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호랑이 마스코트 비행대 훈련 시초
‘호랑이 무늬 항공기만 참가 가능’ 조건
이탈리아 ‘F-104S’ 벨기에 ‘F-104G’ 등
제작 후 필름 붙이고 붓으로 채색

벨기에 공군 F-104G.대만 공군 AIDC TIGER2000.포르투갈 공군 FIAT G-91.

이탈리아 공군 F-104S

화려한 호랑이 무늬 전투기들이 유럽의 하늘을 누비는 행사가 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공군 합동훈련 ‘타이거 미트(Tiger Meet)’입니다. 1960년 미국 79비행대와 영국 74비행대의 상호 교류가 이 훈련의 시초입니다. 두 비행대의 마스코트는 공교롭게도 모두 ‘호랑이’였고, 이후 참가국이 확대되면서 발전한 합동훈련이 ‘호랑이들이 만난다’는 의미로 ‘타이거 미트’라고 불리게 됐습니다. 최초엔 친목을 위한 상호 교류로 시작한 행사였지만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나토 회원국과 비회원국까지 참가해 친목을 도모하는 비공식 합동훈련으로 발전했습니다. 단, 이 훈련에 참가하기 위한 조건이 있습니다. 호랑이 무늬가 그려진 ‘스페셜 마킹’ 항공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평소엔 볼 수 없는 화려한 비행기들이 비행하고 전시되는 타이거 미트는 전 세계 항공 사진 작가들이 가장 기다리는 행사 중 하나입니다.

필자도 모형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타이거 미트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화려한 호랑이 무늬 전투기들이 모형 키트로 발매된 것에 매료돼 관련 모형을 자주 제작하고 있죠. 그중 오늘 소개할 작품은 이탈리아, 벨기에, 포르투갈, 대만 공군의 타이거 미트 참가 기체 모형입니다.

20년 전쯤 처음 제작한 타이거 미트 참가 기체는 이탈리아 공군의 ‘F-104S’입니다. 실제로는 1988년 행사에 참가한 기체죠. 기체 상면의 호랑이 무늬는 붓으로 직접 그려줬고, 호랑이 얼굴과 데이터 마크는 ‘데칼(얇은 필름 재질에 인쇄된 무늬를 잘라 모형에 붙이는 것)’ 방식으로 제작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F-104는 최초 요격기로 개발됐던 항공기를 다목적 전투기로 개량해 실전에 배치한 기체입니다. 화살처럼 날렵한 느낌의 외형과 달리 미 공군이 원하는 성능이 나오지 않아 조기 퇴역했고, 주로 독일 등 유럽국가에 판매됩니다. 가장 많은 F-104를 운용한 독일의 경우 916대의 항공기 중 292대와 조종사 116명을 잃었다고 합니다. 이런 높은 사고율로 인해 F-104는 독일 국민으로부터 ‘과부 제조기’란 아픈 별명을 얻게 됩니다.

벨기에 공군의 F-104G 타이거 미트(1978) 기체 모형은 호랑이 무늬를 ‘스텐실(원하는 모양을 오려 낸 종이 등을 모형 위에 대고 색을 칠하는 방식)’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데칼을 사용하는 것보다 이렇게 페인트로 직접 그려 주는 것이 훨씬 사실적이고 멋진 결과를 보여줍니다.

포르투갈 공군의 FIAT G-91 타이거 미트(1991) 모형도 기억에 남는 작품입니다. 이 모형도 호랑이 무늬는 스텐실 기법으로 직접 그려줬습니다. 제작 당시에는 포르투갈 공군도 낯설었고, 이탈리아의 ‘FIAT AVIAZIONE’사가 만든 군용기도 생소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모형을 만들다 보면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장비들을 제작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FIAT G-91은 1956년 첫 비행을 한 경량 타격 전투기로 이탈리아, 독일, 포르투갈 공군이 널리 운용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생산하는 T-50이 떠오르죠? 훌륭한 항공기인 T-50이 더욱 많이 해외로 수출되기를 기대합니다.

대만 공군의 AIDC TIGER2000 모형도 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운용하는 F-5E 기체를 다수 운용한 대만에서 기체의 레이더 등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제기로, 실제 업그레이드는 되지 않았고 전시만 되고 있습니다. 우리 공군이 운용하는 F-5E도 대부분 퇴역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전선에선 아쉽게 퇴역하더라도, 이런 멋진 도장으로 전시되길 꿈꿔봅니다. 사진=필자 제공

모형 토막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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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금 한국모형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