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곤 안보경영연구원 방위산업연구실장

최근 방위산업비리(이하 방산비리) 척결이 범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고, 현 정부도 방산비리 근절을 국방분야 국정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방분야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비리들의 범주가 명확하게 분류되어 있지 못한 상황이고, 이로 인해 마치 방산비리가 국방분야 비리 전체를 총칭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도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방산비리와 그 이외에 국방분야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비리 간 범주 구분을 구체화하고,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방산비리에 대한 합리적인 구분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최근 여러 방위력개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유형의 비리가 발생되고 있고, 국민들 사이에는 이러한 비리들을 총칭하여 ‘방위산업비리(일명 방산비리)’라는 명칭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남·북한이 군사적으로 상시 대치하고 있고 주변 강대국의 군비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우리의 안보 상황과 함께 타 산업과는 달리 방위산업은 대부분 국가 예산을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방산분야에서 발생되는 비리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고,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에게는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져 재발을 방지하는 조치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 동안 발생된 일명 ‘방산비리’의 내용을 살펴보면 실제로 방위산업과 관련된 비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방분야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비리를 공히 ‘방산비리’라고 명명하는 경향성이 있다.

[그림 1] 국방분야 부정부패 정도

  게다가, 그 동안 언론 등에 방산비리로 언급된 사례를 살펴보면 과연 비리로 간주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아직까지 방산비리의 개념과 범주가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고, 방위사업 비리, 획득비리 또는 국방비리 등 방산비리 이외의 다양한 비리 관련 명칭과의 구분이 모호한 것도 주요 요인인 것으로 판단된다.
  방위산업은 안보산업이면서도 국가 경제성장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이라는 양면성이 존재하는 산업이다. 따라서 실제 내용상으로 방위산업 분야의 비리와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거나 또는 당사자를 처벌하여야 할 비리가 아니지만 방산비리라고 섣불리 속단함으로써 방위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부작용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이 글에서는 우선 국방분야에서 발생되는 여러 비리의 유형을 살펴보고, 방산비리의 범주를 명확히 하여 방산비리와 그 이외의 국방분야에서 발생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비리 간의 관계를 제시하고,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위산업의 수출산업화 촉진 관점에서 방산비리를 해소하기 위한 합리적인 추진 방안을 모색하였다.

◆ 방산분야 비리의 최근 동향

  비리(非理 : Corruption)의 사전적인 의미는 “올바른 이치나 도리에서 어그러짐”을 뜻하지만 통상적으로 부패 또는 범죄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과거부터 방위력개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유형의 부패행위 즉, 비리가 지속적으로 발생되어 왔으나, 특히 지난 ’14년 세월호 참사에 따른 통영함 납품비리를 계기로 방산비리 척결이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즉,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의 수사와 무기체계 획득에 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지속적으로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방산비리는 범국민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사안으로 간주되었다.
  실제로 지난 ’17년 한국행정연구원이 실시한 정부부문 중 국방부문의 부패실태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국방분야 부정부패 정도가 심각하다는 응답이 62.6%로서 심각하지 않다는 응답비율(37.4%) 대비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최근 방산비리와 관련된 내용이 언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개됨에 따라 일반 국민들 사이에 국방분야 부정부패가 심각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은 최근의 범국민적 인식에 따라 문재인 정부도 방산비리 척결을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채택하였다. 즉, 문재인 정부의 지난 19대 대선공약에 방산비리 척결이 포함되어 있고, 지난 2017년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발표한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도 방산비리 근절·차단을 위해 ‘처벌 관련 법령 보완 및 비리 발생 사전 차단을 위한 평가·교육시스템 강화’가 포함되었다.
  따라서 방산비리를 척결해야 한다는 최근의 범국민적 공감대와 정부의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고려하면 방산비리 근절은 이제 단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주요 현안으로 자리매김된 것으로 판단된다.

