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 극복, 지뢰 제거를 통한 진격로 확보에 필수 장비
공세적 기동 작전을 위한 장애물 개척 전차

최현호 군사커뮤니티 밀리돔 운영자/자유기고가

2018년 7월, 국내 업체가 개발한 장애물 개척전차가 전투 적합 판정을 받았다. 장애물 개척전차의 개발은 그 동안 미비했던 우리 군의 장애물 극복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기계화 부대와 함께 작전할 수 있는 장비로 현대전의 핵심인 기동전 수행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뢰 제거, 장애물 극복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장애물 개척 전차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그림 1] 지뢰지대 돌파용 쟁기를 장착한 코디악 장애물 개척전차
 

  군대의 기동을 방해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지뢰는 인명과 차량의 이동을 저지하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매설하기는 쉽지만, 제거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지뢰 외에 많이 사용되는 대전차 장애물은 콘크리트 등을 이용한 장벽이나 낙석 등의 구조물과 폭발물을 이용하여 파낸 도로 대화구가 있다. 이런 장애물은 일일이 폭파하거나 구덩이를 메우면서 나갈 수밖에 없다.
  여러 장애물 가운데 군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지뢰다. 화약을 사용하는 지뢰는 13세기 중국 송나라가 몽골의 침략을 방어하는데 사용하면서 등장했다. 지뢰는 화약과 함께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전해졌다. 과거 지뢰는 인명 살상에도 사용되었지만, 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공성전 무기로도 활용되었다.
  신관을 사용하는 현대적인 지뢰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인 1862년 요크타운 전투에서 남군이 사용했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발전했다.
  지뢰가 전쟁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하면서 지뢰를 제거하려는 노력도 시작되었다. 가장 공격적인 방법은 폭발물을 이용하여 지뢰를 기폭시키는 것이다. 최근에는 자기 감응 지뢰가 개발되자 자기장 신호를 방출하여 자기 감응 신관을 기폭시키는 방법도 등장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전문 교육을 받은 병력이 탐지 장비를 이용하여 찾아내는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탐지 후 제거하는 방법은 적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으며, 부대의 진격 속도도 늦어진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전차에 제거 장비를 장착하고 강행 돌파하는 차량이 등장했다. 이런 용도에는 엔진 출력이 충분하여 부가적인 장비를 감당할 수 있고, 방어력을 갖추어 폭발을 견딜 수 있는 장갑차량 특히 전차가 적합하다. 트럭도 일부 쓰이기는 하지만 기동부대와 보조를 맞출 수 없어 주로 후방지역에서 지원을 담당한다.
  지뢰 등 장애물 극복을 위해 개발된 장갑차량을 일반적으로 공병장갑차AEVArmored Engineer Vehicles로 부른다. 장갑이 빈약한 경우에는 후방에서 지뢰 제거 등의 임무를 담당한다. 2000년대 이후 공세적인 기동작전을 위해 기계화 부대와 함께 작전하면서 적 방어시설을 돌파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장애물 개척전차CMVCombat Mobile Vehicles다. CMV는 전투공병전차CEVCombat Engineer Vehicles로도 부른다.
  차량에 장착되어 지뢰 제거에 사용되는 장비는 몇 가지가 있다. 기계식 방법으로는 ➊사슬 끝에 달린 강철 막대 추를 회전시켜 땅을 파헤쳐 지뢰를 기폭시켜 제거하는 도리깨Flail 방식 ➋차체 앞에 일정 깊이로 땅을 파내는 쟁기Plough를 장착하여 지뢰를 흙과 함께 밀어내버리는 방식 ➌강철로 된 롤러로 지뢰 위를 지나가 폭파시키는 방식이 있다.

