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강원도 철원군 화살머리고지 공동유해발굴을 위해 도로 연결 작업을 하던 남북 군 관계자들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남북은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이곳에서 공동유해발굴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방부 제공

남북이 군사 분야 합의서 이행을 위해 비무장지대(DZM) 내 감시초소(GP) 시범철수를 마친 뒤 지난달 12일 진행한 상호검증에서 우리 측 대표(오른쪽)와 북측 안내 책임자(왼쪽)가 악수를 하고 있다. 국방부는 올해도 북측과 GP 추가 철수를 논의할 계획이다. 국방부 제공

무술년(戊戌年)에 세워진 한반도 평화의 새 이정표가 기해년(己亥年)에도 계속될 수 있을까? 지난해 9월 19일 체결된 군사 분야 합의서 이행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남북 군사당국이 올해는 더욱 속도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 세부 분야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군사 분야 합의서는 무력에 의한 동족상쟁을 종식시킬 것을 확약한 사실상의 불가침 선언”이라며 군사 분야 합의서 이행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다음 날인 2일 신년인사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 역시 1일 KBS에 출연, 남북 군사합의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겠다고 했다.

남북 군사당국은 군사합의에 따라 ‘전쟁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진행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군사분계선(MDL) 일대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중지 ▲기종별 비행금지구역 설정·운용 ▲동·서해 완충구역 내 포사격 및 해상기동훈련 중지 등을 이행 중이다. 남북은 지난해 5월 확성기 철거를 시작으로 동·서해 군 통신선 완전 복구,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11곳 시범철수, 공동유해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 작업,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을 진행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말까지 GP 11곳의 시범철수를 마치고 남북 군인들이 처음으로 서로의 GP를 찾아가 철수 상황을 확인하는 상호검증을 실시했다. 지난해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는 모든 GP 철수를 위한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도 방송에서 “올해 추가적으로 전(全) GP를 철수하는 부분을 지속해서 (북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가 지난해 말을 목표로 추진했던 JSA의 남북 자유 왕래도 계속 진행된다. 남북은 지난해 10월 25일 JSA 내 초소의 모든 화기 및 탄약, 초소 근무자를 철수했다. 또 유엔군사령부와 3자 협의체를 꾸려 공동검증을 마쳤다. 국방부는 공동근무 수칙 등 세부적인 사안을 놓고 북한·유엔군사령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협의가 순조롭게 마무리될 경우 JSA는 남북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평화의 땅’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등을 다룰 군사공동위원회 구성도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국방부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9년 업무보고에서 “군사현안 합의를 위해 차관(인민무력성 부상)급을 위원장으로 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 분기에 한 번씩 정례적인 회담을 개최하는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도 이와 관련, “이번에 확실하게 군사공동위를 구성, 지속적으로 군사적 신뢰관계를 확실히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남북 간 구성 합의가 진행되고 있고, 일부 서로 이견이 있는 부분들을 최종적으로 조율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측도) 적극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며 “우리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고,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군사공동위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동위가 구성되면 남북은 북방한계선 문제는 물론 대규모 군사훈련 등 민감한 문제들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군사당국자 간 직통전화를 설치하는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군 주요 직위자(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간 핫라인 구성 문제도 군사공동위에서 논의될 수 있는 의제다. 국방부 관계자는 “공동위는 분기별로 1번씩 1년에 4차례 정례회의를 열 계획”이라며 “세부 논의 안건에 따라 분과를 2~3개로 나눠 접촉 횟수를 늘리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4월부터 10월까지는 강원도 철원군 화살머리고지에서 남북 공동유해발굴을 시작한다. 남북 군사 당국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유해발굴을 위해 화살머리고지 일대의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을 펼쳤다. 또 군사분계선(MDL)을 잇는 도로도 마련했다. 화살머리고지는 6·25 전쟁 당시 남북이 가장 치열하게 전투를 벌인 곳 가운데 하나로 국군과 북한군은 물론 미군, 프랑스군, 중국군 등이 함께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12월 한강하구 공동수로조사가 성공리에 마무리됨에 따라 민간선박 자유항행을 위한 조치도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남북은 공동수로조사를 통해 선박이 항해할 수 있는 물길과 위험요소 등을 찾아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오는 25일까지 종합 분석을 거쳐 선박 항해에 쓸 수 있는 해도(수로도)를 제작할 예정이다. 국방부와 해양수산부는 협의를 거쳐 민간선박에 완성된 해도를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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