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적 능력·반응 속도 배가… 우세한 공중전 가능
데이터 고속 전송·케이블 간소화… F-35도 도입 못한 기술
지난달 일 기업과 단독 계약 체결…전투기 기술 독립 추구
지속적 성능 향상해 ‘전투기 군사기술 우위 지속’ 속셈 내비춰

 

일본의 차기 스텔스 전투기는 미국과 일본이 F-16 전투기를 기반으로 생산한 F-2 전투기를 대체할 예정이다. 사진은 항공자위대의 F-2 전투기. 사진=일본 항공자위대

2030년대 중반 실전 배치될 일본의 차기 스텔스 전투기는 스텔스 성능과 집단 공격 전술 능력(본지 2020년 7월 27일 보도) 이외에도 광신호 제어(Fly By Light) 방식을 채용한다. 이런 첨단 기술들은 공대공 전투에서 다른 전투기보다 우위에 서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 일본은 전투기 군사기술의 우위를 지속하려는 속셈으로 전투기의 국내 생산을 고집하고 있다.


일본의 차기 전투기는 현재의 대부분 전투기들이 사용하는 항공기 조종 장치로 전기신호 제어(Fly By Wire) 방식 대신 광신호 제어 방식을 갖추게 된다. 광신호 제어 방식은 조종석의 조종간이나 사이드스틱, 페달의 움직임을 컴퓨터에 전달하는 와이어(전선)를 광섬유로 대체한 것이 주요 특징이다. 항공기 제어 방식의 변경은 전자전 능력 향상과 연관된다. 일본 방위성은 공개한 차기 전투기의 요구 성능에서 스텔스 성능, 타 무기와의 네트워킹 등과 더불어 여러 가지 방해를 받더라도 작전을 계속할 수 있는 전자전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광신호 제어 방식은 도선 부분에서 전자전 공격의 전자펄스에 의해 영향을 받는 약점을 근본적으로 제거한다. 전기신호 제어 방식은 조종석의 조작을 전기적인 신호로 바꾸어 도선으로 보낸다. 그러나 광신호 제어 방식은 조종사의 조종 정보를 광신호로 전달하며, 도선도 광섬유 케이블을 사용한다. 이후 광학적 센서를 통해 입력신호를 받은 컴퓨터에 의해 항공기가 제어된다.

이에 따라 광신호 제어 방식은 전기신호 또는 구리선보다 전자파, 번개, 정전기, 핵무기의 영향과 같은 전자 간섭에 강한 특성이 있다.

광섬유에 의해 많은 데이터를 고속으로 전송할 수 있어 복잡한 제어 처리와 반응의 고속화를 가능케 하는 것도 장점이다. 이것은 전투기의 움직임을 보다 신속하게 이어지도록 하고 소형이며 경량화를 추구할 수 있다. 구리선은 각 전선에 하나의 신호만 전달할 수 있어 만약 단일 시스템에 3개의 신호가 필요하다면 3개의 구리선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항공기는 구리선 다발을 실어야 하며, 이것은 비행기의 정비 보수에도 많은 시간과 인력의 소요를 요구한다. 하지만 광신호 전송은 하나의 광섬유 케이블에 다수의 신호를 보낼 수 있어서 케이블을 줄일 수 있다.

전기신호 제어 방식도 오늘날 이용 가능한 최고의 방식인 것은 틀림없다. 상용기 중 보잉767, 보잉777과 A310, A320 등 최신 여객기는 컴퓨터에 의해 전자적으로 제어되는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방식은 이전 방식과 달리 케이블과 도르래 등 조종장치와 기계적으로 연결하는 구조물 등을 없앨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무게 감소를 달성한 혁신적인 방식이다.

광신호 제어 방식은 전기신호 제어 방식보다 한 단계 진화한 비행 조종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방식은 1990년대 이후 선진국에서 계속되는 시험과 연구를 통해 서서히 진척돼 왔고 일본은 세계 최초로 2013년 가와사키 중공업이 제작해 대량 생산에 들어간 P-1 해상초계기에 이 방식을 적용했다. 일본은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인 F-35에도 도입되지 않은 이 방식을 차기 전투기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을 이미 완료했을 뿐만 아니라 실전 운용의 경험까지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전투기 군사기술이 이미 상당 부분에서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는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지난달 31일 차기 전투기 개발과 관련해 일본 기업 1개사와 단독 계약을 체결해 차기 전투기 개발을 총괄하는 방식을 채택해 자민당 등에 보고했다고 한다. 대상 일본기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침략 공격에 사용됐던 일명 ‘제로센’을 제작한 미쓰비시중공업이 유력하다. 이에 대해 일본은 일본의 국내 항공 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것은 표면적인 설명에 불과하다.

일본이 단독 업체에 개발 책임을 부여한 것은 차기 전투기의 개발을 일본이 주도하며 전투기 기술의 완전한 지적소유권을 갖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일본은 전투기를 해외에서 직도입하거나 공동 개발을 통해 조달했다. 미·일 공동 개발을 내건 F-2 전투기도 조립은 미쓰비시중공업이 담당했지만, 엔진은 미 제너럴 일렉트릭(GE)제였다. 그 결과 군사기술의 발달에 따른 전투기의 성능 개량을 하려면, 주로 미국 기업이었던 기술 원소유자의 허가를 얻어야만 가능했다.

최근 미국에서 도입을 시작한 F-35에 대해서는 정비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어 일본의 전투기 기술 축적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차기 전투기 개발과 관련해 미 록히드마틴에게서 세계 최고의 전투기인 F-22와 F-35의 장점만을 선택하는 모델을 제안받았지만, 단번에 거절하고 주도적 개발의 길을 선택했다. 단지 미국과는 상호운용성 시스템을 구축하고, 영국과는 엔진 개발에서 협력할 것이라는 방침이다. 일본은 차기 전투기 단계에서는 전투기 기술과 제작의 완전 독립을 꿈꾸고 있다.

일본이 전투기 기술 분야에서 독립하게 되면 차기 전투기의 요구조건 가운데 하나로 내세운, 필요시 수시로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자유도’의 확보가 가능해진다. 일본은 차기 전투기를 개발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능을 향상해 동북아 최고의 전투기 지위를 유지하려는 속셈이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와중이어서 일본은 무인기의 발전을 눈여겨보고 있다. 2016년 일본 방위장비청이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자율비행 수준의 무인기는 10년 후(2026년경)에 탄도미사일 탐색기, 20년 후(2036년경)에 유인기와 네트워킹을 이루어 공중전투 등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무인기와 네트워킹을 하려면 성능 개량이 필수적이다.

또 지향성 에너지 무기의 발전도 감안하고 있다. 2010년대부터 방위장비청은 지향성 에너지 무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해오고 있다. 2030년대에 이르러 지향성 에너지 무기 가운데 고출력 마이크로파는 조사 기술의 발전에 따른 빔의 효율화에 의해 동시에 여러 목표에 대한 대처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레이저 무기도 2030년대에는 수백 KW를 출력할 수 있어서 다가오는 전투기, 미사일 등은 물론 고속으로 비상하는 목표를 정밀 추적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지향성 에너지 무기를 차기 전투기에 장착하는 것이 장차 당연히 고려될 사항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차기 전투기는 한 대당 200억 엔(약 2200억 원)을 초과하는 고비용 항공기다. 이 때문에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라도 미국 또는 영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주문이 있다. 그렇지만, 일본은 차기 전투기를 자위대의 장차 중추 전력으로 인식하고 지난 2010년부터 꾸준히 관련 첨단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