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국방과 기술

제2차 핵시대의 "맞춤형 억제전력"

  작성자: 손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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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8-16 10:49:13

제2차 핵시대의 "맞춤형 억제전력"



손한별 국방대학교 군사전략학과 조교수




지난 4월 27일 남북한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합의했다. 이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합의를 이행해 나갈 것을 기대하지만, 여전히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사용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최소한 35개국이 핵개발을 시도했고 이미 온 지구를 몇 번이고 파멸시킬만한 핵무기가 배치되어 있지만, 북한에 대한 우려와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무기는 중국이나 파키스탄과 같은 국가들보다 위협적인가? 북한의 핵전략은 이들보다 공세적인가? 북한과 같은 국가들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한가?




• ‘제2차 핵시대’의 억제전략


  흔히들 현재를 ‘제2차 핵시대The Second Nuclear Age’라고 부른다. ‘제2차’라는 말은 ‘제1차’ 핵시대와는 전혀 다른 시대를 맞이했음을 전제한다. 존 개디스John L. Gaddis는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무기가 사용된 이후 ‘장기간의 평화Long Peace’를 누려왔다고 평가했다.
  제1차 핵시대를 미국과 소련이 냉전 구도를 형성했던 초강대국 간의 핵경쟁으로 본다면, 제2차 핵시대는 새로운 핵보유국을 비롯한 다양한 행위자들이 복잡한 상호관계를 맺고 있다. 제1차 핵시대에는 초강대국에 의해서 폭발적인 핵확산과 위기고조가 통제되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 상태에 있었다면, 지금은 보다 유동적이고 복잡한 환경 속에서, 언제, 어떻게 핵무기에 의한 위기가 비화될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표 1]은 핵전략의 복잡한 개념들을 많이 포함하고는 있지만, 제1차 핵시대와 제2차 핵시대를 잘 비교하고 있다.





[표 1] 제1차 핵시대와 제2차 핵시대 비교



  그렇다면 제2차 핵시대의 억제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새로운 핵행위자들의 등장에 따라 억제를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더욱 많아졌는데, 이클레Fred Ikle, 콜린 그레이Colin S. Gray, 키스 페인Keith B. Payne, 폴 브래큰Paul Bracken 등 많은 전문가들이 여기에 대한 답을 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새로운 핵무장국의 핵지휘통제체계는 조악하고, 능력과 의도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며, 테러나 사고에 의한 핵공격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잠재적 적대국과의 소통채널은 부족하고, 억제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는 행위자들도 있다. 이들은 대외환경의 ‘편익-비용 계산’보다는 국내정치적인 요인에 의해서 핵개발과 핵사용을 할 것이기 때문에 억제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억제뿐만 아니라 대응과 방어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제2차 핵시대로의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탈냉전 후 발간하기 시작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Nuclear Posture Review’를 통해 미국의 핵정책을 확인할 수 있다.
  1994년 NPR은 러시아의 핵위협보다 핵무기의 확산을 최우선의 위협으로 설정하고, 전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구성되는 핵3원체계Nuclear Triad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1년 부시 행정부의 NPR은 불확실한 환경, 군사혁신, “능력기반 기획”에 발맞추어 공격체계, 방어체계, 국방인프라로 구성되는 ‘신 3원체계New Triad’를 제시하였다.
  2006년 NPR에서는 ‘맞춤형 억제Tailored Deter -rence’ 전략을 내놓았는데, 억제대상별로 서로 다른 억제전략을 요구한다. 다양한 핵행위자들의 등장으로 냉전시기 억제전략의 전제와 내용이 수정되어야 함을 인식한 것이다.
  2010년 NPR은 오바마 대통령이 ‘핵없는 세상’을 주장한 이후 핵무기의 역할을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동맹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 전략적 안정성 유지를 위한 핵전력은 유지하지만, 재래식 전력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NPR은 북한, 이란과 같은 불량국가를 재강조하면서도 강대국 간의 핵경쟁 및 제한 핵사용 가능성을 내세우면서 이에 대비한 핵능력의 규모와 태세를 다변화할 것을 강조하였다. 또한 위협별로 맞춤형의 억제전략을 제시하면서 북한 억제를 위한 핵심요소를 나열하였고, 동맹국에 대한 맞춤형 보증공약도 함께 강조하였다.
  제2차 핵시대에 있어 ‘맞춤형 억제전략’의 핵심은 대상 행위자의 능력과 의도,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신의 능력 등에 따라서 서로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한다.
  냉전시기 ‘제한 핵사용’이나 ‘길항전략Countervailing Strategy’이 소련이라는 억제 대상에 맞추어 고안된 것과 다르지 않다. 냉전기에는 고려해야 할 대상이 단 하나였다는 사실만이 다른 점이다.
  따라서 맞춤형 억제전략은 러시아, 중국과 같은 전통적 핵경쟁국에 대해서는 냉전기와 동일한 억제논리를, ‘불량국가’, 새로운 ‘핵열망국’, ‘비국가적 행위자’와 같은 새로운 대상에 대해서는 새로운 억제논리를 요구한다.
  이들의 핵무기 개발 및 획득의 동기가 다양하고, 억제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취약점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억제계산New Deterrent Calculus’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의 정치, 경제, 군사를 아우르는 정보능력, ‘압박점Pressure Point’을 식별, 강압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며, 군사적으로는 ‘對軍Counter-Force 및 특수표적Special Target’ 타격, 미사일방어 능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맞춤형 억제전략의 기본 논리이다.




