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국방과 기술

핵무기 인식에 대한 두 가지 논쟁

  작성자: 손한별
조회: 4049 추천: 0 글자크기
0 0

작성일: 2018-08-08 17:08:11

핵무기 인식에 대한 두 가지 논쟁



손한별 국방대학교 군사전략학과 조교수




북한의 핵위협이 현실화되면서 핵무기에 대한 일반국민의 이해도 높아졌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뉴스를 보면서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와 우리의 대응에 대해서 토론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핵무기와 핵전략에 대해 각자가 생각하는 바가 꼭 같지는 않다. 핵전략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지식을 공유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북핵에 대한 국민적, 정책적 관심이 연구의 공급을 훨씬 능가하는 엄중한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이해를 공유하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앞으로 6회에 걸쳐 ‘A Common Nuke Currency’의 제하로 핵무기와 전략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이를 한반도에 적용해 보고자 한다. 공통된 용어와 개념을 사용하여 한반도의 현실에 부합하는 우리의 전략을 모색하려는 시도이다.


  김정은 정권은 생존전략으로 ‘핵무기’ 개발을 선택했다. 한·미동맹의 재래식 전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에서 미국의 침략을 억제하고 정권생존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핵무기가 유일한 방안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리비아의 카다피Muammar Gaddafi와 이라크의 후세인Saddam Hussein 대통령에게 핵무기가 있었다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면 정권생존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북한의 핵무기가 오히려 동북아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북핵평화론’은 타당한가? 두 가지 논쟁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소개하고, 이를 한반도 상황에 적용해 본다.





[그림 1]




• 핵무기, 사용하는 것인가? 억제하는 것인가?


  “핵무기는 사용할 수 있는 무기인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 무기인가?” 이 질문은 다시 “핵무기는 전쟁을 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가?”의 질문과 연결된다.
  1946년 같은 해에 두 개의 책이 출간되었다. 보든William Borden의 There Will be No Time : The Revolution in Strategy와 브로디Bernard Brodie의 Absolute Weapon : Atomic Power and World Order는 핵무기 ‘가용론(可用論)’과 ‘불가용론(不可用論)’의 논쟁을 시작했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논쟁은 해결되지 않고 진행중이며, 인식변화에 따라 서로 다른 논리와 전략을 내놓고 있다.





[표 1] 핵무기의 성격에 따른 핵무기 ‘가용론’과 ‘불가용론’ 간의 시각 비교



  먼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무기’라는 시각에 따르면, 핵무기는 무기체계의 하나일 뿐이며 따라서 전쟁에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 핵전쟁 역시 재래전과 마찬가지로 제한전쟁이 가능하며, 핵무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지구멸망에 이르기까지 폭발적으로 비화Explosion되는 것이 아니라 확대Expansion 된다고 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의 핵전쟁이 억제된 것은 핵무기가 아니라 다른 요소들 때문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특히 기술적으로 핵무기의 파괴력과 부수피해를 낮출 수 있게 되면서 핵무기를 사용해도 자국 생존에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핵태세보고서NPR Nuclear Posture Review』는 핵가용론의 중요한 사례이다. 억제뿐만 아니라 억제 실패시의 대응을 역할로 제시했고, 국가 간 제한핵전쟁, 핵선제사용의 가능성, 저강도 핵옵션 유지 등을 제시하였다.
  다른 한편에는 핵무기는 ‘사용할 수 없는 무기’라는 시각이 있다. 핵무기는 상대방의 핵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결코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957년 아이젠하워Dwight Eisenhower 대통령은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거리에 있는 시체를 치울 불도저가 부족할 것”이라면서 핵전쟁의 위험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단 한발의 핵무기도 지구멸망의 문을 열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은 핵무기비확산조약NPT(1968), 핵무기금지조약(2017) 등의 세계적인 비확산 노력으로 나타났다. 2010년 오바마 행정부의 『핵태세보고서』는 핵불가용론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2009년 4월 프라하에서의 ‘핵없는 세상’ 연설 이래로 핵무기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축소하면서 러시아와의 핵감축 노력을 공식화한 것이다.




• 많을수록 좋은가? 나쁜가?