[그림 2] 추를 이용하여 땅을 파내는 도리깨 방식

[그림 3] 일정 깊이로 땅을 파내는 쟁기

[그림 4] 지뢰를 눌러 기폭시키는 롤러

  화약을 이용하여 제거하는 방법에는 ➊긴 선에 폭약이 달린 선형 장약을 이용한 방식 ➋기화폭탄이 달린 로켓을 이용한 방식이 있다. 최근에는 신관을 전자기적으로 기폭시키는 방식도 개발되었다. 선형 장약 방식은 폭 6~8m, 길이 약 100m를 개척할 수 있지만, 지뢰 제거율이 최대 95% 정도여서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기화폭탄 로켓 방식은 지뢰 제거 효과가 높지만, 면적이 넓을 경우 비용이 많이 든다. 전자식 방법은 구형 지뢰는 제거가 어렵다.

  장애물 개척전차는 전차가 처음 등장한 제1차 세계대전 동안 개념이 시험 되었다. 쟁기 방식은 제1차 세계대전 후반 프랑스가 르노 FT 전차로 시험했다. 그 후 1937년 영국이 마틸다 Mk 1 전차에 지뢰 제거용으로 설계된 쟁기를 달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사용하지는 않았다. 첫 전투 투입은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영국군 제79기계화사단이 처칠 전차에 불스혼Bullshorn 쟁기를 달아 사용한 것이다.
  도리깨 방식은 1940년대 초반 영국에서 개발되었고, 마틸다 전차를 사용한 마틸다 스콜피언Matilda Scorpion 지뢰 제거 전차가 개발되었다. 마틸다 스콜피언은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이후 셔먼 전차를 사용한 크랩Crab 지뢰 제거 전차가 개발되어 유럽 전장에서 소량이 사용되었다.

[그림 5]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사용된 마틸라 스콜피언 지뢰제거전차

[그림 6] 영국의 호바트 소장이 개발한 크랩 지뢰제거전차

  롤러 방식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남아프리카공화국 장교가 개념을 제안했고 영국으로 아이디어를 가져와 1925년까지 연구가 이어졌다. 하지만, 실제 전투에서의 사용은 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T-34 전차를 개조한 PT-34 지뢰 제거 전차를 투입하면서 이루어졌다. 영국은 대전차 롤러 부착물AMRAAnti Mine Roller Attachment을 개발하여 마틸다 Ⅱ, 발렌타인, 그리고 크루세이더 전차에 장착했다. 미국도 M4 셔먼 전차에 T1E3 지뢰 제거 롤러를 부착하여 운용했다.
  선형 장약 방식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개발된 영국군이 처음 개발한 뱅갈로어 토페도Bangalore Torpedo를 시초로 꼽는다. 공병이 장애물 인근에서 끝에 폭약이 장착된 긴 파이프를 여러 개 연결하는 방식으로 부설한다. 발사식 선형 장약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캐나다가 개발한 스네이크가 최초다. 1944년에는 개량된 콩거Conger가 실전에서 사용되었다. 콩거는 처칠 전차를 개조한 공병 강습전차AVREAssault Vehicle Royal Engineers 뒤에 연결된 트레일러에 탑재되어 운용되었다.

[그림 7] 구덩이를 극복하기 위한 장작더미와 290mm포를 탑재한 처칠 AVRE

  CMV는 하나의 차량에 여러 기능을 합쳐 놓은 것으로 다양한 장애물 극복이 가능하지만, 개발과 도입에 많은 돈이 든다. 일부 국가에서는 지뢰지대 돌파 능력에 중점을 둔 차량을 별도로 개발해 운용하기도 한다.

