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찔한 상황이 부대원들을 찾아왔다. 도로 건설 작전이 계속되던 어느 날이었다. 장 중령은 현장의 건설중대로부터 조기에 임무를 마쳤다는 보고를 받았다. 장 중령은 모가디슈 상황이 흉흉하다는 점을 거듭 언급하며 건설중대원들에게 안전에 더욱 유의해서 철수하라고 주문했다.

‘현장 철수 준비를 마친 후 이탈리아 경계부대와 협조해 전원 안전하게 부대 복귀할 것.’

이후 건설중대는 무사히 주둔지에 복귀했고, 건설중대원들은 물자·장비 정리정돈에 들어갔다. 시각은 오후 여섯 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부대 복귀를 위해 한창 이동 중이었을 시간이었다. 온 힘을 다해 일과를 마친 부대원들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그 순간 멀리서 수차례 총성이 들렸다. 교전이라도 벌어진 듯했다. 장 중령과 부대원들은 즉각 대비 태세를 갖췄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몸이 먼저 반응했다. 총성은 이내 잠잠해졌다.

“상황을 확인해 보니 주둔지 인근 이탈리아군 초소 ‘체크포인트’를 소말리아 불순세력이 습격해 총격전이 벌어진 것이었습니다. 체크포인트는 당시 상록수부대의 이동 경로에 속하는 곳이었지요.”

이 사건으로 이탈리아군 소대장이 사망하고 일부가 중경상을 입었으며, 불순세력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날 만약 건설중대원들이 조기에 임무를 마치지 않고, 평시처럼 임무를 수행한 후 복귀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충분히 이 소용돌이에 휘말렸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사건은 체크포인트를 통과하던 소말리아인 트럭 운전자가 검문을 받던 중 무기를 소지한 것이 발견돼 압수당하면서 일어났다. 총기 소지는 유엔임무단 사령부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고 허가증을 가진 경우에만 가능했다. 트럭 운전이 생계수단이었던 운전자는 무장 적대세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총기를 휴대했으나, 사전 승인을 받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에 운전자는 앙심을 품었고 자신의 부족을 이끌고 와 체크포인트를 기습했다.

이 같은 일이 있기 전부터 상록수부대는 현지 주민들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 노력해 왔다. 부대원의 안전을 위한 수단이기도 했지만, 평화유지활동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진심으로 수행하려는 방법이기도 했다.

“소말리아 내 적대세력의 기습이 계획돼 있다는 내용의 정보를 인근 부족으로부터 받은 적도 있습니다. 이를 이탈리아군과 공유해 위험을 함께 피했지요. 우리 장병들의 헌신에 대한 소말리아인들의 보답과 신뢰였다고 생각합니다.”

상록수부대도 타국 군과 마찬가지로 위기는 여러 번 존재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별다른 불상사 없이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위기 극복을 단지 행운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진심을 다했던 상록수부대원들의 헌신이 신뢰가 돼 나타난 결과였다. 이는 성공적인 임무 수행의 배경이기도 했다. 서현우 기자
사진 제공=정장수 당시 상록수부대 운영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