  첫 번째 논쟁에 명확하게 답을 내리지 못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두 번째 질문은 “핵무기가 많을수록 좋은가, 나쁜가?”이다.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세이건Scott Sagan과 왈츠Kenneth Waltz의 논쟁인 The Spread of Nuclear Weapons : A Debate(1995)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논쟁을 제기하고 있다. 왈츠는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이 많을수록 안정적일 것이라고 보았지만, 세이건은 핵무기의 확산으로 불안정이 심화될 것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역시 1945년 처음 핵폭탄이 투하된 이래, “핵무기가 사용된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어떠한 경험적 자료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왈츠는 “핵보유국의 숫자가 증가할수록 국제체제는 더욱 안정화된다more may be better”고 주장했다. 핵무기의 가공할 파괴력 때문에 핵을 가진 국가는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취하게 되고, 약소국들에게도 ‘실존적 억제력Existential deterrent’을 제공하기 때문에, 전쟁의 발생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핵무기가 없는 것보다는 많은 편이 더욱 안정적이라고 말한다.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이 안정적인 안보환경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크레벨트Martin van Creveld, 펠드만Shai Feldman,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 등은 ‘확산 낙관론자’들로 불리며 이러한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왈츠의 안정성 주장에 대해 세이건은 “핵확산이 국제체제를 불안정하게 만든다more will be worse”고 주장하는데, 그는 5대 핵보유국보다는 새롭게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신생 핵보유국에 주목한다. ‘확산 비관론자’들로 분류되는 블레어Bruce G. Blair, 피버Peter D.Feaver, 라보이Peter R. Lavoy, 노프Jeffrey W. Knopf, 미스트리Dinshaw Mistry 등은 핵테러 위험의 증가, 우발적인 사고나 미승인된 사용 등으로 핵전쟁이 촉발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적대적인 관계이거나 공격적 성향의 핵보유국에 대한 예방공격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냉전기 미-소간에 핵전쟁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핵무기가 신중성을 높였기 때문이 아니라 냉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이고 지정학적인 특징 때문이라고 보았다.




•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 핵무기 사용가능성의 인식에 따라, ‘한반도의 전쟁양상’이 변화할 수 있다.


  북한이 왜 핵개발에 나서게 되었는지에 대한 상충된 견해가 있다. 크게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여 ‘조국해방’과 ‘인민민주주의혁명’을 달성하려는 ‘공격적 목적’을 갖고 있다는 평가와, 남북간의 심각한 전력불균형과 경제파탄으로 인한 생존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어적 목적’을 갖고 있다는 평가이다.
  북한의 핵개발 동기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 또는 ‘억제’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는지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여기에 북한이 ‘합리적인지, 비합리적인지’의 논쟁까지 더하여 살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림 2] 핵무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가공할 파괴력보다 중요한 것은 “핵무기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전쟁양상은 북한의 실제 핵개발 동기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 그리고 한·미동맹이 핵무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다. 일각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더욱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지역질서를 만들 것이라는 ‘북핵 평화론’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는 북한의 핵무기가 억제용으로 개발되었으며, 그것을 김정은도 그렇게 인식하고 미국도 그렇게 인식할 때만 성립이 가능한 것이다.
  사실 어느 한쪽이라도 ‘핵무기 가용론’의 유혹에 빠지면 핵전쟁의 참화는 막을 수가 없다. 핵무기를 과신한 북한 입장에서는 정권생존의 위기에 내몰려 최소한 한국이나 일본에 대한 핵사용의 유혹이 있을 것이고, 미국 입장에서도 위협인식의 변화, 기술적 성숙, 비대칭적 군사력에 대한 과신 등으로 인해 핵무기 사용이 가능하다.





[표 2] 핵무기에 대한 인식으로 좌우되는 전쟁양상



  [표 2]는 한국변수를 간과하고 상황과 인식의 상대성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문제는 있지만, 핵무기에 대한 인식에 따라 전쟁양상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➊ 양측이 모두 핵가용론의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작은 충돌이 확전될 가능성도 크고 핵무기가 쉽게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은 전면적인 핵전쟁으로 발전하는 것은 억제할 것이다.
  ➋ 미국이 핵가용, 북한이 불가용의 인식을 가진다면, 미국은 저위력의 핵무기를 활용하려고 할 것이고 북한은 이를 정권의 생존문제로 보고 공세적으로 대응하여 전면전으로 쉽게 비화되는 상황을 예상해볼 수 있다.
  ➌ 반대로 미국이 불가용, 북한이 핵가용의 인식을 가진다면, 미국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리라 기대하면서 도발을 자행한 북한에 대해, 미국이 강력한 보복을 취하면서 북한은 파멸에 이르게 될 것이다.
  ➍ 마지막으로 양측이 불가용론의 인식을 공유한다면, 공포의 균형 상태로 인해 안정적인 상황이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핵무기를 결코 용인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예방공격에 대해 북한이 쉽게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도 예상 가능하다.