• 북핵 위협에 대한 두 개의 인식


  제2차 핵시대와 관련하여 보다 현실적인 다음 질문은, ‘북한의 핵위협은 어떠한가’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위협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 핵개발 목표, 능력 및 의도에 대한 인식, 핵전략과 군사전략의 연계, 그리고 대남전략의 변화 등에 대한 논의는 다양하다. 여전히 논쟁적인 부분도 있고, 북한에 대한 불완전한 정보 때문에 정확히 합의된 바는 없다.
  또한 2018년 북한 비핵화를 두고 관련국들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는 국면 속에서도 북한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그 중에는 이런 주장도 있다. 만약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이 핵무기의 가공할 파괴력과 사용 시의 파급효과를 명찰하여 냉전기의 소련이나 중국과 같이 합리적이고 신중한 태도를 가지게 된다면, 그래서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과의 체제경쟁을 고려한다면, 한반도는 냉전기 미국과 소련의 관계와 같이 안정과 평화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는 것이다.
  물론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영속화시킬 우려는 있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편이 오히려 소규모 분쟁과 전면전으로의 비화를 억제하기 때문에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북핵 평화론’ 주장의 주요 논지이다.
  반면, 핵약소국인 북한은 중국이 아니라 파키스탄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파키스탄은 1998년 핵실험 이후 자신의 핵능력을 과신하여 인도와의 분쟁지역인 ‘카르길Kargil’의 산악지역을 장악하는 ‘바드르Badr’작전을 펼친 바 있다. 2001년 인도 의회 테러, 2008년 뭄바이 주요시설 테러, 2016년 파탄코트Pathankot 공군기지, 우리Uri와 나그로타Nagrota 육군기지를 공격한 것도, 자신의 핵능력을 믿고 불리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였다는 것이다.
  나아가서는 북한이 비합리적 행위자이자 ‘불량국가’로서 전 세계를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미약한 핵능력을 가지고 상대를 억제하고, 나아가 전략적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비합리적이고 공세적이며 예측 불가능한 성격을 강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미치광이Madman’ 전략이며, 전형적인 제2차 핵시대의 신생 핵무장국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로 한걸음을 뗀 현재의 국면에 전 국민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은 핵개발의 능력과 의지 면에서 공세성을 더해왔다. 다량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탄도미사일의 양적 증강, SLBM 전력화뿐만 아니라,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2017년 9월 3일, 제6차 핵실험 직후 ‘대륙간탄도미사일 장착용 수소탄 시험’이라고 주장했고, 연이은 미사일 실험을 통해 능력과 의지를 현시하면서 스스로 핵무력을 완성했음을 선언했다.





[그림 1]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감행 후 ICBM 장착용 수소폭탄 시험에 완전 성공했다고 주장했으며, ’17년 11월 29일 신형 ICBM 화성-15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제는 2020년이 되면 북한이 최대 100기 정도의 핵무기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의심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게다가 핵무기의 보유만으로도 억제효과를 가지는 실존적 억제를 넘어서 공세적인 핵전략으로 발전하고 있다. 비핀 나랑Vipin Narang이 규정한 바와 같이 확증보복Assured Retaliation을 넘어 비대칭확전Asymmetric Escalation의 핵태세로 옮겨온 것이다.




•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의 내용과 효과성


  북한이 제2차 핵시대의 비합리적 행위자의 전형적 행태를 보이고 있고, 고도화되는 핵능력을 과신하여 더욱 공세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다면, ‘북한을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의 문제로 연결된다. 한·미동맹은 지난 2013년 북핵·WMD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반도 상황에 최적화한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에 합의한 바 있다.





