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의 활약은 언제나 호기심과 선망의 대상이다. 최정예 부대, 최고의 장비와 인력을 통한 강한 전투력뿐 아니라 그 활동이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는 점 또한 특수부대의 로망을 자극한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어느 나라의 어느 특수부대가 최강이냐는 논쟁도 심심찮게 벌어지곤 한다.


최초의 대세 밀리터리 FPS

FPS(1인칭 슈팅게임). 플레이어가 직접 주인공 캐릭터의 시점에서 무기를 조준, 발사해 적을 쓰러뜨리는 장르의 게임은 당연히도 밀리터리 액션과 연계될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의외로 FPS의 초창기에는 정통 밀리터리 액션이 대세는 아니었다.

초창기의 FPS는 이른바 ‘하이퍼 FPS’라고 불리는 게임들의 전성기였다. 현대 FPS의 기초를 쌓아 올린 ‘둠’도 SF적 상상력을 기초로 해 만들어졌고, 이후 이 장르의 대표작들은 ‘퀘이크’, ‘언리얼’ 시리즈같이 빠르고 기상천외한 움직임과 미래적 상상력을 동원한 게임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 본격적으로 밀리터리 기반의 전술 FPS를 표방하고 나온 게임은 하이퍼 FPS에 비해 다소 정적인 게임 환경을 차별화하기 위해 특수부대라는 주제를 내세웠다. 1998년 PC게임으로 첫선을 보인 이래 지금까지도 매 시리즈마다 높은 인기를 구가해 온 밀리터리 FPS, ‘레인보우 식스’가 그 주인공이다.



톰 클랜시의 빛나는 ‘밀덕’스러움

지금은 당연해 보이는 많은 것이 레인보우 식스 1편의 유산이라는 점은 이 게임 시리즈의 발전이 밀리터리 FPS의 한 축을 밀어왔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대표적인 것이 플레이어 캐릭터가 이동할 때 크로스헤어라고 불리는 화면 중앙의 조준점이 벌어지면서 탄착군이 흐트러지는 점이다. 하이퍼 점프, 고속 이동 같은 SF적 요소가 배제된 채 좀 더 현실적인 총격전을 재현해내는 데 중점을 둔 레인보우 식스의 당시 인기는 상당했고 한국의 경우 PC방 플레이에서 ‘스타크래프트’ 외의 종목으로 단연 첫손에 꼽히는 게임이기도 했다.

두터운 밀리터리 측면을 만들기 위해 게임은 군사소설의 거장인 톰 클랜시의 소설 『레인보우 식스』를 원작으로 삼아 개발됐다. 국적을 초월한 범세계적 특수부대 연합체인 ‘레인보우’ 팀과 그 팀의 리더인 ‘식스’를 중심으로 테러단체와의 격전을 다룬 원작소설의 설정에서 게임의 상당 부분을 가져왔다.

실제 소설에서 이뤄지는 작전들은 게임 안에서 전술 설정을 통해 반영됐다. 1인칭 게임이라고 해서 플레이어 캐릭터 혼자 이른바 ‘무쌍(無雙)’을 찍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팀원들에게 적절한 장비를 지급하고 주요 포인트에서의 행동과 작전을 지정한 뒤 플레이어가 함께 돌입해 작전을 펼치는 방식이었다. 본 게임 돌입 전, 투입될 전장의 평면도 위에 대원을 배치하고 행동을 설정하는 작전술의 재미도 레인보우 식스의 빼놓기 어려운 특징이었다.

밀리터리 FPS의 붐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레인보우 식스였지만, 당대의 게임들에 익숙해진 이들이 다시금 90년대의 게임을 해본다면 여러 모로 갑갑하고 불편한 부분이 없지 않다. 대원들을 배치한다고는 했지만 인공지능은 무척 버벅거려 작전에 걸림돌이 되기 일쑤고, 여러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는 했지만 1인칭 시점 화면에 자신의 총기가 전혀 나오지 않는 등의 문제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