◆ 확산의 안정성에 대한 인식에 따라, ‘비핵화정책’의 강도가 결정된다.


  확산의 안정성 인식은 비확산에 대한 태도를 결정한다. 먼저 핵확산이 안정적이라고 인식한다면, 북한의 핵무기도 우려할 필요가 크지 않다. 비핵화에 대한 논의로 옮겨갈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핵보유국의 숫자가 증가할수록 국제체제는 더욱 안정화된다”는 왈츠의 주장은 국제체계 수준에서 불안정 가능성을 평가한 것이므로, 북한과 한국이라는 개별 국가수준에서도 그러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핵개발 또는 핵포기의 결정과정은 개별국가가 결정하는 것이고, 미국의 비확산정책 역시 국가수준에서 결정된다. 미국이 동아시아에서의 핵도미노가 현상유지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북한이라는 ‘불량국가’의 핵개발에 대해서도 같은 인식을 가지기는 힘들다. 이른바 ‘확산 선택론자Selectivists’들의 주장인데, 전체적으로 핵확산의 안정성은 인정하지만, 불안정을 유발하는 확산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의 예방공격 가능성은 낮지만 핵균형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들을 취할 가능성은 크다. 왈츠는 “예방공격이든 선제공격이든 공격이 적의 전력을 완전히 파괴할 수 없다면, 생존한 단 몇 개의 탄두만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위험성을 가진다”면서 예방공격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반대로 인도-파키스탄의 사례처럼 핵불균형이 존재하거나, 이라크-이집트처럼 불균형이 예상되는 경우에 미국은 전략적 균형을 위해 핵무기의 확산을 촉진 또는 묵인한 바 있다. 한국 내 전술핵배치 또는 한국 핵무장 논의와도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핵확산이 불안정을 가져온다는 비관적 인식에 따르면, 북한의 핵무기는 그야말로 세계의 파멸을 이끄는 ‘아마겟돈의 마법사Wizards of Armageddon’이다. 절망적 미래를 예상한다는 점에서 핵개발 초기에 군사공격과 같은 강경한 정책이 기대되며, 1994년 영변 핵시설에 대한 공격 검토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국이 핵확산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도 없고 압도적 군사력으로 모든 기대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확산 관리Managing Non-proliferation’를 통해 핵확산의 속도를 조절하려고 시도할 수 있다. 최근 문제가 다시 불거지긴 했지만 ‘P5+1’의 노력으로 이란과의 핵협상을 타결한 사례를 근거로 북핵 문제의 해결을 기대하기도 한다.
  물론 비확산정책 효과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나뉘어서, 국제레짐을 통해 북핵으로 인한 불안정을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국제원자력기구 IAEA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핵무기비확산조약 NPT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 CTBT Comprehensive Nuclear Test Ban Treaty 등의 국제레짐들이 이러한 시각에서 시작되었으며, 실제로 비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그림 3] 1970년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 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은 비 핵국가에 대해서는 핵개발 금지를, 핵보유국에 대해서는 핵군축을 요구함으로써 국제사회의 핵무기 확산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1967년 이전에 핵실험에 성공한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국 이외의 국가는 핵무기 보유가 금지된다.



  그러나 국제레짐들이 북핵으로 인한 동아시아의 핵도미노를 억제하면서 불안정성을 완화시키는데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북핵문제 자체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평창 이후 한반도에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상황에서도 북한이 NPT에 복귀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보이고,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핵위협이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매우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과 같은 제2차 핵시대의 핵개발국들은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 다음 호에서는 제2차 핵시대의 특징, 미국의 ‘확장억제’와 한미의 ‘맞춤형 억제전략’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미지

1.jpg

댓글 0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