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간 폐쇄됐던 ‘DMZ생태공원’
원시 생태계 방문객 탐방코스 개발
가마우지·고니 등 희귀 동식물
생태계 연구 소중한 자산 실감 


안보 명소로 각광받는 강원도 철원군에는 2곳의 ‘DMZ 전망대’가 있다. 첫 번째가 철원의 서쪽에 위치한 철원평화전망대고, 두 번째가 철원 동쪽 끝에 위치한 승리전망대다. 평화전망대가 인근에 명소(제2땅굴, 월정리역, 노동당사, 고석정 등)가 즐비한 대표적인 전망대라면, 승리전망대는 주변 자연경관이 돋보이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알짜(?) 전망대다. 천혜의 자연과 문화, 그리고 6·25전쟁의 상흔이 깊게 배어 있는 승리전망대로 안보여행을 떠나 보자. 글=정호영/사진=조용학 기자

육군15사단의 승리전망대

강원도 철원군은 6·25전쟁 당시 곳곳에서 격전이 벌어졌던 안보고장이다. 비옥한 철원평야를 차지하기 위해 남과 북이 휴전되는 당일까지 총부리를 겨누어야 했던 분단의 상처가 곳곳에 남아 있다.

155마일 전 전선에서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오늘날, 이곳 철원군에만 3개 사단이 최전방에서 경계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철원군이 안보요충지임을 웅변한다. 이 중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DMZ 전망대’를 운영하는 곳은 육군6사단의 평화전망대와 육군15사단의 승리전망대다.

철원 동쪽 끝에 위치한 승리전망대로 가기 위해선 철원군 근남면에 위치한 매표소(문의 033-450-5900)로 이동해야 한다. 안보견학 출발시간은 매일(화요일 휴무) 9시30분, 10시30분, 11시30분, 13시30분, 15시30분, 16시30분 등 6회다. 매표소에서 견학신청서를 작성(당일접수)한 후 이용요금(1인당 2000원)을 내고 문화관광해설사의 인솔하에 개인차량으로 이동하는 것이 기본 코스다. 기자는 11시30분에 출발했다. 소요시간은 왕복 1시간이었다.

승리전망대로 가는 길은 철원 서쪽의 평화전망대와는 또 달랐다. 철원군과 화천군 경계지역인 만큼 산세가 좀 더 험하면서 검문소의 장병들 표정 또한 전방의 긴장감이 역력했다. 전망대에는 기자 일행을 포함해 모두 5명의 일반인들이 참가했다. 전망대에 도착하자 또 다른 방문객들로 북적거렸다. 서울 관악구의 성보중학교 학생들이 이곳으로 안보견학을 온 것이다.

전망대 전방으로 천혜의 청정지역인 비무장지대(DMZ) 산야가 한눈에 들어왔다. 전망대에서 근무하는 현지 초병이 이 지역 일대에 대한 지형 설명을 했다.

“저기 보이는 비무장지대 북녘 땅까지는 전망대에서 1.8㎞이며 정면 좌측으로 보이는 능선이 바로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저격능선이며, 그 뒤가 바로 오성산입니다. 또한 우측으로 70㎞ 떨어진 곳에 금강산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현지 초병의 설명이 끝난 뒤 전망대 방문객들은 전방의 비무장지대를 바라보며 삼삼오오 놀람과 감탄을 쏟아냈다. 기자는 한눈에 조망되는 비무장지대를 보자 온갖 상념이 교차했다. 특히 전사 속에 단골손님처럼 거론되던 저격능선이 눈앞에 펼쳐지자 가슴이 먹먹했다.

치열했던 6·25전쟁, 그 중심에서

어느덧 6·25전쟁이 잊힌 전쟁처럼 퇴색되고 있는 요즘, 저격능선이 간직한 처절한 호국영령들의 외침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기억하고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저격능선 전투는 ‘철의 삼각지대 전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철의 삼각지대’는 6·25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전투지로 손꼽히는데, 철원·김화·평강이 포함된 삼각지대를 뜻한다. 한반도 교통의 중심지이자 전략적 요충지였던 만큼, 이곳에서 크고 작은 전투가 끊이지 않았다.

저격능선은 철의 삼각지대 중심부인 오성산에서 남대천 부근인 김화지역을 향해 뻗어 내린 돌출 능선이다. 저격능선이라는 지명은 말 그대로 저격수와 관련된 고지명이다. 이름도 없었던 무명능선을 저격능선이라고 부르게 된 동기는 저격능선 전투가 벌어지기 1년 전인 1951년 10월부터다.