• 세계 각국 장애물 개척전차 현황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시작된 냉전은 새로운 장애물 개척전차의 개발을 촉진시켰다. 새로운 전차가 개발되면 그에 맞춰 장애물 개척전차가 개발되었다. 하지만, 장갑차량을 개발하는 국가는 많지만 장애물 개척전차 개발은 전차 개발 선진국 일부로 한정된다. 장애물 개척전차는 개발국 또는 도입국에 따라 AEV, CEV, CMV, AVRE 등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 미 국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M26 퍼싱 전차 기반의 T39 개척 전차를 개발하기 시작하는 등 장애물 개척전차 도입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소련이 계속해서 새로운 전차를 내놓자 여기에 대응하여 새로운 전차를 개발하면서 장애물 개척전차 개발도 지연되기 시작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장애물 개척 전차를 공식적으로 도입한 것은 1963년 M60 패튼 전차를 기반으로 개발한 M728 전투공병전차CEVCombat Engineering Vehicle을 도입하면서부터다. M728 CEV는 M60 전차의 차체와 포탑을 유지했지만, 포는 M135 165mm 포로 바뀌었고 차량 앞에 지뢰나 장애물을 밀어 버릴 수 있도록 도저를 장착했다. 포탑에는 중량물을 들어 올릴 수 있도록 A자형 크레인을 달았다. M728 CEV는 베트남전, 걸프전, 보스니아전쟁에 참가했다.
  M728 CEV는 다목적 공병차량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미 육군은 지뢰 제거를 전문으로 수행할 새로운 차량을 개발했다. M60A3 전차의 포탑을 제거하고 지뢰 제거용 롤러나 쟁기를 장착하는 M60 판터Panther가 개발되었다. M60 판터는 표준화 원격운용 시스템STSStandardized Teleoperation System을 갖춰 운용 인원이 안전한 곳에서 원격으로 차량을 조종할 수 있었다. 승무원 2명, 중량 35톤, 길이 7.5m, 폭 3.6m, 높이 1.8m, 지뢰 제거속도는 30km/h의 제원을 가졌다.
  M60 전차가 퇴역하고 M1 에이브럼스 전차가 도입되자 M1 에이브럼스 판터 2가 개발되었다. M1 판터 2도 포탑이 제거되었고 STS가 적용되어 원격 조종이 가능했다. 승무원 2명, 중량 43.7톤, 길이 8m, 폭 3.8m, 높이 1.85m, 지뢰 제거속도 30km/h의 제원을 가졌다.

[그림 8] 이라크에서 운용된 미군의 M1 판터 2

  미 육군은 M728 CEV를 대체할 새로운 CMV의 개발을 원했다. 그리즐리Grizzly라는 이름의 신형 CMV는 M1A2 전차를 기반으로 1999년 시제차량 2대가 생산되었다. 그러나 2002년 당시 럼즈펠트 국방장관에 의해 과도한 비용 증가를 이유로 사업이 취소되었다.
  미 해병대는 그리즐리의 실패를 교훈 삼아 비용과 개발 일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요 장비는 이미 개발된 외국 제품을 도입하고 차량은 미 육군이 치장장비로 보관중인 M1A1 전차를 사용하여 강습돌파전차ABVAssault Breacher Vehicle를 개발했다. 그리즐리 사업의 취소로 장애물 개척전차의 공백이 발생한 미 육군도 ABV를 도입하고 있다.

[그림 9] 미 해병대 ABV

  M1150이라는 제식명을 가진 ABV는 M1A1 전차의 포탑에서 포신을 제거하고 반응장갑과 추가적인 구조물을 부착했다. 반응장갑의 채용으로 RPG-7과 같은 대전차무기에 대해서 높은 수준의 방어력을 가진다. 차량에는 지뢰 제거용 쟁기, 안전통로 표시장치, 자기 감응지뢰 무력화 장치, 그리고 M58 미클릭(MICLIC) 선형 장약이 통합되었다. 또한 승무원 보호를 위해 약 2,000m 떨어진 곳에서 원격조종도 가능하다.