[표 1] 문재인 정부의 방산비리 척결 대선공약

◆ 그 동안의 주요 방산분야 비리 유형

  방위산업은 타 일반산업과는 달리 정부가 유일한 최종수요자이고, 공급자도 정부가 선정한 소수의 업체(주로 방산업체) 위주로 생산·납품이 이루어지는 특성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그 동안 발생된 방산분야 비리는 수요자 주도적인 비리, 공급자 주도적인 비리 또는 수요자와 공급자간 유착에 의한 비리 등으로 분류된다.
  그 동안 수요자와 관점의 비리는 대체로 방위사업 추진과정에서 특정업체와의 유착/편의제공, 방위사업 관련 기밀 유출, 공문서 위·변조 등의 사례가 발생되었다.
  반면, 국내품목 공급자(방산업체 등)와 국외품목 공급자(무역대리점 등)와 관련된 비리는 방산원가 부풀리기, 짝퉁·부실품목 납품, 공문서 위·변조 등의 사례가 발생되었다.
  특히, 방산원가 부풀리기와 방위사업 관련 기밀 유출 등의 비리는 방산물자에 대한 방산원가제도 적용 및 방위사업 관련 정보 공개 제한 등 안보산업으로서 방위산업 분야의 특수성에 기인하는 대표적인 비리로 간주된다.
  그 동안 방위사업과 관련하여 수요자인 정부와 공급자인 방산업체 및 무역대리점 등이 개입하여 발생된 비리는 [표 2]와 같이 크게 ①군사기밀 유출, ②방산원가비리, ③공문서 위조, ④무기체계 관련 부실기획·집행, ⑤짝퉁·불량품목 납품, ⑥특정업체와의 유착·편의제공 등으로 분류된다.

[표 2] 방산분야 비리 유형 분류 종합

◆ 방산분야 관련 비리의 분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부가 방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방산분야와 관련하여 다양한 유형의 비리가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다. 그런데, 그 동안 방위산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비리들을 공히 ‘방산비리’라고 명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사실 아직까지 이러한 비리 사례들이 모두 방산비리의 범주에 해당되는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는 않은 실정이다.
  한편으로는 그 동안 국방분야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비리에 대해 방산비리라는 용어 이외에도 방위사업 비리, 획득(군납)비리, 국방비리 등 다양한 용어들이 명확한 일관성이 없이 언급되고 있다. 따라서 본 절에서는 「방위사업법」 등에서 제시된 관련 법적 근거를 토대로 이러한 비리 관련 용어들의 분류 기준을 정립하고, 각 용어들 간의 연관 관계를 살펴보았다.

  우선 ‘방위산업’이란 「방위사업법」 제3조(정의)에 따르면 “방위산업물자를 제조·수리·가공·조립·시험·정비·재생·개량 또는 개조(이하 ‘생산’이라 한다)하거나 연구개발하는 업”으로 정의되어 있다. 즉, 방위산업은 방산물자의 생산 및 연구개발과 관련된 활동을 수행하는 산업이고, 이 때 방산물자는 거의 대부분 국내 개발된 무기체계를 대상으로 지정된다.

[표 3] ‘방위산업’의 정의

  이와 같은 「방위사업법」 상의 정의를 충실하게 해석하면 방산비리는 제35조(방산업체의 지정 등)에 따라 지정받은 방산업체 및 관련 협력업체가 “방산물자”의 생산 또는 연구개발과 관련하여 저지른 비리로서 방산원가 부풀리기([표 4] 참조)와 함께 방산물자와 관련된 증빙자료 또는 공문서 위조 등이 해당될 수 있다.

[표 4] 방산물자 원가비리 관련 주요 사례

  따라서 방산비리는 통상 “방산업체 등의 이해관계자가 개입되어 방위산업 영역에서 발생되는 부패범죄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 방산분야와 관련되더라도 방산업체(협력업체 포함)가 직접 개입하여 방산물자의 생산 또는 연구개발을 통한 납품 과정에서 발생된 비리가 아니라면 ‘방산비리’의 범주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하다.
  예를 들어, 정부 관계자가 방위사업과 관련된 군사기밀을 유출하였거나, 무기체계 소요기획 또는 사업관리를 고의적으로 부실하게 수행하여 불량 무기체계를 획득하도록 초래하였거나 또는 무기체계가 아닌 전력지원체계의 생산 및 개발과 관련된 비리는 방산비리의 범주에 포함하는 것은 곤란하다.

∷ 방위사업(방위력개선사업) 비리

  ‘방위력개선사업(방위사업)’이란 「방위사업법」 제3조(정의)에 따르면 “군사력을 개선하기 위한 무기체계의 구매 및 신규개발·성능개량 등을 포함한 연구개발과 이에 수반되는 시설의 설치 등을 행하는 사업”으로 정의되어 있다.

