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 대륙에서 벌어진 마지막 전쟁, 가장 많은 미국인이 희생된 전쟁, 근대적 의미에서의 총력전 개념이 처음으로 나타난 전쟁. 미국 남북전쟁을 꾸미는 수식어는 꽤 다양하다. 한국에서는 링컨의 노예해방으로 간단하게 알려진 편이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영화 시빌 워 등에서 드러나듯이 선악 구도가 아닌 내전의 개념으로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전쟁이다.

 

 

미국 남북전쟁을 다룬 가벼운 고전 게임

전쟁사적 측면에서도 잠수함의 등장, 샤프슈터 부대의 운용 등 중요한 전술의 변화가 일어난 전쟁이기도 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처럼 남북전쟁을 다룬 많은 대중문화 콘텐츠들이 존재하는데, 게임 중에서는 의외로 굉장히 단순하고 가벼운 고전 게임인 ‘노스 앤 사우스(North & South, 1989)’가 남북전쟁을 다룬 게임 중 상당한 수작으로 꼽힌다. 요즘 디지털카메라의 사진 한 장 정도 분량인 360KB 디스켓 한 장에 담은 남북전쟁에 대한 묘사는 지금 다시 봐도 놀라운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노스 앤 사우스’에서 남군과 북군은 미합중국 전역의 통일을 위한 전쟁을 벌인다. 전략지도에서는 각 부대를 주 단위로 움직이고, 서로의 부대가 만나면 전술지도로 장면을 바꿔 포병·기병·보병이 전투를 펼친다. 개별 유닛을 액션게임처럼 조종하면서도 각 병과 간의 물고 물리는 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나 개성 있는 플레이로서의 재미가 상당하다. 또 부대를 묶어 출전하면 최대 3개의 부대가 연합해 나름 대규모 회전을 펼치기도 하는 등 전쟁게임으로서 갖출 것을 다 충족시킨다.



자원 생산과 병력의 근원 ‘철도를 탈취하라’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부분은 생산을 다룬 게임의 방식이다. ‘스타크래프트(Star craft)’에서 일꾼의 자원 채취, ‘클래시 로열(Clash Royale)’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축적되는 엘릭서와 같이 자원의 수집과 효율적 활용은 전략 게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노스 앤 사우스’는 그 자원의 생산과 병력으로의 전환을 철도라는 개념을 통해 다룬다.

게임 속의 미국에는 총 5개의 철도역이 있고, 각각의 역을 오가는 철도선이 존재한다. 두 개 이상의 철도역을 점령하게 되면 매 턴마다 철도가 움직이고, 도착한 역의 창고에 돈이 쌓인다. 역 창고에 쌓인 돈이 군대로 바뀌는 것이 ‘노스 앤 사우스’의 생산 구조다.

철도가 생산의 주력이라는 게임의 논리는 실제 미국 남북전쟁이 철도를 통해 벌어진 총력전의 시초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설득력 있는 묘사가 된다. 개전 초기에는 남군이 유리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북군에게 전세가 유리해진 배경에는 철도가 있었다. 북군의 총 철도연장은 2만2000마일로 남군의 8000마일에 비해 압도적이었고, 철도를 통해 빠른 원자재 수급을 통한 전쟁물자의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완성된 물자는 인력과 함께 고속으로 전장에 투입되면서 북군은 밀리던 전세를 서서히 뒤집을 수 있었다.

단순 생산력을 넘어 전쟁 단계에 이르면 철도는 더욱 중요한 전략자원으로 기능하기 시작한다. 냉병기(冷兵器 창과 활 같은 무기) 시대와 달리 화기 중심의 현대전에서는 탄약으로 대표되는 무기의 소모량이 과거와 비할 수 없이 늘어나고, 전쟁의 지속을 위해서는 그만큼의 빠른 보급이 절실해지기 때문이다. 보급의 문제를 떠나서도 갈수록 대량으로 발생하는 인적 피해의 빠른 보충 또한 철도망을 통한 충원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대 총력전의 핵심요소로 철도는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