저격능선전투(1952년 10월 14일~11월 14일)가 있기 1년 전인 1951년 10월 당시 노매드(Nomad)선을 목표로 진격작전을 전개한 미 25사단은 김화지역으로 진출해 중공군 26군과 대치했다. 이때 이 능선에 배치돼 있던 중공군이 미군을 저격해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그러자 미군 병사들이 이 무명 능선을 스나이퍼 리지(Sniper Ridge)라 불렀다. 이때부터 저격능선 또는 저격병능선으로 불리며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1년이 지나 1952년 10월경 이곳에서 국군2사단이 중공군 15군에 맞서 6주에 걸쳐 전투를 벌였다. 김화 북방 7㎞ 지점 오성산에서 김화지역으로 뻗은 여러 능선 가운데 남대천 부근, 장방형 무명능선 부근에 전초기지를 둔 중공군과 국군과의 치열한 공방전이었다. 이 전투가 바로 미군이 ‘스나이퍼 리지’라고 불렀던 저격능선에서의 전투다.

승리전망대에서의 안보견학은 전방의 DMZ를 바라보는 것이 전부다. 도라전망대나 평화전망대처럼 유명 전적지나 명소 몇 군데를 둘러보는 코스 자체가 없다. DMZ를 여과 없이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에 충실했고, 그런 점에서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DMZ 생태평화공원

승리전망대에서의 안보견학 후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인근의 ‘DMZ 생태평화공원’에 들러볼 만하다. 이곳을 탐방하려면 DMZ 생태평화공원 방문자센터로 예약문의(033-458-3633)를 하면 된다. 하루 2차례인 10시와 14시에 탐방을 할 수 있어 기자는 승리전망대 견학 후 14시 출발시간에 맞춰 발길을 돌렸다.

DMZ 생태평화공원은 환경부, 국방부(육군3사단)와 철원군이 공동협약을 맺어 전쟁·평화·생태가 공존하는 DMZ의 상징적 메시지를 전파하고자 조성됐다. 휴전(정전) 후 지난 60년간 민간인에게 전혀 개방되지 않았던 원시 생태계가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탐방코스로 개발돼 국내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는 곳이다.

승리전망대 매표소에서 DMZ 생태평화공원 방문자센터까지는 자동차로 15분 거리였다. 방문자센터에 도착해 보니 바로 옆에 설치된 ‘김화 이야기관’이란 작은 건물이 눈길을 끌었다. 옛 김화군의 환경, 역사, 생활상, 시가지 형태 등을 그대로 반영·묘사한 미니어처와 건물 모형 등을 설치해 축소된 김화군 시가지 모습을 재현한 곳이었다. 철원을 찾는 안보관광객과 주민에게 6·25전쟁 이전 김화군의 옛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줘 아련한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DMZ 생태평화공원 방문자센터가 위치한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는 지난 1970년 새로 입주한 민북마을이다. 일제강점기 생창리(읍내리)는 국도 5호선과 43호선이 만나고 금강산전기철도가 지나가 동서남북을 연결하는 물류교통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철원읍과 마찬가지로 생창리도 6·25전쟁으로 완전히 폐허가 됐고 전쟁이 끝난 뒤 수복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2가지 코스로 느끼는 자연

DMZ 생태평화공원은 2개의 코스가 있다. 제1코스는 십자탑 탐방로다. 제2코스는 화강 하천변을 따라 둘러보는 용양보 탐방로다. 기자는 2코스를 선택했다. 방문자센터에서 인적사항을 적고 입장료를 내자 문화관광해설사가 차량에 동승했다. 전망대와 다른 점은 현지 장병(육군3사단)이 직접 인솔한다는 점이었다. 생태평화공원 자체가 최전방인 DMZ 안에 위치했기에 당연했다.

용양보 탐방로에는 광복 전후 번성했던 김화군의 위상을 알 수 있는 암정교와 과거 장병들이 오가던 출렁다리가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그대로 보존돼 있다. 특히 화강 최상류 용양보 습지지역은 갖가지 동식물의 낙원이자 수생식물의 보고(寶庫)로, 가마우지, 고니, 청둥오리, 두루미, 기러기 등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철원군의 DMZ는 한반도 생태계 연구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길이 남을 소중한 자산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DMZ 생태평화공원 탐방은 3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됐지만 비무장지대 속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끝으로 전망대와 생태평화공원 탐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쉬리공원에 들른다면 일정의 값진 방점을 찍을 수 있다.

강원도 철원 동쪽의 승리전망대로 여름여행을 떠나 보자. 전쟁·평화·생태가 공존하고 있는 DMZ를 보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를 수 있는 우리의 삶을 가꾸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