[표 5] ‘방위력개선사업(방위사업)’의 정의

  즉, 방위사업은 ‘무기체계’와 관련하여 국내·외 구매, 연구개발 및 무기체계 관련 시설의 설치 등 업무 전반을 포함하기 때문에 관련 이해관계자가 방산업체 뿐만 아니라 수요자(방사청, 각 군 등), 국내 개발기관, 해외품목 관계자(무역대리점 등)도 포함된다.
  따라서 방위사업 비리는 앞서 분류한 방산비리는 기본적으로 포함하고, 추가로 관련 이해관계자가 무기체계 소요기획, 구매(국내구매 또는 해외도입 포괄), 연구개발 및 시설의 설치 등과 관련하여 야기한 비리를 포괄한다.
  예를 들어, 방위사업과 관련된 군사기밀 유출, 군 요구성능 및 시험평가 기준 등의 고의적·비합리적인 변경, 특정업체와의 유착에 따른 무기체계 소요기획 및 제안서 평가기준 수립 등의 비리가 방위사업 비리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방위사업은 무기체계를 대상으로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무기체계로 분류되지 않은 군수품, 즉 전력지원체계의 획득과 관련된 비리는 방위사업 비리의 범주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획득’이란 「방위사업법」 제3조(정의)에 따르면 “군수품을 구매(임차 포함)하여 조달하거나 연구개발·생산하여 조달하는 것”으로 정의되어 있다.

[표 6] ‘획득’의 정의

  이 때 군수품은 동법 제3조(정의)에 따라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군수품 획득 업무는 무기체계 뿐만 아니라 전력지원체계의 구매, 연구개발 또는 생산 등 제반 활동을 모두 포괄한다.
  따라서 획득 비리의 범주에는 앞서 살펴본 방위사업 비리를 기본적으로 포함하고, 추가로 국내·외 관련 이해관계자가 전력지원체계 관련 구매, 연구개발 또는 생산 등의 획득업무 과정에서 야기한 비리도 포함한다.
  예를 들어, 군납업체가 의도적으로 당초 계약과 달리 부실하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군수품을 납품하였거나, 수요자가 고의로 계약가를 정상가 대비 고가로 계약하여 업체가 부당이익을 취득하도록 하였거나 또는 특정 군납업체가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수요자와 공급자 간 결탁하는 등의 비리가 획득비리(즉, 군납비리)에 해당될 수 있다.

∷ 국방 비리

  국방 분야는 앞서 살펴본 무기체계 및 전력지원체계 관련 획득 업무 뿐만 아니라 정책 분야, 병무 분야, 인사 분야, 재정관리 분야 등 제반 업무를 포괄한다. 따라서 국방 비리는 앞서 살펴본 획득 비리뿐만 아니라 국방분야에 종사하는 관계자가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저지르는 제반 비리 또는 부패 행위를 총괄한다.
  따라서 국방 비리의 범주에는 기 제시된 군수품 획득 비리 뿐만 아니라 국방정책의 수립과 시행과정에서 발생되는 정책적 비리, 장병 징집·군 인사(진급심사 등)와 관련하여 발생되는 병무·인사 비리, 국방관련 각종 재정·자산의 운용 등과 관련된 재정 비리 및 운영 비리 등을 모두 포함한다.

[표 7] 국방분야 비리 범주별 포함관계

◆ 국방분야 비리 간 포함 관계와 구분 기준

  앞서 살펴본 다양한 비리관련 개념 간 포함관계를 살펴보면 방산(방위산업)비리 ⊂ 방위사업(방위력개선사업) 비리 ⊂ 획득비리(군납비리) ⊂ 국방비리의 관계가 성립된다. 즉, [표 7] 및 [그림 2]와 같이 국방분야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비리의 범주 중에서 방산(방위산업) 비리는 가장 범주가 작고, 국방비리의 범주가 가장 크다.

[그림 2] 국방분야 비리 범주별 포함관계

  따라서 병무·인사비리 등 군수품 획득과 관련이 없는 국방비리는 획득(또는 군납)비리의 범주에 해당되지 않고, 획득(군납) 비리 중에서도 전력지원체계와 관련된 비리는 방위사업 비리의 범주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리고 방위사업 비리의 범주 중에서도 방산업체(또는 협력업체)가 주도하여 방산물자의 개발·생산 등의 활동과 관련되어 발생된 비리라는 요건이 성립되어야 비로소 방산비리라고 명명하는 것이 적합하다.
  결국 방산비리의 범주가 획득(군납) 비리 또는 방위사업 비리를 포함하거나 또는 동등한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림 3]은 이와 같이 국방분야에서 발생되는 제반 비리사안별로 비리 범주를 구분하는 기준을 나타낸 것이다.

