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분쟁 심화 속 대만·말레이·인도네시아 등 미국산 구매 행렬
中 DJI 세계 점유율 70% 이상…최근 中 군용 드론 성능 과시 영상 공개
일본, 중국 위협 심각하게 인식 도입 제한…각국 자국 무인기 육성 심혈

동아시아 지역에서 무인기(드론)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각국은 자국의 영역 감시를 위해 무인기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또 자국이 보유한 무인기 성능을 향상하고, 자국 무인기 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너럴 아토믹스社가 제작한 무인기 MQ-9B 시 가디언. 필자 제공

대만은 임기 만료를 앞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지난달 초 첨단 무인 정찰기의 판매를 승인받았다. 대만이 도입할 예정의 무인기는 MQ-9B 시(Sea) 가디언 4대다. MQ-9B 시 가디언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맹활약한 MQ-9 리퍼의 최신형 개량 기종이다. 이번 대만 판매에는 MQ-9 리퍼에 장착하는 레이저 유도 폭탄과 헬파이어 미사일 등 공격무기가 포함되지 않은 대신 해상 다중임무 초계 레이더, 지상 조종기지, 정찰·통신 장비 등이 패키지에 들어 있다. 대만은 이 무인기를 대만 해협의 해상 감시에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함께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군의 활동이 계속 두드러지자 동남아 국가들도 무인 정찰기를 앞다퉈 구매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5월 무인정찰기 스캔이글을 처음으로 인수했다. 다른 동남아 국가들도 미국으로부터 무인기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다. 오는 2022년까지 구매 예정된 스캔 이글은 말레이시아 12대, 인도네시아 8대, 필리핀 8대, 베트남 8대다. 이 지역에는 풍부한 해양 자원과 함께 해상 물동량도 많아 해적 행위 등 초국가적 범죄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 해병대의 무인기 스캔이글. 필자 제공

동남아시아와 남중국해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도 스캔이글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위 레벨인 고고도 장거리 무인 정찰기 MQ-4C 트리톤 6대의 구매를 진행하고 있다. 호주는 2023년 중반 MQ-4C 트리톤을 첫 실전 배치할 예정이며, 2025년 말까지 모두 작전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들 국가가 내심 의식하고 있는 중국은 세계 무인기 판매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에 올라서 있다. 현재 중국의 무인기 제작업체인 DJI는 전 세계 민간 무인기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창업한 DJI는 홍콩 인근 선전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6000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DJI는 현재 미국, 독일, 네덜란드, 한국, 일본, 중국, 홍콩에 지사가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은 그동안 무인기 산업에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DJI의 예에서 보듯이 무인기 산업을 급성장시켰다. 중국은 국무원이 주도하는 ‘중국제조 2025’ 계획에 무인기 산업을 차세대 과학기술산업으로 지정해 중국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고 있다. 중국 민간 무인기의 급성장은 당연히 군용 무인기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자체 제작 무인기 윙룽. 필자 제공

중국산 무인기가 세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대략 비슷한 성능의 중국산 무인기는 여타 국가의 무인기 가격의 절반 또는 그보다도 훨씬 낮은 가격에 판매돼, 무인기를 생산하는 대부분의 다른 국가가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군용 무인기에서는 더욱 큰 가격 차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MQ-1 프레데터는 기체 가격과 지상 설비 가격을 합치면 2억2200만 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성능이 약간 떨어질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무인기 윙룽은 대당 약 100만 달러, 지상관제장치 등을 합쳐도 300만 달러 수준이라고 중국군 웹사이트 ‘중국군 온라인(China Military Online)’은 밝히고 있다. 미군 무인기의 1/70에 불과한 가격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무인기는 이와 함께 개량을 거듭하면서 상당히 높은 기술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0월 보도된 중국의 자살 공격형 소형 무인기는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이 무인기를 개발한 국영기업 중국전자과기집단공사(CETC)가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지상의 장갑차량 또는 공중의 헬리콥터에서 살포된 소형 무인기 10여 대는 군집을 이루어 공중에 있다가 표적을 인식한 뒤 표적을 향해 돌진했다. 홍콩 매체는 이들 드론에 대해 중국항천과기집단공사(CASC)가 개발한 CH-901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H-901은 길이 1.2m, 무게 9㎏으로 작지만, 시속 150㎞의 속도로 최장 120분간 목표물을 향해 비행할 수 있다. 또 익명의 중국 인민해방군 관계자는 “이 드론은 정부의 군·민 융합 전략의 일환으로 개발됐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중국 군용 무인기 기술의 높은 수준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읽히고 있다.

중국의 무인기 위협을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국가 가운데 하나는 일본이다. 방위성은 2020년 판 방위백서에서 중국 무인기 차이훙7을 고도의 자율 비행이 가능한 전투형 무인기로 평가하고 있다. 또 2018년에 인공지능을 탑재한 중국 무인기 200대가 군집 비행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런 군집 비행이 군사행동으로 실현된다면 기존의 방공체계로는 대처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일본 자위대는 가격과 성능 문제 때문에 일부 논란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무인 정찰기 RQ-4 글로벌호크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일본 해상보안청도 동남아 국가들이 도입한 시 가디언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해상보안청이 담당하는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이 매우 넓어 무인기에 의한 감시가 긴요하다는 주장이다. 시 가디언을 제작하는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社는 최근 150시간, 13번에 걸친 시험 비행을 통해 각종 능력을 선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은 지난달 말 중국 무인기에 대한 견제로 중국산 무인기의 도입을 사실상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일본이 정부 부처에서 사용하는 무인기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중국업체 DJI의 제품으로 드러났다. 일본은 중국산 무인기에 대해 자국 정보 유출의 우려가 있으며, 새 기종은 보안 기능이 장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도입한 중국산 무인기는 수년 내로 교체할 방침이다. 미국 역시 중국산 무인기를 이미 배제하고 있다.

일본의 이 같은 조치는 자국의 무인기 산업 육성과도 연관된다. 일본의 무인기는 가격과 성능에서 중국산과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은 재정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정부 보유 무인기 1000대를 자국산으로 충당해 자국의 무인기 산업을 육성하려는 심산이다. 이미 일본은 자율제어시스템연구소, 야마하 발동기, NTT도코모 등 5개 업체가 연합해 국가위탁사업으로 무인기 개발에 착수해 내년도에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무인기는 군사적으로 신형 무기다. 아울러 무인기 산업은 현재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분야다. 이에 따라 각국은 군사적 측면에서 무인기를 도입하면서도 무인기 관련 기술과 산업 기반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김성걸 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