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국방과 기술

진화적 ROC 적용 보장을 통한 획득체계의 혁신

  작성자: 김영후
조회: 2945 추천: 1 글자크기
1 0

작성일: 2018-03-09 18:35:46

진화적 ROC 적용 보장을 통한 획득체계의 혁신



김영후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무기체계는 초도 개발 제품부터 100% 완벽할 수 없다. 전투기 중 현재 가장 완벽하다는 미국 F-35 전투기도 초도생산단계에서 엔진에 화재가 발생했다. UH-60 헬기도 전력화 이후 5년이 지나서야 체계결빙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 통상 개발된 첨단 무기체계는 시험평가를 거쳐 야전부대가 전력화한 이후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예산도 절감하면서 적시에 전력화하는데 유리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외국사례와는 달리 우리 군은 세계 최고수준의 작전요구성능ROC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를 목표로 한 무기체계를 요구하다 보니 연구개발이 지연되고 전력화에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제 우리 군도 무기획득체계를 혁신적으로 바꾸어 모두가 Win-Win하는 시스템으로 바꾸어야 한다. 마침 국방부 장관도 취임 직후 7대 국방개혁과제에 방위산업 및 국방획득체계 개선을 포함시켰다. 필자는 지금이 획득체계 개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이라는 판단에서 진화적 ROC를 적용한 전투력 발전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무기체계의 진화적 개발의 필요성과 개념을 알아본다. 둘째, 최고수준의 ROC를 추구하다 전력화 실패 또는 지연된 한국의 사례와 이와 반대로 선진국의 성공적인 사례를 비교하여 본다. 셋째, 우리가 현재 적용하고 있는 점진적 ROC 적용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향후 개선할 방향을 제시하기로 한다.




• 무기체계의 진화적 개발의 필요성과 개념


  최근 군에서 요구하는 무기체계의 성능이 복잡해지고 고도화되면서 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고 있으며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그 만큼 연구개발 실패의 위험성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무기체계의 기획단계부터 연구개발, 양산 등 계획단계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무기체계 개발의 특성상,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도중에 무기체계에 적용되는 기술들이 진부화되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현행 무기체계 개발이 군에서 요구하는 작전요구성능(이하 ‘ROC’)을 충족하는 무기체계를 한 번의 연구개발을 통해 일괄적으로 확보하는 일괄 개발 방식으로 추진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첨단무기체계 개발에 있어서 일괄 개발이 가지는 개발 실패의 위험이나 적용 기술의 진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진화적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진화적 ROC 적용개발이란 최신기술이 적용된 무기체계를 군에서 신속히 전력화하여 운용할 수 있도록 사업 초기단계에는 현재의 기술수준에서 개발 가능한 수준, 즉 군의 최종 목표성능에는 미흡하지만 제한된 성능을 제공하는 수준의 무기체계를 개발하여 전력화함으로써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고, 이후 군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최종 목표성능을 충족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무기체계의 기능과 성능, 형상을 개선해 나가는 개발 방식으로 조기 전력화와 국방예산 절감의 장점이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최신기술이 적용된 첨단 무기체계를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진화적 개발을 통한 무기체계 연구개발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방위사업법이나 방위사업관리규정 등에서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진화적 개발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명시하고 있으나 적용방안이나 절차에 대한 구체화가 미흡하여 실질적으로 이를 시행할 만한 여건이 아직까지 미흡한 상황이다.




• 한국과 외국 사례 비교



◆ 한국의 사례


  우리 군이 추진했던 무기체계 개발사업 중 처음부터 세계 최고수준의 ROC를 추구했다 실패한 사례가 현재 10년 이상 표류하고 있는 차기전술교량 개발사업이다.