[그림 3] 국방분야 관련 비리 구분 기준

  한편, 본 기준에 따르면 무기체계를 개발, 생산하는 방산분야 종사업체가 횡령 또는 분식회계 등의 비리를 저지른 경우에는 방산물자의 개발·생산 활동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사안이기 때문에 방산비리의 범주에 해당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애당초 국방비리의 범주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금융회사가 회계를 조작하였다고 하더라도 해당 비리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당사자를 처벌해야 할 개별 업체의 비리일 뿐이지 ‘금융산업 비리’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 국내 개발 무기체계의 결함 사례에 관한 검토

  최근 K11 차기복합형 소총, K2 전차 파워팩, 수리온 헬기 등 국내 개발된 일부 무기체계에서 품질 불량 또는 성능미충족 등의 문제가 발생되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국내개발 실패 또는 개발된 품목의 성능미달이나 하자발생 등의 사안까지도 방산비리의 범주로 인식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하지만,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 등 타 국가에서도 무기체계 개발에 실패하거나 개발 완료 전·후 결함이 발생되어 당초 계획대비 개발기간·예산이 증가되는 사업도 계속 발생되지만 이를 비리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미국의 F-35 개발사업에서도 개발과정에서 S/W 결함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되어 전력화 기간이 계속 지연되었고, 초도양산(LRIP) 과정에서도 치명적인 엔진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된 바 있으나, 이에 대해 당사자를 처벌해야 하는 부패행위가 아닌 보완해야 하는 하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개발된 무기체계에서 발생되는 결함은 만약 해당 개발기관 또는 업체가 의도적으로(즉, 고의로) 개발실패를 초래한 것이 아니라면 방산비리의 범주에 포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근본적으로 무기체계 개발과정에서 각종 결함이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것은 국내 기술역량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높은 작전요구성능(ROC)을 가진 첨단 무기체계에 대하여 충분하지 않은 개발예산과 개발기간으로 한 번에 개발에 성공하도록 요구하는 현행 획득제도 상 미비점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실제로 지난 ’16년, ’17년 안보경영연구원이 국내 방산분야 종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국방과학기술역량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방산업계의 전반적인 기술역량은 세계 최고수준 대비 76~77%, 국과연(ADD)과 비교해서도 82~83%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기 때문에 해외 방산선진국도 쉽게 개발하기 어려운 첨단 무기체계를 국내업체가 제한된 예산과 개발기간 내에 단번에 개발하도록 현재의 획득제도를 유지할 경우 향후에도 성능미달·하자 등의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될 것으로 우려된다.

[표 8] 국내 방산업계의 전반적인 국방과학기술역량 수준 조사결과

  게다가, 정부 주도적이고 내수 중심적인 현 국내 방위산업이 향후 업체 주도적인 주력 수출산업으로 고도화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방산업체에 의한 무기체계 국내 개발이 활성화되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국내 개발된 무기체계의 결함을 마치 근절해야 할 방산비리로 간주할 경우 국내 방산업체는 국내 연구개발을 꺼려하게 되고 이로 인해 해외도입 증가 ➜ 방위산업 경쟁력 저하 ➜ 방산수출 감소 등으로 귀결되어 오히려 국익을 저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국내개발된 무기체계에서 결함이 발생되는 사례를 방산비리로 매도하기 보다는 오히려 국내 방산업계의 기술역량 향상을 위해 무기체계 개발이 진화적이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기 수립된 작전요구성능이 무기체계 개발과정에서 합리적이고 신축적으로 조정될 수 있도록 획득제도를 재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 방위산업 육성 관점으로의 인식전환 필요성

  지난 ’17년 안보경영연구원이 실시한 방산분야 종사업체에 대한 체감경기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방산업계는 단기(6개월 이후)·중기(2∼3년 이후)에는 현재 대비 더욱 방산경기가 악화(각각 평균 체감경기지수 단기 79.5, 중기 87.8)되고, 그나마 장기(5년 이후)에야 현재 수준(평균 체감경기지수 98.2)으로 거의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는 등 국내 방위산업의 장래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4] 국내 방산업계의 체감경기 전망(현재와 동일 = 100)

