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은밀히 침투한 특공부대가 적 포병부대의 위치를 확인해 무선으로 위치를 보고했다. 특공부대의 보고를 접수한 포병작전통제소(OCC)는 표적처리 절차에 맞춰 이곳을 응징하기로 결정했다. 포병작전통제소의 명령과 동시에 K-9 자주포 10여 문이 불을 뿜었다. 굉음을 동반한 진동으로 일대에는 자욱한 흙먼지가 일었다. 포탄은 표적지에 여지없이 꽂혔다. 목표지점을 초토화한 K-9 자주포들은 포신을 고정하고 재빨리 사격장을 벗어났다. 적이 대포병 레이더를 이용, 포탄의 궤적을 역추적해 반격을 가할 수 있지만 이미 사격 지점은 텅 빈 상태. 적에게 심대한 타격을 주고 우리는 전혀 피해를 입지 않는 ‘히트 앤드 런’(Hit and Run)의 진수였다.

 

 

 

　● 진군에 방해되는 적 포병 격멸

　육군6군단은 지난달 25일 6·25전쟁을 상기시키는 전면전 대비 훈련의 일환으로 군단 전 포병부대와 감시·탐지자산, 경계지원 부대 등이 참가한 가운데 대화력전 훈련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군단 예하 6포병여단 승공포대대는 경기도 연천군에 위치한 한 훈련장에서 육군의 주력 무기인 K-9 자주포를 동원, 시범을 선보였다.

　대화력전은 개전 초 우리 지역을 위협할 수 있는 장사정포 등 적의 포병을 제압하기 위해 실시하는 작전이다. 먼 거리에서 쏴대는 적 포병의 화력은 전진하는 우리 지상 병력에 가장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대 사거리 40㎞에 달하는 K-9 자주포는 적의 포병 전력을 사전에 격멸, 우리 군의 진격을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6군단은 이날 훈련에서 정확한 표적 획득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다. 우선 무인정찰기(UAV)를 이용, 공중을 통한 정찰을 실시했고 군단 소속 특수부대를 투입해 은밀히 적 종심을 파악하기도 했다. 또 적의 포탄 궤적을 역추적해 원점을 찾아내는 대포병 레이더 아서-케이(Arthur-K)도 훈련에 동원됐다. 또 공군19전투비행단 소속 KF-16 전투기와 함께 적진을 공격하는 합동화력운용 훈련도 병행했다. 적 특수전부대의 위협으로부터 화력자산의 생존성을 책임지기 위해 경계지원부대의 수색정찰 및 경계도 함께 이뤄졌다.

　

  ● ‘동급 최고’ 위용을 자랑하는 K-9 자주포

　자주포는 긴 사거리를 이용, 적의 포격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압도적인 화력을 퍼부을 수 있는 최강의 지상무기로 꼽힌다. 최대 사거리 40㎞를 자랑하는 K-9 자주포는 훈련이 벌어진 연천 지역에서 발사할 경우 적 전방부대를 섬멸할 수 있다. 15초에 3발, 1분에 6발을 발사할 수 있는 K-9 자주포의 특성상 한 번 대화력전을 실시하면 순식간에 적지를 초토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정지 상태에서 30초 및 기동 상태에서 60초 내 표적사격과 같은 정확도를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동급 최고 성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다. 최대 시속 67㎞/h에 달하는 ‘날렵한’ 기동력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사격지점에 진입, 포격을 실시하고 다시 적의 대응사격을 회피할 수 있다. 또 자동화 사격통제장치와 포탄 이송 장전장비는 승무원의 피로도를 감소시켜 장기간 전투에 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적의 반격을 막아낼 수 있는 두터운 장갑은 생존성을 보장해주고 있다.

　K-9 자주포와 함께 움직이는 K-10 탄약운반장갑차는 세계 최초로 ‘완전 자동화 제어시스템’을 이용, K-9의 지속적인 사격을 뒷받침하고 있다.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의 조합은 우리 군의 포병 운용 개념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주포는 적 포병전력을 제압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땅을 향해 진군하는 적 기계화부대를 막아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긴 사거리는 적 지휘소 타격에도 용이하다. 천문학적인 가격과 유지비가 드는 전투기에 비해 경제적으로 효율적이기도 하다.

　

  ● “두 번 다시 6·25 없도록”…정신무장도 ‘명품’

　6·25 전쟁 당시 우리 군은 북한군의 기계화부대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낙동강까지 후퇴했던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이후로도 포병 전력은 열세를 거듭했지만 1998년 K-9 자주포 개발로 반전을 맞았다. 현재 900여 문 배치된 K-9 자주포는 긴 사거리와 압도적인 화력을 과시하며 전방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무기일지라도 이를 운용하는 장병들의 정신 무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중서부 전선을 지키는 군단은 이날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에 앞서 언제 어느 때에도 적 도발에 즉각 대응하자는 ‘임무완수 결의대회’를 실시하며 장병들의 마음을 다잡는 데 앞장섰다. 임일욱 상병은 “적이 도발한다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즉각 대응사격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일선 장병들뿐만이 아니라 지휘관들의 각오도 대단했다. 이동식(중령) 승공포대대장은 “적이 도발하면 신속·정확·충분하게 적의 지원 및 지휘세력까지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훈련을 참관한 송희섭(준장) 6포병여단장은 “다시는 이 땅에 6·25전쟁과 같은 비극이 없도록 전 장병이 혼연일체가 돼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