[사진 1] 2003년 합동참모본부의 요청에 따라 추진됐던 차기전술교량사업은 전시 교량피해 예상범위를 토대로 교량길이 ROC를 세계에서 가장 긴 60m로 설정했다. 선행연구결과를 바탕으로 2007년 현대로템이 개발업체로 선정되었고, 2011년부터 2013년 6월까지 진행된 6차례 시험평가에서 결함이 발생해 모두 교량설치에 실패했다. 이후 사업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국내 유일의 전차 제작사인 현대로템은 회사 자체 예산까지 투자해 당시 세계 최고 수준(55m)에 근접한 53m급 교량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군 목표치인 60m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사업은 실패로 귀결됐다. 우리 군이 작전하는 데는 사실 50m 수준의 ROC도 큰 무리가 없었다. 만약 군이 목표치를 낮췄다면 개발 성공은 물론 적기에 전력화를 한 후 운용과정에서 성능을 더 개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방산 전문가들은 안타까워한다.
  두 번째로 전력화가 장기간 지연된 사례는 ‘비호’사업이다. 이 사업은 적 항공기의 기습에 대비하여 확고한 저고도 방공망을 구축하기 위하여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으로 30mm 쌍열 자주대공포 획득사업이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1981년 사업승인을 받은 후 많은 연구인력과 개발비를 투자해 1992년에 개발을 완료하였으나, 1993년 초도양산 단계에서 장갑두께, 속력 등 ROC에 미달하자 사업이 유보되었다. 이후 추가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개선과정을 거친 후 2004년에 이르러서야 1차 양산이 이루어져 전력화까지 총 23년이 걸렸다. 만약 1993년 초도양산 이후 최소 필요량을 우선 전력화하고 추가사업으로 나머지 물량을 추진했을 경우 예산은 절감하면서 일정 기간 후에 ROC를 만족하는 무기를 획득하고 결과적으로는 조기 전력화할 수 있었던 아쉬운 점이 많은 대표적 사례이다.





[사진 2] 30mm 자주대공포 ‘비호’



◆ 성공한 사례


  한국의 사례와는 반대로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무기체계 소요기획 단계로부터 ROC를 유연화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지속 보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무기체계 전력화 이후 3~5년 동안 제품 사용실적을 검토하여 성능개량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미국은 양산단계에 개발비용을 포함시켜 양산 이후 무기체계의 지속적인 성능개량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미 국방성은 무기체계 개발 단계에서 민간의 첨단기술들을 식별하여 무기체계에 적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초기단계 ROC가 설정되면 수년이 지나 신기술·신공법이 나와도 여전히 이를 활용할 수 없는 경직된 연구개발 제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국방 연구개발 시스템에 커다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미국의 LRIP(Low-Rate Initial Production/저비율 초도 생산) 제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무기체계를 양산하는 과정에서 LRIP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미 국방성의 시스템엔지니어링관련 획득프로세스에 따라 F-35A 라이트닝Ⅱ, P-8 포세이돈 대잠초계기를 비롯하여 과거 F-14D 슈퍼 톰캣, MH-53E 씨 드래곤 헬리콥터, C-17 글로브마스터, T-45A 훈련기 등 여러 무기체계 프로그램에 적용되어 안정화 단계를 충분하게 거치면서 ROC를 확인하고 대량 생산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ROC 충족과 국방예산 절감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사진 3] F-35A 라이트닝Ⅱ가 ’15년 3월 16일 이탈리아 카메리 생산공장(FACO)에서 출고 되고 있다. AL-1으로 명명된 이 전투기는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된 첫번째 사례다. 저율초도생산(LRIP)방식으로 생산되는 F-35는 초기에는 적은 양만 생산하고 결함이나 수정사항이 발견되면 다음 단계 설계와 제작에 반영해 생산량을 늘려가는 시스템이다.



  이스라엘의 Iron Dome 개발 사례 역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은 2006년 제2차 레바논 전쟁시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응하기 위하여 2007년 12월부터 Iron Dome 개발을 착수하여 최종 목표 대비 70%의 시험결과를 가지고 2011년 실전 배치하였다. 그 후 2년 동안 성능개량을 하여 요격율을 95%까지 향상시킴으로써 하마스가 발사한 3,500여 발의 로켓 대부분을 요격하여 로켓에 의한 사망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 현재 우리의 ROC 적용방법과 개선방향


  그 동안 많은 방산인들이 우리 군의 무기체계 획득과정에서 진화적 ROC 적용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 국방부에서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여 2017년 6월 5일 국방전력발전업무 훈령을 개정하여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장기소요 결정시 작전운용능력을 제시하고, 중기전환시 ROC 설정을 하며, 탐색개발 결과를 반영하여 ROC 결정을 하는 3단계로 진화적 개발 단계를 정립하였다.