[그림 10] 미클릭 선형 장약을 발사하는 미 육군의 ABV

◆ 영 국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장애물 개척전차의 효과를 인정하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개발을 시도했다. 1957년 센츄리온 전차 기반의 센츄리온 AVRE를 개발했다. 센츄리온 AVRE는 Mk 5와 Mk 12의 두 가지가 개발되었다. Mk 5는 165mm 공병포를, Mk 12는 105mm L7 강선포를 장착한 것이 차이점이다. 이 외에 지뢰 제거용 쟁기나 도저를 장착했고, 전차 뒤에 연결되는 트레일러에는 지뢰지대 돌파용 바이퍼 선형 장약이 탑재되었다.
  1989년에는 치프텐 전차를 기반으로 치프텐 AVRE를 개발했다. 이 차량은 치프텐 전차의 포탑을 제거하고 공병작전에 필요한 다른 장비를 차체 위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치프텐 AVRE가 다목적 공병전차였기 때문에 지뢰지대 개척에는 미흡한 면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영국 육군은 지뢰지대 개척에 필요한 신형 CEV 개발에 착수했다. 트로얀Trojan이라는 이름의 신형 CEV는 챌린저2 전차를 기반으로 했고, 포탑을 제거하고 지뢰 제거 쟁기와 관절식 굴삭기, 안전통로 표시기 등을 장착했다.

[그림 11] 나토 연합훈련에 참가한 영국 육군 트로얀 강습공병전차

  차체 상부에는 지뢰지대 개척을 위한 자이언트 바이퍼 선형장약 시스템을 탑재한다. 또는 차체 뒤에 연결되는 트레일러에 파이슨Python 지뢰지대 돌파용 선형 장약 시스템을 탑재한다. 트로얀 CEV는 중량 62.5톤, 최고속도 59km/h이며 승무원 3명이 탑승한다.
  영국 육군은 2013년부터 중량 33톤으로 트로얀 CEV보다는 작지만, 지뢰와 참호 개척 능력이 뛰어난 테리어Terrier 기동지원차량MSVManoeuvre Support Vehicle을 도입하여 운용하고 있다. 테리어 MSV는 지뢰 제거용 쟁기와 도저날, 그리고 관절식 굴삭기를 장착했다. 승무원은 2명이지만, 안전을 위해 1km 밖에서 원격 조종도 가능하다.

[그림 12] 영국 육군이 2013년부터 도입한 테리어 MSV

◆ 독 일

  독일은 통일 이전부터 나토의 지상 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장애물 개척전차에 관심을 가졌다. 독일은 서독 시절이던 1968년 레오파드1 전차를 기반으로 한 레오파드1 AEV를 개발했다. 레오파드1 AEV는 도저날과 함께 크레인을 달아 구덩이 극복용 장비 등을 부설 및 회수할 수 있었다.
  1987년에는 레오파드1 AEV를 개량한 파이오니아 판저 2 닥스Dachs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파이오니아 판저 2는 레오파드1 AEV의 크레인을 개량하여 굴삭기로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림 13] 레오파드1 전차 기반의 파이오니아판저 2 닥스

  1997년부터는 퇴역 후 보관중이던 M48A2C 전차의 포탑을 제거하고 지뢰 제거용 도리깨를 장착한 M48 케일러Keiler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레오파드1 전차가 퇴역하기 시작하면서 레오파드2 전차를 기반으로 새로운 장애물 개척전차가 만들어졌다. 2002년에 개발된 파이오니어 판저 3로 불리는 코디악Kodiak은 AEV 3로도 불린다.

[그림 14] 독일군이 1997년부터 도입한 M48 케일러 AEV

  코디악은 도저날과 굴삭기 외에 쟁기, 자기신호 복제기 등을 장착하였고, 길이 200m의 케이블을 가진 윈치도 갖추고 있다. 특징은 관절식 굴삭기가 차체 전면 중앙에 장착되어 있다는 점이다. 코디악은 독일 라인메탈 랜드시스템과 스위스 루아그가 공동 개발했다. 코디악은 승무원 3명이 탑승하며, 스위스, 네덜란드 그리고 스웨덴이 주문했다.