[그림 2]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와 한국 공군 F-15K 전투기



  앞에서 살펴본 맞춤형 억제전략이 제2차 핵시대의 신생 핵무장국의 핵개발 목표와 압박점을 고려하여 특성에 맞게 전략을 달리한다는 ‘일반명사’라면,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은 ‘고유명사’로서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여 이를 억제하기 위한 동맹의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일컫는다.
  『2016 국방백서』는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은 “동맹의 능력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억제방법과 수단을 최대한 활용하여 북한의 핵·WMD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국내 언론을 통해 대강의 윤곽이 드러난 바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3단계로 억제전략을 구체화하고 있음이 공개되었다.
  ▲ 먼저 북한의 핵사용 위협 시에는 전략 폭격기와 탄도미사일 탑재 원자력잠수함SSBN 등 미국의 핵전력과 재래식 정밀타격 전력을 한반도 또는 주변 지역에 전개하고, 탄도미사일 방어자산 등을 추가 배치한다.
  ▲ 북한의 핵사용 임박 시에는 한·미 정밀 유도무기로 북한의 핵전력을 선제타격하고, 미국의 핵무기로 북한의 핵전력 타격을 준비한다. 아울러 미국은 핵전력 준비태세 증강을 공표하게 된다.
  ▲ 마지막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했을 경우에는 한미 국가통수기구가 단호한 대응조치를 시행하게 된다. 북한의 핵·WMD 사용에 대한 적극적인 군사대응을 위협함으로써 억제를 달성하려는 시도이다.
  물론 군사적 대응을 위협하는 것만으로 북한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보다 포괄적이고 세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무엇을 북한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Tailored’으로 구성할 것인가?
  바이먼과 왁스먼Daniel Byman and Matthew Waxman은 The Dynamics of Coercion : American Foreign Policy and the Limits of Military Might(2002)에서 강압전략의 분석개념으로 ‘압박점Pressure Point’을 제시하였다.
  압박점이란 상대방에게 매우 민감한 부분이며 효율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요소인데, 북한에게 있어서는 국제적 고립, 국내정치의 분열,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와 같은 취약성Vulnerability이 압박점이 될 수도 있고,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중심(重心)Center of Gravity’으로서 김정은 정권 자체가 압박점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연구가 제기하는 내용을 종합해 보면 ‘맞춤형 억제전략’은 ▲ 북한정권을 겨냥하고, ▲ 북한의 편익-비용계산에 영향을 끼치고, ▲ 핵개발 및 사용을 포기할 수 있는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방법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다양한 외교, 정보, 경제적 수단이 있지만, 군사적인 수단에 집중하여 구체화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북한정권을 겨냥하는 방안으로, 정권지도부를 탐지 및 식별할 수 있는 ISR능력과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원거리 정밀타격 및 특수부대의 능력을 현시하는 방안이 있다. 2017년 한·미 정상이 미사일지침 개정에 합의함에 따라 정권의 심장부를 고위력의 미사일로 공격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둘째는 편익-비용계산에 영향을 끼치는 방안으로, 한·미 연합 정밀타격자산과 미사일방어 능력을 공개하거나 전략자산의 전개 및 연합훈련을 활성화하는 방법이 있다. 북한이 도발이나 핵사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비용이 더 크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셋째 반대급부를 제공하여 억제하는 방안으로, 북한의 취약점을 압박함과 동시에 출구전략을 제시하여 북한의 행동변화를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에 문제가 없는가? 두 가지 정도로 고려요소를 제시할 수 있다.
  먼저 압박점을 “얼마나 누를 것인가?”하는 문제이다. 정권의 생존을 겨냥하여 압박하다 보면 절박해진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핵능력과 달리 지속적이고 구체적으로 능력을 보여주어야만 억제효과를 가질 수 있는 재래식 억제의 특성상 북한이 인식하는 위협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핵무기를 ‘사용할 것인가, 패배할 것인가Use it or Lose’의 양자택일의 상황으로 북한을 밀어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사용과 핵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최소화하고 비용은 최대화하면서도, 동시에 북한 스스로 행동을 변화할 수 있는 출구전략을 제시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 동맹국이긴 하지만 주권을 가진 두 국가의 전략이라는 점에서 태생적으로 압박점을 ‘누가 누를 것인가?’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한·미 양국이 인식하는 위협의 강도도 다르고, 선호하는 정책도 다를 수 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과 통일에 대한 생각도 같을 수 없다. 이른바 ‘자력안보와 동맹안보’, ‘안보와 자율성’, ‘확장억제와 직접억제’의 딜레마이다. 북한은 이러한 간극을 이용하여, 적극적으로는 한·미동맹을 분리Decoupling시키기 위해, 소극적으로는 정권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핵볼모Nuclear Hostage인 한국과 일본에 대한 핵공격의 유혹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미동맹은 북한의 압박점을 누가, 어떻게, 얼마나 누를 것인가에 대한 합의를 선행해야 하며, 협의과정에서 빈틈이 발생한다면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의 효과성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억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한국이 ‘직접억제’ 능력을 갖추면 되지 않겠는가? 한국은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추어야 될 것인가? ’핵에는 핵’이라는 간단한 명제 하에,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다음 호에서는 핵억제와 재래식억제의 효과성 논쟁과 한국의 핵무장 논의를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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