간업체의 주도로 등장했지만, 이탈리아군의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으로 기동무기체계로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 LMV의 개발을 지켜보고 있던 이탈리아 육군은 2003년에 처음으로 60대를 구매하면서 사업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이탈리아 육군은 2대는 개발 및 추가 실험용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58대는 일선부대로 보내어 운용자 시험평가를 하도록 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육군은 2004년 LMV 방탄 및 비방탄모델을 합쳐 모두 1,150대를 5년에 걸쳐 도입하기로 이베코와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육군은 LMV를 다용도 경량 전술차량VTLMVeicolo Tattico Leggero Multiruolo ‘Lince(링스, Lynx)’로 명명하였다. 이탈리아는 육해공군과 카라비니에리(Carabinieri, 국가헌병대)까지 포함하여 2천 대 이상을 구매했다.





[그림 16] LMV는 이탈리아군을 포함하여 약 4천여 대가 팔려나갔지만, 더 많은 도입이 예상된다.(출처 : 이탈리아 국방부)





[그림 17] 이탈리아의 국가방재청 소속의 LMV. 특수전 사양을 채용한 것이 독특하다.(출처 : Public Domain)



  그러나 LMV의 확산에 크게 기여한 것은 영국이었다. 영국은 2003년 7월 차기 지휘통신차량FCLV Future Command and Liaison Vehicle 사업에서 쟁쟁한 경쟁차종들 가운데 이베코사의 LMV를 선정하여 팬서Panther CLV(지휘통신차량)로 채택했다. 이로써 LMV는 본격적인 해외판매 이전부터 화려한 데뷔를 하게 되었다. 물론 영국군의 독특한 소요가 있으므로, 기본차량은 이베코에서 제공하되 최종 조립생산은 BAE 시스템의 랜드시스템에서 담당했다. 영국은 모두 400대를 도입했다.





[그림 18] 영국군 FCLV 사업에서 지휘통신차량 ‘팬서’로 선정된 이베코 LMV(출처 : 영국 국방부)





[그림 19]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중인 팬서 CLV(출처 : 영국 국방부)





[그림 20] 아프가니스탄에서 LMV를 운용중인 이탈리아군(출처 : ISAF HQ PAO)



  이후로 LMV는 2006년부터 본격적인 해외판촉이 시작되면서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채용되었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노르웨이, 스페인, 체코, 슬로바키아, 알바니아, 크로아티아, 튀지아, 레바논 등에서 채용했다. 스페인은 뱀택VAMTAC이라는 자국산 험비를 만들었음에도 LMV를 채용한 것으로 보아 국산화가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최근에는 브라질도 LMV를 154대 구매하기로 결정했는데, 브라질의 소요를 합치면 1,500여 대이므로 실제로는 더 많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LMV를 구매한 의외의 국가가 있다. 바로 러시아다. 러시아는 세르듀코프 국방장관 시절 서구식 국방개혁을 추진한 결과 이스라엘제 드론을 구매하는가 하면 프랑스제 상륙함을 구매하기까지 했다. LMV도 세르듀코프식 국방개혁의 유산 가운데 하나이다.





[그림 21] 러시아 군에 채용된 LMV. 리스(Rys)라는 이름으로 불린다.(출처 : Vitaly V. Kuzmin)



  2011년 러시아는 모두 1,175대를 구매하기로 하였으며, 이에 따라 이베코 러시아와 오보론서비스Oboronservice LLC. 사이에 합작회사가 만들어지면서 조립생산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생산은 400대도 채우지 못하고 종료했다. 크림사태로 인한 경제제재의 여파도 없지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러시아 국내 기업들이 불만을 토로했기 때문이다.
  결국 러시아는 고르키 자동차공장GAZGorkovsky Avtomobilny Zavod에서 만든 티그르Tigr라는 자국산 경량 전술차량을 채용했다. 러시아군은 여전히 LMV를 잘 사용하고 있으며 2017년경에는 시리아의 파병장비로 투입하는 모습도 관측된 바 있다.





[그림 22]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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