[그림 15] 스웨덴 육군의 AEV 3 코디악

◆ 프랑스

  자체적으로 전투차량을 개발하는 프랑스도 장애물 개척전차에 관심을 가졌다. 1981년부터 AMX-30 전차를 기반으로 한 AMX-30 EBGEngin Blinde du Genie를 개발하여 배치했다. 도저날과 굴절식 크레인을 장착했으며, 사거리 300m의 142mm 공병포를 탑재하여 장애물 파괴 능력을 갖추었다. 또한 차체 측면에 지뢰 5발이 들어있는 발사기 4개가 장착되어 지뢰 부설도 수행한다.
  2006년부터는 르클레르 전차를 기반으로 한 EPG Engin Principal du Genie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차체 전면에 도저날 또는 쟁기를 장착할 수 있으며, 크레인 대신 굴삭기가 장착되었다. EBG와 마찬가지로 살포식 지뢰를 탑재하여 지뢰 매설 작업도 병행할 수 있다. EBG와 달리 공병포는 탑재되지 않는다. 승무원은 3명이다.

[그림 16] 르클레르 EPG

◆ 러시아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부터 기갑전력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기갑부대를 지원하기 위한 교량 전차나 도하용 자주부교 등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장애물 개척전차는 비교적 늦은 1973년에야 등장했다. 1973년에 등장한 장애물 개척전차는 당시 구형이 되어버린 T-55 전차를 활용한 IMR-1이었다. 포탑을 제거하고 도저날과 크레인을 탑재했다.
1982년에는 T-72 전차를 활용한 IMR-2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T-72 전차의 포탑을 제거하고, V자형 또는 일자형 도저날을 차체 전면에 장착하며, 차체 중앙에 크레인을 장착했다. 승무원은 2명이며, T-72 전차의 개량과 함께 IMR-2도 몇 차례 개량되었다. 원격 조종형 모델은 클린Klin-1으로 불린다.

[그림 17] 현재 러시아의 주력 장애물 개척전차인 IMR-2

  러시아군은 T-72 전차와 함께 주력으로 운용하고 있는 T-90 전차를 기반으로 IMR-3를 개발했다. 차체를 T-90으로 바꿨을 뿐 기본적인 구성과 성능은 IMR-2와 유사하다. 러시아는 T-90 전차를 활용하여 미국의 M1 ABV와 유사한 차량도 개발했다.

[그림 18] T-90을 기반으로 제작된 IMR-3

  BMR-3M 베프Vepr로 불리는 차량은 포탑에서 포신을 제거하고 앞에 롤러나 쟁기를 장착했다. 차체에는 폭발반응장갑을 장착하여 방어력을 높였다. 미국의 미클릭과 유사한 지뢰지대 돌파용 선형 장약을 탑재한 차량도 있다. UR-77은 2S1 자주포에서 포를 제거하고 선형 장약 2개를 탑재했다.

[그림 19] 지뢰지대 급속돌파를 위한 BMR-3M

◆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1990년대 초반부터 메르카바 3 전차를 이용한 푸마Puma 장애물 개척전차를 운용했다. 오직 지뢰 제거를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것으로, 차체 전면에 지뢰 제거용 쟁기, 롤러, 자기신호 복제기 등을 장착하며, 카펫Carpet 선형 장약 시스템을 차체 위에 탑재한다. 전차에는 지휘관을 포함하여 3명이 탑승하지만, 최대 5명의 전투 공병을 추가로 탑승시킬 수 있다.

[그림 20] 차체 앞 도저날을 제거한 푸마 장애물 개척전차

  최근에는 메르카바 4 전차를 기반으로 한 나메라Namera를 개발하고 있다. 나메라는 메르카바 4 차체를 이용한 중장갑 보병수송차인 나메르Namer를 공병용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메르카바 4 전차와 함께 나메르 장갑차도 트로피 능동방어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으며, 나메라도 트로피 능동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 한 국

 2018년 7월 초, 현대로템이 개발한 장애물 개척전차CMVCombat Mobile Vehicles가 전투 적합 판정을 받았다. 장애물 개척전차는 기계화 부대의 신속한 작전 수행을 위해 지뢰를 포함한 각종 장애물을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장비다.