[그림 1] ROC 결정단계



  이에 따라 ’17년 6월 21일 방위사업법 시행규칙의 ROC 수정요청 경우를 3개 조항에서 7개 조항으로 확대하여 무기체계 개발을 담당하는 방위사업청에서도 ROC 수정을 건의할 수 있도록 방위사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하였다.
  즉 종전에는 방위사업청장은 ➊ 소요 재원의 절감 또는 방산업체 등의 경쟁이 필요한 경우, ➋ ROC를 진화적으로 향상시키는 방안이 무기체계의 소요에 반영되는 경우와 ➌ 민원 등으로 사업의 계획변경이 필요한 경우에 ROC 수정을 요청할 수 있었다. 현재 시행규칙은 기존의 ROC 수정요청 가능사유에 선행연구결과, 탐색개발결과, 체계개발의 설계검토 및 시험평가 등 4개 조항을 추가하였다.
  그러나 국방전력발전업무 훈령과 방위사업법 시행규칙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진화적 ROC의 적용에 문제점이 있어 현실성이 부족하다.
  즉 현재 방위사업법 시행령과 국방전력발전업무 훈령은 무기체계 진화적 개발을 임의조항으로 명시하고 있어 국내에서는 진화적 개발이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임의조항을 필수조항으로 변경하여 구체적인 계획수립을 위하여 소요제기시 최초 전력화 ROC와 차후 성능개량 ROC로 구분하여 작성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각군과 합참에서는 소요결정시 최초 전력화와 차후 성능개량으로 구분하여 단계화된 ROC를 결정하고, 방위사업청은 선행연구시 최초 ROC와 차후 성능개량 ROC의 진화적 개발전략을 검토하여야 한다. 이상의 내용을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방위사업법 시행령 개정방안을 제시하면 [표 1]과 같다.





[표 1] 방위사업법 시행령 개정방안



  또한 현재 방위사업법 시행령 및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에는 방산업체의 적정가동률 및 생산능력, 주계약업체의 의견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이 또한 임의조항으로써 실질적으로 업체의 가동률, 생산능력, 의견의 반영이 미흡한 실정이다. 방위사업법 시행령 및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에 명시되어 있는 방산업체 적정가동률 및 생산능력, 주계약업체의 의견 검토를 의무화하여 ROC 결정 및 수정시에 반영하여야 한다. 즉 주계약업체의 의견 검토를 위해 진화적 무기체계 개발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공개가 먼저 이루어진다면, 업체에서도 제안서 작성시 현재 기술수준을 반영한 진화적 개발방식으로 단계화하여 제안서를 작성·제출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개선 발전시켜야 할 분야는 우선 소요군의 ‘대량·일괄·편제위주 소요제기’ 방식이다.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초기 ROC 결정안에 따라 제한된 수량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IT분야 발전속도 및 SW 개량 등을 고려하여 수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소량 단계별 소요제기’ 방식으로 전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에 추가하여 소요기획 단계부터 군이 요구한 내수형 모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수출가능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수출가능성이 더욱 증대될 수 있는 대안을 비교·분석하여 만약 타당성이 있다면 기존 내수형 ROC 및 기술적·부수적 성능 등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수출을 고려한 국방연구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또 다른 대안으로 내수형 모델을 체계개발하는 과정에서 해외시장 동향과 구매국 요구사항 등을 분석하여 업체 스스로 수출형 모델을 병행하여 개발하고, 이를 위해 정부는 선행연구 및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수립할 때 수출형 모델을 병행개발하는 것을 지원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실제 탐색 및 체계개발 과정에서 주관업체가 수출형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 맺 는 말


  100점짜리 무기뿐 아니라 80~90점짜리 무기도 우선 사용하면서 점진적인 성능개량을 거쳐 최종적으로 최첨단 무기를 확보한다는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 ROC 기준이 무기체계 개발시점과 개발이 완료되는 시점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융통성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융통성을 발휘하여 우리 군은 연구개발 과정에서 기술의 발전으로 개발중인 무기체계가 진부화될 수 있는 문제점도 예방할 수 있고 적시적인 전력화로 군사대비태세를 향상시킬 수 있으면서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체계개발 과정에서 해외시장 동향과 구매 가능성이 있는 국가의 요구사항 등을 반영하여 맞춤형으로 제작함으로써 수출 가능성을 증대할 수 있는 1석 3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이를 보장할 수 있는 전제조건으로 바로 방위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ROC를 진화적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필수적으로 검토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미지

사진 0.jpg

댓글 1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