  이와 같은 인식 결과는 지난 2010년대 전후부터 추진되어 온 경쟁(주로 기술경쟁보다는 가격경쟁) 위주의 방산정책 기조와 함께 안으로는 내수물량 축소, 밖으로는 글로벌 방산시장에서의 경쟁 심화(특히, 중국 및 일본의 부상)로 인해 향후 방산업체의 경영 안정성이 저하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동안 방위사업 비리 또는 획득비리, 심지어는 국내개발된 무기체계 결함 사례에 대해서도 부적절하게 방산비리라는 명칭으로 발표되면서 방산업계 관계자들의 사기가 크게 저하되고 피로감이 누적된 결과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방위산업은 국가가 필요로 하는 무기체계를 개발·생산·정비하는 안보산업으로서의 중요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방산비리를 척결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고, 상시적으로 언론과 국민들로부터 집중적인 감시가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 동안 국내 방위산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해외로부터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방위사업과 관련된 비리 또는 연구개발 과정에서 발생된 하자나 시행착오도 관련자를 처벌해야 하는 방산비리로 간주되어 왔고, 그 결과 안보산업 관점에서 방위산업에 비리가 만연되어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과도하게 부각되면서 방산수출에 타격을 받는 등 수출산업으로서의 방위산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휴대폰, 자동차, 조선, 전자산업 등 그 동안 국내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을 견인하여 오던 기존 주력수출산업이 중국 등 타 공업국가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점차 성장과 고용창출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으로 방위산업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방위산업이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실제 비리 내용과 다르게 부적절하게 방산비리라는 명칭을 부여하는 것은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지난 ’17년 국내 방위산업에 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산출한 결과 [표 9]와 같이 생산유발효과는 투입 1원당 2.30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투입 1원당 0.63원, 취업유발효과는 최종 수요 십억 원 당 8.12명으로 산출되어 오히려 일반제조업 대비 더욱 높은 것으로 산출된 바 있다.

[표 9] 방위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 계수 산출 결과

◆ 방위산업 육성과 방산비리 해소를 위한 제도적 기반 조성 방안

  당초 방산비리를 척결하는 것은 국내 방위산업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목적이지 방위산업을 고사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방산비리를 사후에 적발하고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와 관련업체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제도적으로 방산비리가 재발되지 않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어, 방산원가비리는 방산물자의 실발생원가에 이윤을 추가하여 지급하는 현행 방산원가제도의 특성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정부의 원가산정 역량과 업무 기반을 강화하여 원가를 합리적으로 산정하고, 확정계약을 한 이후에는 원가를 재산정하지 않는 등 제도적으로 원가비리 발생요인을 원천 제거하고 방산업체가 자발적으로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개선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한편, 방산물자 및 관련 부품에 대한 시험성적서 위·변조 등의 비리는 전·평시 높은 신뢰성이 요구되는 무기체계 특성을 고려하면 반드시 척결되어야 할 방산비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난 ’14년 감사원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시험성적서 위·변조 비리에 대해 해당업체를 처벌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시험성적서 제출 기준을 명확히 하고, 시험성적서 발생 비용을 계약금액에 반영하는 한편 현실과 맞지 않는 국방규격(즉, 시험평가 기준)을 지속적으로 최신화하는 등의 제도개선 노력을 통해 해당 비리가 재발되지 않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 맺 는 말

  방위산업 관련 비리가 발생될 경우 이를 척결하는 것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비리를 사후에 적발하고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방산비리를 척결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현 정부는 방산비리 척결 이 외에도 첨단 무기체계에 대한 국방R&D 역량 확보 및 방산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방위산업을 육성’하여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임을 표명한 상황이다.
  이러한 국정 목표에도 불구하고 방산비리가 아닌 사안에 대해서 부적절하게 계속해서 방산비리로 부각되고, 기 발생된 방산비리에 대해 사후 처벌 위주로만 접근할 경우 오히려 방산분야에 종사하는 업체의 사기와 투자 여력이 저하되고 방산수출 확대도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우수한 역량을 보유한 민간업체가 방산분야에 진입하는 것을 꺼려하여 국내 방위산업 기반이 약화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그 결과 정부가 당초 의도한 바와 달리 방위산업이 국가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을 견인할 수 있는 수출산업으로 육성되는 것은 그 만큼 더디게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선 방산비리의 범주를 명확하게 분류하여 방산비리인 것과 방산비리가 아닌 것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방산비리가 왜 발생되는지 근본적인 관점에서 진단하여 제도 개선을 통해 더 이상 해당 방산비리가 재발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방위산업은 향후에도 국가안보산업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국내 경제발전과 고용창출을 견인하는 산업으로 지속적으로 발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