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미국의 대중국 군사전략 발전을 촉진시키고 있다. 최근까지 미국의 공식적인 대중 군사전략 또는 전략개념은 ‘공해전투(Air-Sea Battle Concept)’였다. 그러나 올 초 미 국방부는 이 명칭을 공식 폐기하고 새로운 명칭인 ‘국제공역에서의 접근과 기동을 위한 합동 개념(Joint Concept for Access and Maneuver in the Global Commons, JAM-GC)’을 사용하기로 했다.

　미 국방부는 올해 1월 내부 문서를 통해 ‘공해전투’라는 명칭을 공식 폐기하고 이를 ‘국제 공역에서의 접근과 기동을 위한 합동 개념’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미 해군뉴스(USNI News)를 비롯한 국방 관련 매체들이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명칭 변경이 공해전투 개념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그동안 이루어져 온 발전을 반영해 수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지상전력의 역할을 새롭게 도입해 진정한 의미의 합동성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미 국방부는 이와 함께 국방부 조직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 공해전투 개념 발전을 전담하던 공해전투실도 합참 내의 기존 기획부서로 통합 운영하고 올가을까지 새로운 개념을 구체화한 문서도 발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군사전략의 방향과 내용에도 일정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공해전투는 해상과 공중의 합동작전을 강화해 군사적 능력의 승수적 확대를 추구하는 군사전략이다. 과거 냉전 시절 유럽에서 나토군이 바르샤바조약군을 상대하기 위해 지상과 공중 전력을 동원한 공지전투 개념을 강조한 예에서 착안해 공해전투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이번에 접근과 기동을 강조한 새로운 개념은 육·해·공군의 합동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공해전투 개념을 안출한 것은 2000년대 초 중국의 군사 대국화가 초래할 위험을 인식하면서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02년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 때문에 미 국방부가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이다. 

　미국은 중국군의 군사전략을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으로 규정해왔다. 중국 인근 지역에서 분쟁 발생 시 항모전단을 포함한 미군 전력의 접근을 차단하고(반접근), 진입한 전력의 효과적 기동을 방해하는(지역거부) 전략을 의미한다. 전 세계에 걸쳐 있는 미국의 동맹체계가 효과적 군사력 투입 능력과 이를 통한 안보 제공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위협에 대응해 2009년 당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미국의 군사력 투사 능력을 보장하고 공해·심해저·우주공간 등 모든 국가에 공동 이용이 개방된 ‘국제공역(Global Commons)’에서 행동의 자유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미 국방부가 2010년 발간한 4년 주기 국방검토보고서(QDR)는 공군과 해군의 협력 하에 새로운 합동 공해전투 개념이 발전되고 있음을 선언했다. 

이어 2011년 11월에는 군 내부에 합동작전접근개념(Joint Operational Access Concept: JOAC)이라는 문서가 회람됐는데, 마틴 뎀시 미 합참의장은 이것이 ‘반접근·지역거부 위협 하 미군의 작전 방식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공해전투 개념은 공식적으로 제시된 이후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아 왔다. 공해전투는 기본적으로 공군과 해군의 합동작전을 통해 전쟁 초기부터 중국 내에 존재하는 반접근·지역거부 전력들을 파괴하도록 돼있는데, 이 과정에서 전쟁이 전략적 수준으로 급격히 악화되고, 극단적인 경우 핵전쟁으로 비화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이 강조해 온 전 영역 간 시너지 효과에도 불구하고 개발 과정에서부터 핵심 과업까지, 육군과 해병대, 특수전 부대와 같은 지상군의 역할이 배제돼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공해전투 개념에 입각한 중국 본토 공격 개념도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포기할 경우 중국의 군사력 사용에 대한 억제력이 약화될 뿐 아니라, 중국이 방어에 투자할 비용을 공격에 투입하도록 하고, 미국은 다시 방어에 투자하게 돼 중장기적 군비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이 판단하는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의 최대 취약점은 중국이 여전히 이동하는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남중국해 인공섬에 활주로가 건설되고 정찰기가 운영될 경우 이러한 취약점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미중 간 군사력 균형에 적지 않은 변화를 초래할 잠재력을 내포한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미국의 민감한 반응은 이러한 군사전략적 맥락에서도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설인효 정치학 박사·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공해전투 개념을 창안하고 발전시킨 사람은 지난 42년간 미 국방부 내 총괄평가실(Office of Net Assessment)을 이끈 앤드루 마셜이다. 

   올해 1월 실장직을 사임한 마셜은 1973년 기관 창설과 함께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의해 선임된 이래, 최근까지 모든 대통령에게 신임을 받으며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미국의 군사전략을 수립해 왔다. 이에 따라 그는 영화 스타워즈 주인공들의 정신적 스승을 빗대 ‘국방부의 요다’로 불렸다.

　마셜은 특히 냉전 후기부터 탈냉전 초기 동안 미 국방의 화두였던 ‘군사혁신(RMA)’ 개념을 창안하고 정초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장거리 정밀타격의 군사전략적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미국 군사전략 전반에 성공적으로 적용시켰으며 그 영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마셜은 또 탈냉전 초기부터 중국이 미국을 위협할 동급의 경쟁자로 부상할 것을 예견하고 중국에 대항할 전략을 지난 20여 년간 연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가 바로 공해전투인 셈이다.

　그는 현재 미 국방전략과 정책 수립에 기여하고 있는 수많은 제자들을 배출해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