[그림 21] 현대로템의 장애물 개척전차 지뢰 제거 시험

  장애물 개척전차는 기계화 부대의 작전 템포를 유지하기 위해 기계화 부대와 대등한 수준의 기동력과 방호력을 갖추고 적의 복합 장애물지대를 개척할 수 있는 장애물 개척전차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이다. 사업은 2006년 4월 제219차 합동참모회의에서 소요가 결정되었다.
  장애물 개척전차의 도입은 우리 군의 작전 개념이 방어에서 공세적 개념으로 바뀐 것을 의미한다. 1980년대 말까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북한의 남침을 방어하는 것에 맞추어져 있었다. 그런 이유로 공병부대의 작전도 적의 진격을 방해하는 도로 대화구, 지뢰 설치 등 방어적 성격에 맞춰져 있었다.
  또한 기존에 도입된 KM9ACE 장갑전투도저는 적의 방어지대 안에서 다양한 장애물에 대한 개척 능력이 부족하고 생존성도 떨어져 공세적 기동전 수행을 지원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KM9ACE 외에 K1 계열 전차 앞에 지뢰 제거용 롤러를 장착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뢰 제거 롤러는 10kg 대전차 지뢰의 폭발을 몇 차례 견딜 뿐이어서 지속적인 운용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 밖에 지뢰 제거용 선형 장약인 미클릭MICLICMine-Clearing Line Charge은 돌파거리가 제한된다는 단점과 함께 많은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공세적인 작전으로 전환되면서 적 지뢰지대 극복과 장애물 극복을 위한 새로운 무기체계인 장애물 개척전차 개발이 추진되었다.
  2014년 11월 업체와 체계개발 계약을 체결하여 개발 사업이 시작되었다. 2015년 2월 체계요구조건 검토회의(SRR), 2015년 6월 기본설계검토(PDR), 그리고 2015년 11월 상세설계검토(CDR)가 진행되었다.
  2015년 12월부터 시제 제작에 착수하였고, 2016년 12월 개발 시험평가를 시작했다. 2017년 5월 개발시험평가가 완료되었고, 2017년 7월부터 전투 적합 판정을 위한 운용시험 평가가 시작되었다.

[그림 22] 현대로템의 장애물 개척전차 자기감응지뢰 제거 시험

  장애물 개척전차는 우리 군의 주력인 K1A1 전차 차체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차체 전면에는 최대 0.3m 깊이의 지뢰를 제거할 수 있는 영국 피어슨 엔지니어링Person Engineering의 FWMPFull Width Mine Plough 지뢰 제거쟁기가 장착된다. 차량 전면에는 FWMP와 함께 자기 감응지뢰 제거를 위한 자기신호 복제기MSDMagnetic Signature Duplicator가 설치되며, 차량 양쪽에는 후속 차량을 위한 안내 막대를 설치하는 안전통로 표시장치OMSObstacle Marking System가 장착된다.
  차체 오른쪽에는 최대 인양능력 2.5톤의 크레인이 장착되는데, 버켓 등 다양한 부가장비를 장착할 수 있다. 차량에는 전면에 조종수, 그 뒤에 지휘관이 탑승한다. 해외 매체를 통해 소개된 차량의 전투중량은 62톤이며, K1A1 전차와 동일한 1,200마력 디젤엔진을 장착했고, 최대속도 60km/h다.
  이상으로 장애물 개척전차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우리 군도 장애물 개척전차를 보유하게 됨으로써 공세적 기동작전을 위한 요건 중 하나를 채워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 차량 외에도 많은 공병 자산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